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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교육과정으로 우리의 교육 체계가 바뀐 것은 세상의 발빠른 변화에 대처하고 선진 세계화를 위하는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초등 교육은 전 국민의 필수적 교육으로 국민성을 이루는 기본적 골격을 이루게됩니다. 그러므로 교육이 바로서면 나라가 바로설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서 교육이 잘못되면 나라가 흔들린다는 말입니다. 초등 교육은 정신이 자리잡고 인격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감성을 키워주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성에 기초하지 않거나 이성과 어우러지지 못한 감성은 자칫 취약하고 위험에 빠질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은 본질적으로 이성적 판단이 부족하고 감성적 기질이 풍부하여 문제가 되곤 하는 편입니다.

이치나 논리보다는 기분이나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여 마찰과 불화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옛 선조들이 이기(理氣)에 대한 논의를 끊임없이 하고 성리학이 이 땅에서 꽃핀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초 교육은 이런 점을 헤아려 극복하고 해결하는 가르침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7차 교육과정의 초등 교과서를 보면 감성적인 읽기를 가르치는 고질적 모습이 여전합니다. 감성적인 글이나 교육이 위험한 것은 상대적이 아니라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객관성이 떨어지게 되면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감성적인 글은 읽는 이의 판단력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구성이나 표현에 매끄럽지 못한 흠을 남길 수 있습니다.

초등 교과서 2학년 1학기의 <우리 선생님> 읽기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문제점을 간직한 교육임을 지적합니다.

이 글은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이 감성적이 되면 여러 가지 폐단이 따르게 됩니다.

먼저 교과서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영이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내가 선생님보다 먼저 가서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해 드려야지.'
미영이는 교실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벌써 와 계셨습니다.
'아이 참, 선생님께서 먼저 오셨네.'
미영이는 속상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미영이를 못 보신 모양입니다.
미영이는 선생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선생님!"
"어휴, 깜짝이야!"
선생님께서 무척 놀라셨나 봅니다.
"선생님, 무엇을 하고 계셨어요?"
"금붕어와 이야기하고 있었단다. 이 녀석들이 힘이 없구나.
물을 오랫동안 갈아주지 않아 그런가 보다."
그 때 미영이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내가 깨끗한 물로 갈아주어야지.'
미영이는 학교 공부를 마치자마자 수돗가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물통에 수돗물을 가득 담아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미영이는 담아 온 수돗물로 어항의 물을 갈아주었습니다.
금붕어들이 놀란 듯이 팔딱거렸습니다.
이튿날 아침, 미영이는 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교실에 들어섰습니다.
친구들이 어항 주변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금붕어가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한 친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였습니다.
"수돗물로 갈아주어서 그런가 보다. 어항에 누가 수돗물을 넣었니?"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미영이의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울음이 금방 터져 나올 것 같았습니다.
미영이는 자기 자리로 돌아와 책상에 엎드렸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누군가 살며시 미영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선생님이셨습니다.
"미영이가 금붕어를 위해 물을 갈아주었구나.
미영아, 선생님은 네 마음을 잘 안다.
물을 다시 갈아주면 금붕어는 곧 괜찮을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선생님께서 미영이의 손을 꼭 잡아 주셨습니다.


미영이는 선생님이 먼저 오셨다고 '속상하였습니다' 고 합니다. 이것을 속상할 수 있다는 이유나 예로 삼는다면 아마 우리 아이들은 교실에서 속상한 일 뿐이 되지 않을까요? 실망했다거나 아쉬웠다는 편이 괜찮겠습니다.

미영이가 문을 열고 들어 왔는데 교실에 혼자 있는 선생님이 몰랐다거나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은 교실이라는 공간, 그것도 좁은 장소의 책임자다운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무엇을 하고 계셨어요?' 라고 한 미영이의 질문도 적절한 표현은 아닙니다. 선생님이 '물을 오랫동안 갈아주지 않아' 금붕어가 힘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러한 선생님의 교실 관리는 교육자의 자세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항에 누가 수돗물을 넣었니?' 의 선생님 말씀에 얼굴이 빨개져 '울음이 금방 터져 나올 것 같았습니다' 는 미영이의 감성을 읽도록 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심약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자기 중심적인 의식을 갖게 할 소지를 남겨두는 것은 아닐까요?

이 글에선 꼭 있어야 할 지식의 부분이 빠졌습니다. 그것은 수돗물과 금붕어가 필요로 하는 물의 차이점과 조건에 대한 상식입니다. 그런 지식을 가르쳐 주지 않은 채, '물을 다시 갈아주면 금붕어는 곧 괜찮을 거다' 는 선생님의 말은 얼른 이해가 안 되는 표현입니다.

어린 미영이는 원초적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로 묘사되었고, 선생님도 이성적이기보다는 다분히 감성적 교육자로 나타나 있습니다.

교육은 본능적 감성을 다스릴 수 있고 이성적 지혜로 이끌기 위하여 지식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미영이가 알지 못한 수돗물과 어항물의 조건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않고 엎드려 있는 미영이에게 '살며시' 다가와 손을 얹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미영이의 손을 꼭 잡아 주셨습니다' 고 맺고 있습니다.

아마 교육의 현장에서 이런 일이 오해가 된다면 자칫 수습하기 곤란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철없는 어떤 아이가 '우리 선생님(남)이 엎드린 여자 어깨를 만졌어요'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이 어떻게 와전되어 소문으로 퍼져나갈 지 상상해 보십시오.

그 때는 선생이 아무리 오해를 해명하고 풀려고 해도 변명만 될 뿐입니다. 그래서 이성에 기초하지 않는 감성은 그것이 아무리 따뜻한 마음과 고운 뜻일지라도 취약해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배우게 하는 질문의 내용도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감성적 느낌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내용을 새로 꾸며 이렇게 써보았습니다.


새로 꾸며 쓴 글
------------- 선생님, 더 열심히 배워야겠어요

미영이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내가 선생님보다 먼저 가서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해드려야지.'
미영이는 교실 문을 소리나지 않게 열었습니다.
아무도 없을 교실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벌써 와 계셨습니다.
'아이 참, 선생님께서 먼저 오셨네.'
미영이의 설레던 마음은 싹 가셨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아직 미영이가 온 줄을 모르시나 봅니다.
미영이는 선생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선생님!"
"어유, 깜짝이야!"
선생님께서 무척 놀라셨나 봅니다.
"선생님도 금붕어를 좋아하세요?"
"그럼, 금붕어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미영이가 들어오는 줄도 몰랐구나.

글쎄 이 녀석들이 힘이 없다는 구나.
물을 오랫동안 갈아주지 않아 그런 다지 뭐냐.
내가 조금만 참으라고 했더니, 죽겠다는 거야."
그 때 미영이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내가 깨끗한 물로 갈아주어야지.'
미영이는 학교 공부를 마치자마자 수돗가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물통에 수돗물을 가득 담아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미영이는 담아 온 수돗물로 어항의 물을 갈아주었습니다.
금붕어들이 놀란 듯이 팔딱거렸습니다.
이튿날 아침, 미영이는 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교실에 들어섰습니다.
친구들이 어항 주변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금붕어가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수돗물로 갈아주어서 그런가 보다. 어항에 누가 수돗물을 넣었니?"
선생님의 말을 듣고 미영이는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려웠지만
천천히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새 물을 갈아주었어요……."
"미영이였니? 미영이가 착한 일을 했는데,
금붕어가 싫어하는 일이었나 보다.
수돗물에는 소독약이 있어 그대로 어항에 넣어주면
금붕어가 괴로워한단다."
"그럼, 금붕어가 죽나요?"
미영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환한 얼굴로 웃으시며 가르쳐 주셨습니다.
"수돗물도 며칠 받아 두었다가 쓰면 소독약 기운이 사라지니 괜찮아요.
내가 미리 받아둔 수돗물이 있으니 그 물로 다시 갈아주면
금붕어는 곧 괜찮을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선생님의 대답을 듣고 미영이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물을 갈아주자 금붕어는 좋아라 콧노래라도 부르는 듯
힘차게 헤엄쳐 다녔습니다.
미영이는 속으로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다짐을 하였습니다.
'선생님, 더 열심히 배워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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