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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기 '국립 5·18 묘지' 관리사무소장
정종기 '국립 5·18 묘지' 관리사무소장 ⓒ 이국언
국가보훈처로 바뀌면서 첫 부임한 정종기(54) '국립5.18묘지' 관리사무소장은 "당시 광주가 고립되고 언론이 통제된 상태에서 타 지역에서는 아직도 왜곡된 인식이 많이 남아있다"며 국립묘지 승격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광주의 진실을 알릴 수 있게 된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 공간인 5·18묘역에서 학술대회나 계기행사가 많이 열려 소중한 체험학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한번 스쳐가듯 하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묘역을 둘러봤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5·18 광주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첫 기념식을 치른다. 남다른 감회가 있을텐데.
"과거만 해도 폭도로 몰리다가 작년 '민주 유공자법' 제정으로 뒤늦게나마 명예회복이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 또 광주전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던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이 공식적인 법률 제정으로 영령들의 뜻이 국가적 차원에서 널리 파급될 수 있게 된 점도 큰 의미가 있다.

희생자 중에는 고교 동창과 집안 인척 관계에 있는 분이 모셔져 있기도 한데 그 동안 90년대부터 민족정기 선양사업을 맡아 일해 온 경험도 있기 때문에 국가보훈처의 축적된 노하우를 잘 살려볼 생각이다. 또 이제 국립묘지가 됐기 때문에 5·18이 탈(脫)지역화 하는데도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다."

- 탈지역화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당시 광주가 고립되고 언론이 통제된 상태에서 타 지역에서는 아직도 왜곡된 인식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진상이 밝혀지기 전 진실규명을 위해 다소 과격하게 투쟁해 온 것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작년 지만원씨만 보더라도 일간신문에 오월 영령들을 좌경폭도였다고 매도하고 나서지 않았는가.

일부에서는 5·18의 세계화를 얘기하는데 민주와 인권을 위한 순수한 항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측면에서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이 곳을 방문한 사람은 5·18 묘역이 DJ가 일부러 성역화 해 놓은 것으로 잘못 아는 경우도 있는데 지역감정에 의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새로 알고 돌아갈 때 뿌듯하기도 하다."

- 국가보훈처로 이관되면 어떤 것이 달라지는가.
"시립묘지에서 국립묘지로 바뀌면서 관리주체가 광주시에서 국가기관으로 바뀐 점도 있지만 한 자치단체 차원에 머물던 오월의 위상과 뜻이 국립묘지가 되면서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마인드 자체도 차별화 해야 한다. 의전과 시설관리 면에서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유물전시관이 아직 없는데 예산당국에서는 이미 상무지구 기념공원과 자유공원 두 곳에 기념관이 있어 중복투자라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활용도 면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5·18 묘역에 전시관이 건립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 생각이다."

- 5·18 묘역은 이제 민주화의 상징적 장소로 인식되면서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국립묘지 위상에 걸맞게 하기 위해 11명 직원 모두가 의전요원화 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 우선 우리들의 정신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령들의 정신에 우리 스스로 동화됐을 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의전과 안내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늘이 없어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민주광장에 느티나무를 옮겨 심고, 묘역 경계가 철제 펜스로 둘러싸여 있어 미관상 좋지 않아 대신 광나무를 식재 해 묘역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했다. 또 유휴지로 남아있던 곳엔 우리 꽃 100여종을 심어 생태학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 5·18묘역을 찾는 이유중의 하나는 추모를 넘어 80년 광주항쟁의 역사적 정신을 계승하자는 것에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보는데.
"옛 말로 보면 능 참봉, 묘지기인 셈인데 단순히 시설물 관리뿐만 아니라 영령들에 대한 선양사업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역사적 공간인 이 곳에서 학술대회도 열리고 사생대회 같은 계기행사도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광주시에서 인근에 유스호스텔 같은 시설을 세워 공익적 차원에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방학기간 수련회 장소로도 훌륭히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학교의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직접 와 보고 느껴보면 더 없이 소중한 체험학습 공간이 될 것이다."

- 5·18 묘역이 가지는 상징성과 역사성에서 민족민주열사들이 모셔진 구 묘역에 대해 아쉬움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구 묘역에 대한 관리를 바라는 요구가 있는 줄 알지만 구 묘역은 이미 광주시에서 사적지로 관리하고 있어 관리주체가 다른 점이 있다. 구 묘역에 대해서도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민족민주 열사 37기는 앞으로 용역결과에 따라 수유리 민주공원이 조성되면 그곳으로 모셔갈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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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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