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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세르바토리오(Conservatorio)'라 함은 음악원으로서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를 의미한다는 것쯤은 어느정도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단어 본래의 의미가 고아원과 같은 어린이 보호시설을 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탈리아어로 콘세르바토리오의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구빈원, 육아원, 양호시설, 소년원 그리고 음악원등 여러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이렇게 서로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을까?

그 유래는 16세기 초 이탈리아 나폴리 지방으로 찾아가보면 알 수있다. 그 무렵 나폴리의 음악가들은 갈 곳없어 방황하는 어린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보호시설의 필요성을 깨닫고 자신들의 고향인 나폴리에 4곳의 고아원을 세우게 된다.

그 고아원들은 당시만해도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단체들이었고 갈 곳없던 아이들의 유일한 보호시설이 되었다.

그 곳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은 교회의 예배의식에 참여하며 서서히 교회내에서의 음악을 담당하게 되었고, 그들의 역할이 조금씩 중요해지면서 전문적으로 그들을 훈련시켜야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노래와 악기 그리고 작곡등을 가르쳤고, 전문화된 그들의 능력은 '스쿠올라 나폴레타나(Scuola Napoletana)'라고 하는 서양음악사에 있어서 아주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되는 발판이 되었다.

현재는 많은 국립음악원들이 콘세르바토리오의 이름과 함께 훌륭한 음악인들을 배출해 내고 있다.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수많은 고아들을 생각해 볼때 과연 우리가 그들의 음악적 재능을 얼마나 찾아주고 있는가 돌이켜 생각해 보게 된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잠깐 동안 경험했던 보호시설 아이들과의 음악활동때 보았던 초롱초롱한 그들의 눈망울이 너무도 생생하다.

바로 옆의 짝꿍이 피아노 학원 다닐 때 나도 학원 보내달라고 쉽게 말할 수없는 아이들. 우리가 이제는 그 아이들의 권리를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

과거 16세기때의 콘세르바토리오는 아니더라도 소외된 어린이들을 위한 전문 음악기관이 생긴다면 그들의 얼굴에 작은 희망의 미소를 찾아주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현실상 이런 전문 음악 학교를 만들기 힘들다면 우리 음악인들이라도 한 사람씩 앞장 서 나서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 보호시설의 아이들에게는 무료로 레슨을 해주는 것도 하나의 시작이 될 수있다고 본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채 세상속에 한 번 버림 받은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서 음악을 선택할 수있는 권리까지 빼앗는다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없다. 이제라도 그 아이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건 어떨까?

그 아이들 속에 제2의 장영주, 제2의 장한나가 없다고는 아무도 말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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