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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껏 들었던 불가사의 중 제일로 이상한 것은 인간이 죽음을, 때가 되어 찾아드는 필연적 종지부를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 <줄리어스 시저> 중에서-


사실 이 책을 처음 손에 쥐면 이 책이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을 마감하는지를 말해주는 것으로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더구나 이 책을 쓴 사람은 40년 간 의료현장을 지켜온 의사였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기실 이 책은 사람을 죽이는 대표적인 질병 즉, 심장질환, 알츠하이머, 에이즈, 암 등에 관해 예를 통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느 다른 교양 의학서와 다른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자신의 피붙이인 할머니와 평생을 의지하면서 지낸 친 형의 임상 사례를 의사이기보다는 환자 가족의 처지에서 담담히 그리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점입니다.

별로 유쾌하지는 않지만 이런 가능성에 대해 생각을 해봅시다. 도저히 현대 의학의 능력으로는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있다면 그 환자에게는 대개 2가지 선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의사의 소명을 지켜 엄청난 고통과 부작용이 확실한 화학요법치료를 계속하는 것입니다.

ⓒ 박균호
나머지 하나는 죽음이 사람이면 누구나 거쳐가는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 임을 환자에게 인식시키는 것입니다. 즉, 도저히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가족의 협력하에 편안히 생을 마감하게 하는 경우입니다.

사실 이 두 가능성에 대한 올바른 해답은 있을 수 없겠지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후자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의 저자가 감정이 없는 로봇이 아닙니다. 사실 이 두 가지 경우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의 피붙이인 형이 말기암 환자가 되었을 때 전자를 택했고 그로 말미암아 형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 끝에 결국 죽자 뼈저린 후회를 했습니다. 그는 이제 후자를 강력하게 권합니다.

무엇보다 모든 인간이 꿈꾸듯 그도 '아름다운 결말' 즉, 품위 있는 죽음을 택하라고 우리에게 권합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희망이라는 감정은 그 어떤 약물이나 치료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생가능성이 전혀 없는 환자에게 "아직도 한 가지 남은 치료법이 있으며, 그것으로 고통과 슬픔을 물리칠 수 있다"고 거짓말하는 데에는 찬성하지 않겠다는 것이 저자의 결연한 의지이자 신념인 것이죠.

이 책을 덮으면서 그 어떤 경우에도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려는 의사라면 내 몸을 그 의사에게 맡기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살아라. 죽음의 조용한 홀 속에 여러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신비한 왕국을 향해 나아가는 수많은 마차가, 그대를 오라 부를 때 즐거움으로 가 듯, 지하감방으로 끌려가는 밤의 노예가 아니라, 위로와 위안과 변할 수 없는 신뢰감을 품은 채 그대의 무덤을 향해 다가가라. 그분 곁에 있는 침상 위에 모포를 덮고 누워 편안히 꿈을 꾸는 자처럼.
- 월리엄 컬린 브라이언트 <죽음에 대한 명상>(Thanatopsis) 중에서-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가르침

셔윈 B. 눌랜드 지음, 명희진 옮김, 세종서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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