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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시네마 한익희 전무
동백시네마 한익희 전무 ⓒ 권윤영
영화에는 우리네 인생이 살아 숨쉰다. 영화를 보며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영화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으며 가슴아파하기도 한다. 우리가 가장 쉽게 삶을 돌아보고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 바로 영화. 그러나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가 쉬이 선을 그어버리는 장애인. 그들에게는 세상 밖으로 향하는 출구가 너무도 좁다. 그런 장애인들에게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어준 사람, 동백시네마 한익희(65) 전무.

그는 지난해 5월부터 대전 갤러리아 백화점에 위치한 동백시네마에서 한 달에 한 차례 장애인에게 무료로 영화상영을 하고 있다.

"대전기독교사회복지관의 복지사가 직원들에게 '영화관에 장애인을 데려와도 괜찮냐'며 양해를 구하고 있더군요. 그것이 계기가 돼서 매달 장애인에게 무료 영화 상영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영화를 관람하는 시간은 주로 사람들이 적은 아침시간. 그 시간에는 다른 손님들에게도 영화관이 오픈 돼 있기에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영화 시작이 11시 정각이어도 장애인들은 입장하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제 시간 상영이 곤란했어요. 다른 손님들은 영화관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럴 때면 안보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도 있고, 환불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처음엔 백화점 문을 열자마자 들어오는 장애인들을 보는 사람들의 편견과 시선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한 전무의 노력에 지금은 오히려 백화점측에서 편의를 제공할 정도다. 관람객들의 이해도 늘어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지체 장애인들을 봤을 때 다소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우리 극장을 좋은 극장이라고 생각해주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기분 나빠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보람이요? 그런 거 느끼고 말 것도 없어요. 특별히 좋은 일 한다 생각하지도 않구요. 그냥 덤덤하게 하는 일인데요. 뭘."

장애인들이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나 그들의 작은 눈웃음에 기쁨을 느낀다는 그는 오히려 협소한 시설이라 편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며 미안해했다.

그가 장애인들에 대한 무료영화를 상영한 것은 그의 전직(?)에서도 비슷한 일을 했었기 때문. 동백시네마에서 일하기 전, 영화사에서 근무했던 그는 각 지방 극장으로 출장을 다녔다. 그 당시에도 극장주에게 고아원이나 소년소녀 가장에게 무료 영화 상영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장애인 전용 영화관이 생겨서 그들이 보다 편리한 시설에서 마음껏 영화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함께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사회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고요."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최신 개봉 영화 정보를 모두 꿰뚫고 있는 그야말로 신세대 한 전무의 바람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굳이 영화를 통해서가 아니어도 그는 이 세상이 살맛나는 세상임을 묵묵히 행동으로 일깨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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