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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슴 철렁한 신문기사를 보았습니다.

"전교조의 독선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에 굴복할 수 없다."
"국가의 의사결정 절차 등을 마비시키려는 불법적인 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 있다."
"연가투쟁시 가능한 징계수위가 무엇인가? 중징계시 교사 수는 부족하지 않은가?"
"인권위의 결정은 지나친 것 아닌가?"

참여정부의 대통령께서 온 국민이 주목하는 국무회의를 통해 전교조를 지칭하며 한 말씀입니다. 무엇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하 네이스)과 관련하여 정부의 현명한 결정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했던 많은 교사들에게는 실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교조의 독선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 교육부조차 반대했던 네이스가 청와대의 주도로 도입된 것도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대다수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동의와 의견 수렴없이 네이스를 일방적으로 시행한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그 흔한 공청회 없이 은밀하게 베일에 싸여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시행한다고 들고 나온 것이 네이스입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신상정보는 물론 교사들의 신상정보까지 교육청 서버에 집적하겠다는 발상이 어디 가당키나 합니까? 그래 세계 어느나라에서 학생들의 건강기록부와 생활기록부를 교육청서버에 집적하고 있습니까?

교사의 양심으로 이를 용인하기 어려워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인증도 거부하고 연가투쟁도 다녀왔습니다. 그때 관료들이 어떻게 했습니까? 콧방귀 뀌면서 무시했습니다. 해볼테면 해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반대하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네이스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하면서 장관을 비롯한 교육부 관료들은 그렇게 인권침해 요소가 심각하다면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따르자고 했습니다.

자신들도 그 결정을 따를테니 전교조도 받아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결정이 어떻게 나왔습니까?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이 나오자 오히려 이를 번복하고 나선 사람들이 누구였습니까?

독선과 극단이라니요? 누구에게 독선과 극단이란 말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대통령을 힘들게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교조 교사들이 아닙니다.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뭉쳐 자신들이 한 약속조차 저버린 교육부장관과 교육부 관료들입니다. 그들에게나 어울리는 독선과 극단이란 말을 어떻게 전교조 교사들에게 사용하고 계십니까?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대화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대화 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전교조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참여한다고 하면 교육부의 결정에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 뻔한데 누가 참여 하겠습니까?

진정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 자체는 거부하고 국민들의 눈이 무서워 흉내만 내는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까? 대화거부라뇨? 대통령께서 억지주장만 늘어놓는 관료들에게 둘러싸여 진실을 보지 못하고 계시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수시모집 일정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인권위원회는 그런 것까지 감안한 신중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예산 문제도 그렇습니다. 네이스만 시행한다고 해도 전국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저장하기 위해 지금의 운영체계는 계속 업그레이드 시켜야 합니다. 결국 막대한 추가 비용이 소요됩니다.

천문학적인 예산 운운하며 인권위원회 권고결정을 거부할 명분만을 찾는 교육부 관료들에게 국민의 정보 인권은 없습니다. 네이스가 시행되지 않을 때 자신들에게 떨어질 책임을 모면코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인권위원회의 결정은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두차례나 결정이 미루어질 만큼 신중한 결정을 내렸으며 정부의 잘못된 시책에 대해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 받아야 합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최후의 수단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것이 연가투쟁입니다. 사실 교사들에게 일터인 학교와 학생들을 잠시동안 떠나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고픈 사람들이 전교조 교사입니다.

물론 관료들과 수구언론들은 전교조 교사는 시도때도 없이 연가투쟁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이런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연가 투쟁 전에 문제가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5월16일부터 19일까지 시행된 조합원 찬반투표 과정에서 수렴된 많은 교사들의 의견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손에 백묵 들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지 않는 정부에 교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네이스는 교사의 양심으로 도저히 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 실정법에 어긋난다면 말씀하신대로 처벌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참여 정부의 정신이라면 묵묵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렇지만 공권력이란 큰 힘으로 오히려 힘없는 국민들을 굴복시키려는 이 정부에게서 국민들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며 지지를 철회할 것입니다. 깊이 깊이 헤아리시기 바랍니다.

최근 화물대란, 방미외교에 대한 비판, 한총련 학생들의 시위 등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여러 가지 일로 인해 상심이 크실 줄 압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의의 전교조 교사들을 반미주의자로, 참여정부의 도전 세력으로 규정짓고 공공의 적으로 왜곡하셔서는 안될 것입니다.

전교조 교사들은 지금이라도 대화를 통해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한 국무위원의 말처럼, 전교조의 참여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전교조가 교육현안의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바쁘신 가운데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면서 짧은 인사 대신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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