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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를 뒤덮고 있는 '새만금 추진' 플래카드
군산시를 뒤덮고 있는 '새만금 추진' 플래카드 ⓒ 장희용
10년동안 끊임없이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새만금! 참여정부 들어 노 대통령이 '신구상기획단'을 구성해 '새만금 사업을 폭넓게 구상하라'는 지시가 내려지자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수년간 지속되어 온 새만금 사업의 타당성을 원론에서 다시 검토하라는 뜻.

대통령의 이 지시가 떨어지자 지금 군산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군산의 희망인 새만금이 혹시나 중단될 지도 모른다는 절대절명의 위기감마저 느낄 정도로 도시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새만금은 당연히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역 파시즘적 분위기까지 감돈다.

기자가 기억하기로 군산에 오늘과 같이 도시 곳곳에 플래카드가 홍수를 이룬 적은 없었던 것 같다. 00 건설회사, 00 음식점, 00 회사, 00 부녀회, 00 주민자치협의회, 00 통반장 일동, 00 바르게 살기 협의회... 군산의 민과 관변단체가 총동원돼 온통 새만금 추진을 촉구하는 내용들이다. 이것만 보면 군산의 여론은 100% 새만금 사업 추진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인가 라는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모든 플래카드가 자발성이 아닌 관이 개입해 동원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군산시,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군산애향운동본부가 23일 오후 1시 '새만금 추진을 위한 범시민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대회장소인 군산역은 지금 대형 크레인까지 동원해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군산시가 이 집회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군산시는 시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궐기대회에 많은 참석 바랍니다'라며 대회일정과 장소 시간 등을 홍보하고 있음은 물론 각 읍면동사무소에 인원동원을 지시(?)해놓은 상태다.

또한 유관단체나 유관단체에 속해 있는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업추진을 촉구하는 플래카드 게첨을 유도했다. 아침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동원해 주민참여를 독려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대형버스가 준비돼 있으니 교통은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말이다.

민주사회에서 의견을 표출함은 말 그대로 자유이니 시민들이 새만금 추진을 위해 집단적 의사표시인 집회를 갖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추진'이라는 결론적 상황을 행정집행기관인 군산시가 시민동원령을 내려 대대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이 70년대 개발독재시대인가? 목표를 정하고 관이 이를 주도해 여론을 빙자해 밀어부치게... 새삼 민주주의에 대해 논한다는 것이 성숙되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국가에서 창피한 일이긴 하지만 다양성의 존중이 기본인 민주국가에서 다양성을 획일적으로, 그것도 국가기관이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동원령을 내리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새만금 사업은 그 사업의 장단점을 떠나 여전히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불완전한 사업이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여전히 사업의 타당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환경부와 시민단체 등은 새만금 사업의 타당성은 표를 얻고자 하는 정치적 논리에서만 그 근거가 있을 뿐이라며 사업의 부당성을 주장한다. 최상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민주사회에서, 또한 그 민주사회를 이끌어야 할 행정기관이 이를 정면으로 위배한 채 인원을 동원해 이를 관철한다는 사고방식을 했다는 자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역사에서 새만금이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예견처럼 우리 미래세대에게 재앙일 때 군산시는 이에대해 책임을 질 것인가? 보다 깊은 성찰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이 시대의 사회적 과제인 새만금 사업을 인원을 동원해 지역여론의 전부인 것 마냥 호도해 사업을 관철시킨다면 그 역사적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수년간 추진이냐 중단이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새만금 사업. 이 새만금 사업의 추진이냐 중단이냐를 결정하는 데 있어 지금으로서는 지역민의 여론이 대단히 중요한 절대적 가치를 가진다. 경제적인 판단, 환경적인 판단, 국가안보의 판단 등 모든 존재하는 판단기준 중 그 어떤 것으로도 현재의 새만금 논란에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는 없는 상황에서 중단이냐 계속추진이냐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유일한 잣대는 바로 이 지역여론밖에 없는데 인위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는 미래세대에 대한 현재의 조직된 범죄일 수도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이 여론 이외의 다른 판단의 근거들은 서로의 주장으로만 받아들일 뿐, 감히 새만금 중단과 지속을 결정할 만한 힘을 가질 수는 없다. 현재도 그렇고 새로운 새만금 구상 기획단이 꾸려져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결국 새만금은 새만금의 주체인 지역민들의 진정한 여론에 의해 그 향배가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관이 인원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새만금 추진, 시민의 주체적 여론인가?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잣대인 지역의 여론은 어떤가?

우선 표면적으로 접할 수 있는 여론의 향배는 새만금 추진으로 볼 수 있다. 지금 군산시 전체가 새만금 추진을 촉구하는 홍보물로 넘실대고 있으며 또한 지역여론의 주도층이라 할 수 있는 상위여론이 새만금 추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언론 또한 대부분 추진여론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들이 사실이냐는 부분에 있어서의 그 근거는 미약하다.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은 실체가 없다는 말로 표현하면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여론이라 함은 쉽게 말해 어떻게 생각하느냐하는 시민들의 주체적 생각인데, 사실 전북에서의 새만금에 대한 여론에서 이 주체적 생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밑으로부터의 생각인 진정한 여론이 아니라 정치인들을 비롯한 지역기득권 세력인 위로부터 형성된 의식이 여론으로 호도돼 마치 지역여론인 것 마냥 형성돼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23일 관이 인원을 동원해 여는 집회를 새만금 추진을 위한 지역여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를 반문해 보면 이같은 사실을 증명해 준다. 지난 김대중 정권 때에도 지금처럼 관이 주도적으로 대대적인 집회를 갖고,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해 새만금이 여론의 힘에 밀려 재추진되는 사례도 있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이것이 지역여론임을 내세우는데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는 이유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찬반이 사업자체의 타당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인 논리 즉 '호남소외론'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호남소외론'... 지역주의를 조장할 수 있는 의제이기는 하나 이 부분이 현재 새만금 추진여론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핵이고 보니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호남소외론은 역대 영남 정권하에서 호남이 차별당함으로써 개발, 즉 발전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이같은 과거의 역사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김대중 정권과 지난 국민경선 당시 광주의 노무현 후보 선택, 그리고 노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정서'가 이미 호남소외론이라는 케케묵은 정서를 극복해가고 있었고, 극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한 상징성을 부여해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대회가 열린 군산 역 광장에 대형크레인까지 동원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 대회가 열린 군산 역 광장에 대형크레인까지 동원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 장희용
그렇다면 망국병이라는 지역주의를 극복해가고 있는 호남인들의 정서를 자꾸만 소외론으로 깨우는 것은 누구이며 왜 그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주범은 정치인이다. 호남에 표를 두고 있는 정치인이며 또한 영남에 표를 두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리고 선거 유세에서 새만금 아니면 '희망'을 이야기 할 것이 없는 미래비전 없는 자치단체장들이다. 이들에게 있어 새만금은 소외론을 표면적으로 드러내 표를 얻어 정치생명을 이어가고 선거공약시 새만금 하나에서 줄줄히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공약들을 늘어놓을 수 있으니, 그리고 몇 십년동안 그 새만금 하나를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니 절대 놓칠 수 없는 그들에게야말로 '희망'인 셈이다.

그 희망을 포기한다?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최소한 새만금의 주체인 전북지역에서, 그리고 군산에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일은 진행되지 않았다. 무조건 새만금 사업은 그동안 소외된 호남의 개발=발전이라는 논리, 다분히 정치적 생명을 잇기 위한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토호세력들이 일구어 낸 설정된 논리였다. 그리고 그 속에 지역민들이 의식이 그냥 그대로 굳어져 버린 것 뿐이다. 물어보면 안다. 이제는 새만금 사업의 효용성을 논하지는 않는다. 무조건 새만금 사업은 개발이며 곧 역대정권에서 소외된 호남의 발전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진정한 여론이 아니다.

오늘 열릴 조직적 집회를 통해 그들만이 설정한 '군산발전=새만금' 스펙트럼일 뿐이다. 의도적으로 유도된 여론이라는 결론, 기사의 공정성을 상실한 결론인가?

하지만 군산시가 각 언론사로 보내 보도자료를 보면 여론의 조성을 인위적으로 조장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다음은 군산시가 각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 내용이다.


'새만금 사업 성공적 추진을 위한 대대적 범시민 궐기대회 개최 예정'

○군산시 유관기관 및 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은 12년동안 1조 4,259억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된 새만금사업이 일부 몇몇 환경론자들에 의해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30만 군산시민은 물론 200만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5월23일 오후2시 군산 역 광장에서 12,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만금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범시민 궐기대회를 갖기로 했다.

○이날 궐기대회를 통해 일부 반대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도 않는 외국의 사례를 가지고 무조건 반대하는데, 이러한 세력들을 우리 200만 전북도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시민들의 강력한 의지를 전해, 새만금사업의 중단은 전북도의 미래가 중단된 것인 만큼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하기로 했다.

○이에 성공적인 궐기대회를 위해 행사당일까지 시민, 기관단체의 자발적인 동참과 플래카드 게첨 등의 홍보를 통해 새만금 사업의 지속추진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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