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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석
누구보다도 잘 놀고 누구보다도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도깨비들이 고슴도치 섬에 모여 한바탕 난장을 벌인다. 밤새도록. 날이 밝으면 도깨비들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도깨비 난장'으로 춘천의 고슴도치 섬이 들썩거린다. 공연자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관객이 반응한다. 관객은 화려한 조명 아래 한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공연자들의 모습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멋진 공연을 위해 무대 뒤에선 조용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무대 뒤에선 화려함 뒤에 감춰진 참가자들의 긴장감과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이들의 아쉬움이 함께 만난다. '2003 춘천국제마임축제'의 백미 '도깨비 난장' 무대 밖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바삐 움직이는 참가자들 사이로 막 고사를 끝낸 돼지머리가 눈에 띈다. 역시 축제 전 고사는 빠질 수 없다.

두 번째 공연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무대 뒤에는 막걸리 한잔이 돌아간다. 소설가 이외수씨와 이번 축제의 운영위원장 유진규씨, 그리고 E.T 할아버지 채규철씨가 함께 자리잡은 곳이 바로 그 곳이다. 유진규씨와 20년 동안 알고 지냈다는 채규철씨는 매년 참가해 왔다고 한다. 축제를 본 소감에 대해 채규철씨는 “축제 참가자들은 한에 중독된 사람들이 한을 풀러 온 것 같다"며 "축제는 미쳐야 한다”고 말한다.

▲ 무대 뒤의 또 다른 모습. 도깨비 난장의 또 다른 주인공인 자원 봉사자들
ⓒ 김진석
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무대 뒤쪽엔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함께 했다. 무대 뒤쪽은 아무래도 공연을 관람하기 어려운 곳. 자원봉사자 원혜경(20, 학생)씨에게 “공연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 않느냐”고 묻자, “공연은 10년 후에도 볼 수 있지만 봉사는 지금이 아니면 못한다”고 말해 질문한 것을 머쓱하게 만든다.

무대 뒤 한편에 마련된 여자 대기실이 궁금하다. 살짝 문을 열고 보니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 양(15)이 옷을 갈아입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들렀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긴장한 기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어머니 이수경(42)씨가 더 긴장한다.

무대 뒤를 살짝 벗어난 가장 가까운 곳. 돗자리에 누운 세 명의 사람들이 눈에 띈다. 무대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관람하고 있는 이들은 춘천에서 온 이승은(29), 김지원(29), 신영은 씨(29). 늦게 도착해 자리를 잡지 못한 탓이다. 이들은 또 “작년을 제외하고 모두 참가해왔다”며 “도깨비 난장을 관람하려면 침낭, 돗자리, 먹거리는 필수품”이라고 귀띔한다.

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무대의 열기가 더해 갈수록 무대 뒤 움직임도 바빠진다. 아직 공연이 두 시간도 더 남았지만 극단 ’코파스’의 단원 ‘숨’이 공연 연습에 한창이다.

밤 10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지는 공연에 배가 고프다. 공연장을 조금만 나오면 ‘도깨비 난장 먹거리 장터’가 기다리고 있다. 국수, 우동, 비빔밥, 순대, 도토리묵, 팥빙수 등의 먹거리가 한 상 푸짐하다. 강원도 찰옥수수도 놓칠 수 없는 먹거리. 특히 공연을 끝낸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원한 맥주와 함께 뒤풀이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뿐만 아니다. 홍대 앞에서 열리는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고슴도치 섬에도 자리잡았다. 그림으로 추억을 남기려는 연인의 모습, 자신이 만든 액세서리를 맘껏 뽐내는 아마추어 상인, 굳이 사지 않아도 좋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화려한 조명은 없지만 무대 밖에선 그렇게 또 하나의 난장이 벌어지고 있다.

ⓒ 김진석

"관객의 에너지가 넘치는 도깨비 난장이었다"
무대 밖에서 만난 일본인 공연팀 '가말초바'

▲ 열연 중인 케이슈케 우치다와 히로시 요시미
ⓒ김진석

이날 최고의 인기를 모은 극단은 단연 일본에서 온 ‘가말초바’. 한국 공연이 각각 2번째와 3번째인 케이슈케 우치다와 히로시 요시미는 코믹한 마임을 선보여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이들은 자원 봉사자들에게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4년째 호흡을 맞춰온 ‘가말초바’는 무대에서 보여줬던 코믹하고 재미있는 모습과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모습으로 팬들을 맞이했다.

-공연을 마친 소감은?
“아이들이 많아 공연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즐거웠다.”

-한국과 일본의 관객 반응을 비교하면 어떤가.
“한국의 반응이 훨씬 좋다. 관객의 에너지가 넘친다.”

-공연이 끝났는데 오늘 밤 무엇을 할 예정인가.
“맥주, 식사(한국말로), 그리고 공연을 관람하겠다”

-자신들의 공연과 관객반응을 각각 점수로 매긴다면.
“공연점수는 75점, 관객반응은 120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는 이번과 같이 재미있고 코믹한 공연보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가 강한 작품을 주로 한다. 다음 번엔 기회가 된다면 정말 우리가 하는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

-이번 공연을 하면서 아쉬움이 있다면?
“우리는 두 가지 공연을 준비해 한국에 왔다. 의미가 있는 진지한 공연과 코믹한 공연이다. 주최측에서 원해 코믹한 작품을 공연했다. 우리가 정말 하고 있는 작품을 공연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그밖에 다른 아쉬움은 없는가.
“무대 뒤에는 불빛이 없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웃음)

-내년에도 참가할 예정인지.
“우리가 원하는 공연을 하게 한다면 꼭 참가하겠다.” / 노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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