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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국 대사는 최근 북한 과학자, 장성들의 서방 망명설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사진은 지난해 오마이뉴스 열린 인터뷰에 참가한 허바드 대사.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국 대사는 최근 북한 과학자, 장성들의 서방 망명설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사진은 지난해 오마이뉴스 열린 인터뷰에 참가한 허바드 대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국 대사는 22일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21일 오후 4시 인터뷰 녹음)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북한 핵 과학자와 군장성 22명의 서방 망명설'을 부인하면서 3자 회담의 전망과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허바드 대사는 우선 이번 3자 회담의 목적이 한국과 일본까지 참여하는 '다자 회담'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허바드 대사는 "우리(미국)가 희망하고 목표로 하는 바는 이 회담의 범위가 확대되어 한국,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화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회담에서 결론이 도출되려면 한국과 일본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허바드 대사는 "한국이 회담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어떠한 자금도 댈 수 없다"고 밝힌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을 "자연스럽고 합당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3자 회담 목적은 '다자 회담' 끌어내기 위한 것"

아울러 허바드 대사는 "북한이 과거 합의를 이행한다고 해서 미국이 보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합의를 다시 이행하면 북한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계획을 앞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해 핵문제 해결로 북한이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자세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여전해 강조했다.

허바드 대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이 지역의 안정과 국제 비확산체제와 전세계를 위협하는 것이고 테러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함으로써 현 상황을 시정하는 것이 제 1단계"라며 "북한의 핵 포기가 있은 후에는 여러 부분에 대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허바드 대사는 또 최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발표한 '폐연료봉 재처리 성명 파문'에 대해 "북한이 발표한 한국어 성명과 북한이 직접 번역한 영문 성명간에는 의미상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북한이 실질적으로 재처리 작업을 시작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허바드 대사는 "이번 회담(23일 3자 회담)에서는 특히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가 우리의 첫 번째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뒤,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탄도 미사일 수출, 인권 상황 등에서도 "크게 우려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자 회담은 물론, 이후 진행될 북-미간 대화에서 미사일 개발 문제와 인권 문제 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음은 허바드 대사의 인터뷰 전문.

-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관리들은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위한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을 곧 갖게될 것이란 보도는 잘못 번역된 것이라고 했다는데 확인해 줄 수 있나.
"북한이 발표한 한국어 성명과 북한이 직접 번역한 영문 성명간에는 의미상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우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측 전문가들은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 작업을 개시했는지의 여부에 관해 한국어 성명이 영문 성명만큼 확고한 어투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혼란이 있었던 겁니다. 언어 분석가들은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를 시작할 수 있는 시점에 거의 도달한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재처리 작업을 시작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실질적으로 플루토늄 재처리 작업 들어갔다고 보지 않아"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미 행정부 관리는 협상이 진행되면서 다른 나라들도 참여하게 될 것이고, 이번 첫 회담은 예비회담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첫 회담부터 실질적인 협의가 시작될 거라고 내다보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의 참여 없이는 생산적인 회담을 통해 관련 사안을 생산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물론 이번 1차 회담의 목적은 북한과 다자회담을 시작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희망하고 목표로 하는 바는 이 회담의 범위가 확대되어 한국,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화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참여폭을 넓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은 이번 3자회담을 실질적인 양자회담으로 보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의 참여 없이는 이같은 회담이 실질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자간 회담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고 회담에서 북한, 중국과 본격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회담에서 결론이 도출되려면 한국과 일본의 참여가 있어야 합니다."

-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국이 회담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어떠한 자금도 댈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의 참여 없이 한국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은 없나.
"윤영관 장관께서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셨다고 생각하며 또 자연스럽고 합당한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장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럼스펠드 미국방장관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적 지원은 없을 거라고 했다. 이건 협상용 위협인가, 아니면 실제로 적용되는 강경노선인가.
"럼스펠드 장관뿐 아니라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모두는 이미 체결한 합의들을 파기한 북한이 그 합의들을 다시 준수한다 해서 북한에 보상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밝혔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과 체결한 제네바 합의, 한국과 1992년에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 합의, 비확산조약(NPT) 및 IAEA 핵안전 조약 등을 다시 이행한다고 해서 북한을 보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합의를 이행하는 것은 북한의 마땅한 의무입니다."

-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주재 미국대사관 관리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은 정치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찾겠다고 했는데 미 대사관과 럼스펠드 장관의 말에는 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
"차이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확실하고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면 북한의 안전과 국제협력 등의 혜택을 줄 수 있는 과감한 접근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합의를 다시 준수하는 북한의 행위를 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합의를 다시 이행하면 북한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계획을 앞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 포기가 현 상황을 시정하는 1단계"

- 윤영관 장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중유도 다시 제공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워싱턴은 주저하고 있는데.
"그것은 가설적인 질문입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이 지역의 안정과 국제 비확산체제와 전세계를 위협하는 것이고 테러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함으로써 현 상황을 시정하는 것이 제 1단계입니다. 북한의 핵 포기가 있은 후에는 여러 부분에 대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현재로서는 경제 협력을 포함하거나 배제하고 싶지 않습니다."

- 부시 행정부는 중유제공을 위한 예산을 삭제한 바 있다. 그래서 한국정부가 그 부담을 지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한국이 회담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현금 지원은 없다는 윤영관 장관의 입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 미국, 중국간의 제1차 3자 회담이 한국의 부담을 늘린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북한이 실제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우리 모두가 나아진 북한의 태도에 따른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를 언젠가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혜택이 중유공급의 재개가 될지 아니면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통한 혜택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이 필요한 조치를 먼저 취한 후에야 혜택의 종류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제네바 협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제네바 합의나 그 대체 합의를 이행하는 국제 기구로 존속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에서 명시된 핵 프로그램 포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비밀리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함으로써 제네바 합의를 위반하였습니다.

제네바 합의를 위반한 주체는 북한입니다. 제네바 합의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무효화되었는가 하는 점은 미국이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는 한국정부, 일본정부 및 유럽연합(EU)이 속한 다자간 기구입니다. 따라서 언젠가는 우리가 이 기구의 미래 역할을 결정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야 할 것입니다."

- 체니 미 부통령은 '워싱턴은 평양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는다'고 누차 말해왔다. 핵에너지 프로그램의 완전한 포기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동결인지.
"먼저, 북한은 현재 핵연료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북한이 가동중인 5메가와트 경수로의 목적은 사용후 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한 재처리 시설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것은 핵연료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한편, 우리는 북한과 다자간의 틀 속에서 대화를 나눌 것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미국은 4월 23일 3자 형태로 북한과 회담을 갖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회담이 더욱 폭넓은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또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북한과 협의를 하게 될 것입니다.

체니 부통령께서 우리의 목표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라고 하셨는데, 이는 맞는 말입니다. 미국은 이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하신 질문 중에 미정부 관계자를 여럿 인용하셨는데 미국 대통령을 인용하지는 않으셨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를 다자간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였고, 모든 관련국이 협력하면 핵 문제를 다자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4월 23일 시작될 예정인 회담을 부시 대통령이 승인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정책은 명확하다고 봅니다.

또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히, 검증 가능하고 되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한다면 미국은 여러 혜택을 포함한 과감한 접근에 대해 논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체니 부통령이 우리의 목표를 명확하게 말씀하였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종결입니다."

"북한 재래식 무기, 미사일 프로그램 등 크게 우려"

- 대량살상무기나 재래식 무기도 이번 협상에 포함되나.
"이번 회담은 예비회담이며 주요 목적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 절차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의 첫번째 목표, 즉 베이징 회담에서 미국이 초점을 맞추게 될 두 가지 핵심 사항 중 하나입니다. 두 가지 핵심 사항이란 첫째 북한의 핵 문제를 북한을 포함한 다자간의 틀 속에서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며, 둘째 이번 회담을 확대해 다른 국가도 참여할 수 있도록 미국이 할 수 있는 바를 다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재래식 군사 배치, 미사일 프로그램, 탄도 미사일 수출, 특히 미사일 개발 및 배치는 우리가 크게 우려할만한, 대처해야 할 문제입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할 부분이 많습니다. 앞으로 논의할 사안들이 많습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특히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가 우리의 첫번째 의제가 될 것입니다."

- 다자간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외교관계까지 맺을 수 있는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첫번째 의제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진정으로 포기할 의사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판단이 있은 후 그리고 추가 논의를 통해 북한이 어떠한 혜택을 받게될지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경원하 박사를 비롯한 20여명의 북한 고위급 군인들과 과학자들이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호주의 한 언론이 보도했는데, 확인해줄 수 있나.
"그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 그 내용을 보고 받은 적이 없나.
"그 내용에 대해서 직접 들었고, 또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도 보고 받았습니다."

- 이라크에 파병하는 대가로 한국은 이라크의 전후 복구에 참여하길 바라고 있는데.
"한국 기업은 하청 계약 등 여러 형태로 이라크 재건에 참여할 기회가 많을 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제가 한국 건설교통부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장관께서 이 부분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한국 참여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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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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