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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생업도 포기하고 가족, 친지, 친구들과도 교류가 없어지고 이혼으로 가정까지 파탄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너무 보고싶습니다"

해마다 30만 건의 미아신고 중 500여 명이 실종된 상태에서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가족들.

▲ 지난 2000년 4월 실종된 준원이 모습
ⓒ 정동균
최용진(41) 전국 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도 지난 2000년 4월 4일 자신의 둘째 딸 최준원(당시 6세 현 9세. 여)양을 망우동 염광아파트 자신의 집 앞에서 잃어버린 후 지금껏 찾아 헤매고 있다.

최 회장은 "당시 제 딸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는데, 저와 같은 미아·실종가족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시민의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며 "경찰의 초동수사가 활기를 띄었으면 좀더 빨리 아이들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라고 모임의 배경과 경찰수사의 한계점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현재 150여 명의 회원이 있는 이 모임의 가족들은 한결같이 경찰수사에 불신, 스스로 생업을 포기하고 주변과 단절한 후 직접 아이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최 회장도 생업인 건설업을 포기한 상태.

최 회장은 "준원이 경우도 4월 4일 실종된 후 바로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3일 뒤인 7일에서야 찾아와 수사를 시작했다"며 "조서를 작성하는데 '단순가출'로 표기해 강하게 항의하자 다시 '납치 및 실종'으로 정정하는 등 경찰수사의 의존할 수만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현재 실종아이들의 부모들과 함께 △전담수사반 편성 △전국 보육시설의 인가·비인가 투명한 실태파악 △DNA검사 시스템 구축 △외교통상부의 해외입양아 실태 조사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실종 아이들 부모들은 일선 경찰의 업무가 강력 사건에 치중하고 과다하기 때문에 전담수사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복지재단 '어린이 찾아주기 종합센터'는 업무가 가중하고 직접적인 수사권이 없다"며 "경찰수사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실종어린이를 찾기를 전담으로 하는 수사반이 신설되야 한다"고 밝혔다.

보육시설의 실태파악도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K모(당 15세 현 19세)군 역시 콩나물 심부름을 갔다가 실종돼 4년만에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K군을 찾은 것은 비인가 시설인 모 정신요양원. 인가시설의 경우 정부간섭이 많기 때문에 비인가로 운영한다는 것이 원장들의 말. 또 L모(당 11세 현 18세)양 역시 파주에서 7년만에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는데 L양이 있던 정신요양원은 이들 부모가 4번이나 갔던 곳.

결국 아이들 신상카드에 이름을 바꾸고 직접 확인할 수 없게 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더욱 문제는 L양에게 자신의 이름이 틀렸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엄마 아빠가 날 버렸는데 집에 가기 싫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아이들을 잃어버린 것도 문제지만 시간이 지나면 얼굴도 변하고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다"고 눈물을 흘렸다. 더구나 자진해서 아이들의 DNA검사를 의뢰, 아이를 찾은 사례가 있다.

광주 성애원(원장 김오현)에서는 2세 미만에 들어온 아이들 6명 정도를 DNA 검사를 실시, 그 중 김수환(당 2세 현 10세)군을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이 같은 사례처럼 약 3만원 정도하는 DNA 검사로 어린아이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각종 보육시설 원장들도 인식을 전환해야 하지만 정부차원에서 DNA검사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150여명 부모들은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이 관철되기보다는 자신의 아이들을 예전처럼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아이들을 잃어버린 후 5년 정도가 지나면 90% 정도가 외부와 단절되고 직장을 잃고 또 이혼 후 가정이 파괴된다고 한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도 무너집니다. 희망없는 사회는 미래도 없습니다. 우린 너무 지쳤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가족의 품으로..."

당차고 똑똑해 학교에서도 시험을 보면 항상 100점이던 아이라고 회상하며 울먹이는 최 회장. 준원이와 재회의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최용진 회장은 참고 있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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