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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런던이나 미국의 워싱턴D.C를 방문해 보았던 사람이라면 영국 자연사박물관이나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을 관람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1억4000여점의 동식물과 화석 견본을 간직하고 있는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해, 미국 동부 지방을 찾는 이들이라면 빼놓지 않고 구경해보고 싶어하는 명물로 인식될 정도다.

▲ 서대문구에 들어선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우리나라 최초로 공공 기관 주도로 만들어진 자연사박물관이다.
ⓒ 권기봉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부가 수립된 지 55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공공 기관이 계획하고 만든 자연사 박물관이 없는 실정이다. 이른바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무(無) 자연사박물관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국가였다. 다만 영남대나 이화여대, 경희대 등 대학 부설 자연사박물관이나 개인이 만든 자연사박물관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처럼 국가가 나서서 만든 대형 자연사박물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학교나 개인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자연사박물관이 서울 서대문구에서 지난 10일(목) 개관,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희망과 과제

▲ 한강에 서식하는 버들치와 우렁이 등을 수족관과 졸졸 흐르는 물에서 서식하도록 꾸며놓았다.
ⓒ 권기봉
▲ 고생대 데본기에서 중생대 백악기에 걸쳐 번성한 암모나이트의 화석.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3천5백여 점에 이르는 각종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 권기봉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라는 주제로 개관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의 한반도 모습까지를 다루는 '지구환경관'과 생명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다양한 종(種)의 출현을 알리는 '생명진화관', 한강 등 서울의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야기하는 '인간과 자연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한강에 서식하는 버들치와 우렁이 등을 졸졸 흐르는 물에서 서식하도록 꾸며놓았고, 직접 만지면 울음 소리가 나는 매미나 귀뚜라미, 맹꽁이 모형은 보기만 해야 하는 여타 박물관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또 자료실과 가상체험실 등도 마련되어 있어 특히 어린이들로부터 인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장하고 있는 표본이 아직 3500백여 점에 불과하고, 뚜렷한 전시 계획 및 활용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점에서는 앞으로의 과제가 더 많아 보인다. 또한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역시 지방 자치단체 주도로 이루어졌고, 예산 면에서도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앞으로 표본을 입수하고 연구, 관리하는데 적잖은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의형 관장.
ⓒ 권기봉
"교육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의형 관장과의 일문일답.

-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 자치단체 주도 자연사박물관이다. 소감은?
"그동안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각계 인사들이 노력해 왔다. 그러나 국내 상황이 아직은 요원한 상황이어서 일단은 서대문구가 나서서 만들게 되었다. 물론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에 대해서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과는 별도로 지속적인 추진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아무튼 규모가 큰 자연사박물관이 개관되어 기쁘고, 앞으로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세워질 때까지 그것을 대행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건립과 관련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했나?
"전체 사업비는 238억원이 들었다. 이중 서울시가 지원한 것이 85억 원, 국비는 32억원, 서대문구에서 121억원을 지원했다. 3개 주제관을 비롯해 교육 공간과 문화 공간을 꾸미는 데 이용되었다."

- 3500여 점의 표본을 가지고 개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다. (사)한국조류보호협회와 능동 어린이 대공원, 이정웅씨(작고) 등의 개인이 기증한 표본들을 비롯해 직접 해외에서 들여오고 수집한 것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했다. 그러나 아직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 등에 비해서는 턱없이 미비한 실정이어서, 수장고(박물관에 전시되지 않은 표본들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긴 하지만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 뚜렷한 계획이 알려지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해나갈 예정인가?
"자연사적 의의가 있는 표본들을 전시하고 연구하는 활동을 주로 해나갈 것이고, 교육 기능도 담당할 예정이다. 표본 수집도 꾸준히 진행할 방침이다. 아직 개관하느라 바빠 사업 계획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 지하철역에서 떨어져 있는 등 접근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는 그렇다. 하지만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앞으로 한두 달 내에 셔틀 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기증을 받거나 직접 구입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앞으로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올 수 있도록 꾸준히 홍보해나갈 것이다."

- 앞으로의 포부를 이야기해 달라.
"일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개관했다. 아직 미비한 점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꾸준히 개선해 나갈 생각이다. 특히 자연사박물관은 교육적으로 가치가 신장되고 있는 부분이다. 날로 악화되어 가고 있는 환경과 자연 훼손 문제와 관련해 사람들에게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나가는 것 또한 우리의 과제다. 시민들의 관심이 많은 만큼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지켜봐 달라."

자연사박물관은 일반 역사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과는 달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생물과 무생물에 대한 종합적인 전시 및 연구, 교육을 담당한다는 면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는 환경 문제와 관련,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동시에 자연 환경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전환하는 데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찾아가는 방법과 이용 안내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입장료는 노인 및 5세 이하 유아는 무료이며, 어린이의 경우 1천 원, 청소년 및 군인은 2천원, 어른은 3천 원이다. 20명 이상 단체 관람일 경우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지만,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 매년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에는 문을 닫고,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그 다음 날 쉰다.

한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는 홈페이지(namu.sdm.go.kr)를 통해 <고양이의 보은>과 <아이스에이지> 영화 시사회 등 풍성한 개관 기념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 권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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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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