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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김민수
5월 들어 제주는 비가 자주 옵니다.

가뭄도 걱정이지만 비가 너무 자주 오면 농작물이 병충해에 약해집니다. 비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키우던 저의 작은 텃밭의 시금치에도 잎이 누렇게 변하는 병이 찾아왔습니다.

이 기사를 썼더니 어떤 분께서 약을 치지 않으려면 열심히 솎아내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하셔서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시금치를 솎았습니다.

욕심을 부린 탓인지 솎아도 솎은 티가 나질 않습니다. 너무 빽빽하면 잘 자라지 못해서 새순이 나오기 시작하면 부지런히 솎아서 먹어야 남은 것들도 풍성해 집니다.

시금치의 색은 푸른색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뿌리부분은 연한 보라색을 띠고 있습니다. 보라 빛이 아름답고, 맛나 보입니다. 기왕 솎기 시작한 것 좀더 많이 솎아서 교인들에게 나눠주어야겠습니다.

ⓒ 김민수
마늘쫑을 꺾는 계절입니다.

마늘쫑이 나오기 시작하면 마늘밭마다 아낙들이 수건을 두르고 마늘쫑 따기에 바쁩니다. 마늘쫑을 따주지 않으면 마늘이 부실하다고 합니다. 꽃을 피우는데 너무 많은 힘을 소비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생으로 먹는 마늘쫑의 매콤한 맛도 좋고, 고추나 멸치를 넣고 볶아서 먹는 맛도 좋습니다. 간장에 졸여서 먹는 맛도 일품이구요.

시금치도 그렇고 마늘쫑도 그렇고 솎아줌으로 더 풍성해 지고, 건강해 질 수 있는 평범한 삶의 진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줌으로 인해 더 풍성해지는 진리를 말없이 자신을 줌으로서 말하고 있습니다.

고추나 가지, 토마토 등도 꽃이나 가지가 올라오는대로 다 두면 자잘한 열매밖에는 못 맺습니다. 곁가지는 열심히 따 주어야 풍성한 열매를 맺죠.

ⓒ 김민수
마늘쫑을 꺾다 아마추어 농사꾼답게 밟지 말아야 할 것을 밟아 마늘대를 부려 뜨렸습니다. 꺾어진 마늘대의 마늘을 까보니 하얀 햇마늘은 아직 온전히 여물지는 않았지만 먹을만하게 자랐습니다.

햇마늘은 날로 빨간 고추장을 듬뿍 발라 한 입에 '우적!' 씹어먹는 것이 제 맛입니다. 입안이 화끈거리고 속이 얼얼하지만 그 맛에 또 젓가락이 갑니다.

올해는 아직 지켜봐야 하겠지만 마늘농사가 풍년일 것 같은데, 마늘 값도 좋아서 농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민수
이 완두콩의 내력은 이야기하자면 조금 깁니다. 우선 고향은 서울이고, 지난가을에 뿌려져 겨울에 꽃을 피웠던 것입니다.

어머님이 심어보라고 보내주신 완두콩을 권사님들에게 나누어 드리고는 봄에 심으라 했더니만 가을에 뿌려도 된다며 뿌리셨습니다. 그런데 겨울이 채 지나기도 전에 싹이 쑥쑥 올라오더니 꽃이 피고 말았습니다.

'헛 꽃'이라고 '바보 꽃'이라고 하면서 콩을 맺지 못할 것이라고 다들 그랬는데 콩이 바나나같이 주렁주렁 열려서 속을 채운 것입니다.

봄에 뿌린 저의 텃밭에는 이제야 완두콩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씨앗을 얻어갔으니 갚으러 왔다며 권사님이 완두콩을 한 소쿠리 가져오셨습니다.

씨앗 하나가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고, 풍성하게 자란 씨앗들이 하나 둘 솎아져 몸에 모셔짐으로 밭에 남아있는 것들은 더욱 더 삶의 지경을 넓혀가며 풍성해 지는 나의 텃밭은 나의 작은 명상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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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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