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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의회가 5천원권 지폐에 인쇄돼 있는 강릉 오죽헌 전경을 파주 자운서원으로 바꿔달라 요구하고 있다 한다.

이러한 근거로 “율곡선생의 외가인 강릉이 선생의 생애와 가장 관련이 있는 곳으로 인식되는 것은 역사적 오류이며, 율곡선생의 부친을 비롯한 선대가 살았고, 성장기에 많은 활동을 펼친 파주가 본향”이라는 주장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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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 지폐 뒷면 도안, 자운서원으로 바꿔야"

강릉 오죽헌은 단지 율곡선생의 외가인 것만이 아니라, 율곡선생의 생가이며 그의 모친 신사임당의 본가이기에 이러한 주장은 다소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오죽헌은 율곡선생이 태어난 곳으로 조선 중종때 건축되었으며, 그 건물의 구조적 중요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 주택건축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에 속하여 건물 자체로서의 가치도 높이 평가된다. 따라서 지난 1963년 1월 21일 보물 제 165호로 지정된 것이다.

자운서원은 율곡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하여 조선 광해군때 창건된 서원이며, 1973년 7월 10일 경기도 기념물 제45호로 지정되었다. 또한 서원의 주변에는 율곡선생과 부모의 묘소가 있어 가족묘의 형태를 띠고 있다.

율곡선생의 주 생활의 근거지가 된 곳은 외가이자 생가가 있는 강릉 오죽헌, 처가가 있는 해주 석담, 그리고 친가가 있는 파주 율곡리였다.

그 중에서도 외가이자 생가인 오죽헌에는 율곡이 태어난 산실이 남아있으며, 산실은 어머니 신사임당 태몽시 흑룡(黑龍)을 보았다 하여 그 산실을 몽룡실(夢龍室)이라 이름지어서 지금도 오죽헌에 남아있다.

지폐에 새겨진 위인과 관련된 건축물을 꼽으라 하면 그 위인을 기리기 위하여 후대에 지어진 건물보다는 위인이 태어난 곳을 먼저로 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선대가 살았고 성장기의 활동이 있었다 해서 그곳이 위인과 더 긴밀한 곳이라는 주장은 위인이 태어난 생가를 외가라 하여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에 다름 아닌 것으로 들린다.

만약 율곡의 생가가 친가였더라면 그곳이 파주가 아니라 강릉이었다해도 파주시의회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폐의 도안을 바꾸는 일은 한 단체의 주장에 의하여 좌지우지될 일은 아닌일인 듯 싶고, 지폐를 도안할 당시에 율곡선생의 관련 건물로 강릉 오죽헌을 선정한 것도 나름대로의 타당한 근거가 있었기에 정한 일일 것이기에 제기된 주장이 더욱더 한 지방자치단체의 과욕으로 들리는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역사적 사실을 끌어대어 자기 고장의 위상을 높이는 방편으로 얼마 전에 있었던 도미부인과 관련된 도미나루터로 강동구와 하남시가 서로 연관성을 주장하는 바람에 우리나라에 도미부인이 탈출한 도미나루터가 2곳이나 생길 뻔한 일을 떠오르게 한다.

강릉 오죽헌이 율곡선생의 생가인것은 절대로 역사적 오류가 아닌 역사적 진실이기에 한 지방자치단체에서의 공감을 형성할지는 몰라도 온 국민이 사용하는 지폐에 대하여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낼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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