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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의 유래

5월 15일은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이다.

국내에서는 병역거부라는 사안이 알려진 지 불과 3년여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으로 병역거부는 상당히 긴 역사를 갖고 있다. 295년 종교적으로 병역을 거부했던 막시밀리아니우스가 역사상에 기록되어 있는 최초의 병역거부자이다.

사실 병역거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악이라는 종교적 평화주의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평화주의, 생태주의, 아나키즘 등의 다양한 이유의 병역거부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은 1981년 '세계병역거부자회의(International Conscientious Objectors Meeting, ICOM)'에 의해 조직되던 것이 1995년 차드회의 이후 이 회의가 더 이상 개최되지 못하자 '반전인터내셔널(War Resisters International, WRI)'이 조직하고 진척시키게 되었다.

이 날에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탄압이 심한 특정 국가 혹은 지역을 이슈로 선정하여 세계 각국에서 공개토론회, 농성, 시위, 각종 행동들, 세미나, 캠페인 그밖에 많은 활동이 벌여진다.

특히 올해는 한국과 함께 가장 군사화된 나라 중 하나인 이스라엘의 병역거부를 주제로 하여 영국(런던, 웨일즈), 콜롬비아(보고타), 크로아티아(자그레브), 프랑스(파리), 한국(서울), 미국(샌프란시스코, 아틀란타, 시애틀), 이스라엘 등 7개국 10개 도시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세계 병역거부자회의는 20개 이상의 나라에서 100여명 이상의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배경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상황들

이스라엘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도로 군사화 되어 있는 나라이다. 또한 여성에 대한 징집이 유일하게 실시되고 있는 국가이며 징집으로 인한 차별이 심각한 국가이다.

이스라엘의 유치원 아이들은 학예회에서 군대행진을 공연하고, 군복을 입은 교사와 함께 수업하며 공공 영역과 사적 영역에 두루 직업군인들이 배치되고 있다. 정치인과 내각장관 역시 대부분 군인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군사화 되어있는 국가에서 징병은 정치적 힘의 중심축이며 정치적 의제에서 주요한 이슈이다.

또한 여성에 대한 징집이 유일하게 실시되는 만큼 여성병역거부가 유일하게 이뤄지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에서는 여성에 대한 병역거부는 폭넓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여성에 대한 배려이기 보다는 여성 자체를 불필요한 자원으로 사고하는 차별적 인식이 주요한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병역거부를 판명하는 '양심위원회(conscience committee)'에서 치러지는 이스라엘 소녀들에 대한 검증은 짧고 진부하며 매우 모욕적이며 심각하게 위협적이다. 이스라엘 사회에서 여성들의 병역거부는 개인적 단계에서는 용감하나 사회적으로는 '하찮은 일'로 여겨진다.

이스라엘 병역거부의 특징은 평화주의, 아나키즘과 같은 보편적, 절대적 병역거부도 존재하나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대한 병역을 거부하는 '선택적 병역거부'이다.

'선택적 병역거부'는 1982년 레바논 침공 시기에 현저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때 유대인 병역거부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예쉬그불(한계가 있다)'이 설립되었으며 예쉬그불은 적어도 이 전쟁기간 동안 168명의 유대인 병역거부자들이 투옥되어 있다고 집계하고 있다.

이러한 선택적 병역거부운동의 빠른 성장은 지휘관들을 매우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유대인 병역거부자들이 처벌을 받는 대신 이스라엘에서 다른 임무를 맡게 되었다.

'선택적 병역거부'의 다음 물결은 1987년 첫번째 팔레스타인 인티파다에서 나타났다. 당시 수백명의 군인들(대부분 예비군이었다)이 팔레스타인 군중을 진압하는 전쟁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이 유대인 병역거부자들은 격렬히 저항했고, 이것은 마침내 이스라엘 정부가 마드리드 회담에 참석하기로 결정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 회담은 최초로 팔레스타인 대표부와 마주 앉는데 동의한 것이다.

최근 인티파다는 선택적 유대인 병역거부자들을 다시 양산하고 있다. 1000명이 넘는 군인들, 예비군들, 징병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이 팔레스타인 군중들을 진압하는데 일조하기를 거부했다. 200여명의 유대인 병역거부자들은 지금까지 감옥에 있다. 이스라엘의 병역거부는 현역 장교와 사병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이렇듯 적어도 이스라엘에서의 선택적 병역 거부는 군대 내에서 가치 있고 매우 효과적인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스라엘 정부의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탄압은 가혹하다. 실제로 병역거부를 이유로 8차례에 걸쳐 수감된 경우도 있다.

2003년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의 행동들

우선 이스라엘에서는 이스라엘의 유대인 병역거부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5월 9일과 10일 양일간 세미나 형식의 행사를 통하여 각국 참가자들을 통하여 각국의 병역거부운동 경험나누기와 이스라엘 병역거부의 현황을 토론하고 비폭력 저항운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또한 5월 11일부터 14일까지는 비폭력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 트레이닝은 비폭력주의와 비폭력 행동을 소개하고 행동방법을 실습하며 직접 행동에 있어 적대적 행동을 취하는 주변사람들에게 대처하는 기술 등을 훈련한다.

마지막으로 5월 15일 당일에는 앞선 기간의 토론과 실습을 근거로 이스라엘 정부에 항의하기 위한 비폭력 직접행동을 펼치게 된다.

이번에 행사를 진행하는 7개국에서는 각자의 상황에 맞는 형태로 행사를 진행하게 되며 한국에서는 오후 1시 이스라엘 대사관 건너편 목화예식장 앞에서 이스라엘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탄압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침공 및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며 오후 7시 숭실대 한경직 기념관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모임 '전쟁없는 세상(www.withoutwar.org)' 후원의 밤을 진행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모임 '전쟁없는 세상'의 발족의 의의

세계적으로 병역거부운동의 기나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의 병역거부운동은 불과 3년에 불과하다. 병역거부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것이 3년일 뿐 우리 사회에 병역거부문제가 가벼운 사안은 아니었다.

지난 50여년간 1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투옥되었고 심각한 인권탄압을 받아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이 특정종교(여호와의증인)인이라는 이유로 무관심했으며 심지어 경멸해오기까지 했다.

2001년 불교신자 오태양씨의 병역거부 이후 비종교적 이유의 병역거부자들이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병역거부운동은 이제 2라운드에 돌입했다.

30여개의 시민사회가 참여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에 의해 보호받고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우리 사회의 극소수자이며 차별의 대상이었던 병역거부자들이 자신들의 신념과 양심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하여 '전쟁없는 세상'을 발족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병역거부 운동은 시민사회단체를 아우르는 '연대회의'의 외부 활동과 평화와 인권의 신념을 가진 병역거부자들의 모임 '전쟁없는 세상'의 내부활동을 통하여 더욱 활성화되고 내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쟁없는 세상'의 발족에 맞춰 함께 활동을 시작하게 될 '전쟁없는 세상 후원회'는 병역거부운동을 지지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많은 이들이 함께하게 될 것이다.

그간 우리사회에서 일상적 반전운동을 펼쳐오던 경우는 드물었다. '여중생 범대위'나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처럼 대부분 이슈를 가지고 모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이제 '전쟁없는 세상'을 통하여 일상적이고 전면적인 반전평화인권운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세계병역거부자의날 국제연대행동에 참여함으로서 국내 병역거부운동이 국제적 연대의 차원으로 발전하게 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병역거부는 모든 일상적 폭력과 억압을 거부하는 것이며 차별과 탄압에 대하여 가장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비폭력 직접행동'을 통하여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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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 9일 병역거부를 공개선언한 양심적병역거부자로 현재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라는 지역단체에서 저소득층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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