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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씨티즌 마당에서 열린 '후원의 밤'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마산 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씨티즌 마당에서 열린 '후원의 밤'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외자기업의 일방적인 자본철수에 항의하며 143일째 '고용승계·폐업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아줌마 노동자'들이 일본 원정 투쟁 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를 열었다.

13일 저녁 마산 자유무역지역 내 (주)한국씨티즌 노조(위원장 박성희)가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인근 창원공단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아줌마 노동자들의 가족과 이웃들까지 참석, 마당을 가득 채웠다. 100여개의 탁자가 모자라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자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 꽃을 피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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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파업을 푼 (주)삼영 노동자들도 보였고, 곧 매각 절차에 들어가는 (주)세신 노동자들도 보였다. 또 '부당해고'에 맞서 마산시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경남일반노조 마산시립예술단지회도 천막 철거 가처분 신청을 걱정하면서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간부들도 참석해 아줌마 노동자들이 마련한 음식을 먹으면서 노동자들 속에서 외자기업의 횡포를 걱정하기도 했다. 손석형 민주노총 경남도본부장과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도본부 수석부본부장, 손송주 금속노조 경남지부장, 전창현 경남일반노조 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한국씨티즌 노조원 중에는 중년을 훨씬 넘긴 아줌마들이 많은데, 사위와 딸들이 와서 음식을 먹고 가기도 했다. 사는 동네의 이웃들이 단체로 와서 술을 먹기도 했다. 한 아줌마 노동자는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맛난 음식을 대접한 뒤, 공장 입구까지 바래다 주면서 연신 "고맙습니다"는 말을 했다.

옆에서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한 노동운동가는 웃음을 띠면서도 걱정에 휩싸였다. 그는 "사위가 손주를 안고 오고, 이웃들이 와서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있는 걸 보니 마음이 흐뭇하고 노동운동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빨리 해결되어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줌마 노동자들은 "고용승계 폐업철회" "외자횡포 막아내고 우리 일터 지켜내자" "경제특구 결사반대" 등의 문구를 쓴 조끼와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아줌마 노동자들의 이웃들은 지역 문화단체가 마련한 공연을 보면서, 처음 들어보는 민중가요지만 흥겨운 몸짓에 맞추어 박수를 치기도 했다.

4명 일본 원정 투쟁 벌여

(주)한국씨티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부터 일본 원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박성희 노조 위원장과 공욱석 비상대책위 공동위원장 등 4명이 본사가 있는 일본을 방문, 여러 노동단체와 언론사·국회·본사 등을 방문하면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후원의 밤' 행사는 일본 원정투쟁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것.

일본 원정투쟁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노동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 이들은 일본 노동단체 방문과 대표 면담, 일본 국회와 금속전자경영인협회, 씨티즌 노조, 씨티즌 본사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 후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이달 말경 국내로 돌아올 예정이다.

한국씨티즌은 지난 2월 폐업에 들어갔고, 노조는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여왔다. 그런데 씨티즌의 소송대리인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공장 정리 가처분 결정을 가지고 공장에서 투쟁 중인 노동자들을 바깥으로 끌어내기 위해 물리력을 쓰기도 했지만, 아줌마 노동자들이 강하게 저항해 버텨내기도 했다.

한국씨티즌 사태는 최근 사회쟁점이 된 외자기업 횡포의 한 전형으로 비춰지고 있고, 경제특구법의 폐단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탁자가 모자라 자리를 깔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탁자가 모자라 자리를 깔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민주노총 경남도본부 손석형 본부장은 "외자기업문제에 대해 흔히 민족자주권 회복을 이야기 하는데, 경제주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외자 철수에 따른 여러 문제를 한국씨티즌 노동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손 본부장은 "우리나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는 궁리만 하고 있는데, 외자 철수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세계화니 자유무역시대니 하면서 외자를 무조건 받아들여서만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흥석 수석부본부장은 "일본에 간 투쟁단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돌아와야 하지만, 어떤 성과물을 갖고 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며 "오늘 '후원의 밤'의 열기도 하나의 작은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한 아줌마 노동자는 "갖 구웠다"면서 들고 온 부침개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우리 일하고 싶어요. 우리 일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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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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