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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번째 맞는 과학의 날인 오늘 노무현 대통령이 대덕연구단지를 방문, 기념식에 참석하여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에게 훈장 서훈을 하고 오찬을 베풀며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올바른 시스템, 정정당당한 사회, 원칙을 지키는 사회가 되야 ‘과학기술중심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밝히면서 과학기술인들이 국정의 여러 분야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정치, 경제, 경영 등에서 결정 단계를 비롯한 여러 단계에 참여해 권리와 책임을 질 때 비로소 ‘과학기술중심사회’가 이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노 대통령의 지적은 매우 적절한 것이다. 엘빈 토플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과학기술이 지배하고 있고 단 한시도 이를 떠나서는 생존할 수 없는 상태다. 노동 집약적인 전근대 사회에서는 정치나 경제가 모든 것에 우선했다.

하지만 정보와 지식 집약적인 현대과학문명 사회에서는 정치ㆍ경제를 좌우하는 과학기술의 논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이나 동북아의 중심자리를 노리는 일본, 중국을 둘러봐도 이런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이런 세계적 추세를 간파한 노 대통령이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이란 국정과제를 내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의 참뜻은 현대과학문명 사회에 걸맞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으니 이것을 이룩하자는 것일 게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반 국정 운영 시스템은 국가의 세계적 위상에 맞지 않게 지극히 전근대적이다.

무엇보다도 인재등용 시스템은 아직도 조선시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대받는 과학기술쟁이 위에 선비가 군림하는 그런 형국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우리 생활을 대부분 통제하는 이런 시대에 과학기술의 문외한들이 모든 결정권을 틀어쥐고 전문가인 양하며, 국정의 상당 부분을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하게 이끌고 있다.

시스템에 맞는 사람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맞춰 시스템이 좌지우지되는 판이다. 도대체 과학기술을 모르는 위정자들이 어떻게 산업과 경제를 논하고, 치안과 국방을 논하고, 환경과 복지를 논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지금 이 시각 우리나라에서 그런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정부가 무엇보다도 공을 들이고 있는 국정과제의 세부사항으로 동북아 R&D 허브 구축이라는 것이 있다. 이런 과제를 추진하려면 동북아에서 자웅을 겨루는 초강국 일본과 중국의 과학기술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음은 불문가지다. 이 두 나라의 특징은 한 마디로 말해서 지나칠 정도로 '과학기술 중심사회'가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위 공직자의 절반 이상이 과학기술자 출신이라는 사실은 음미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런 측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과학기술인들이 정치, 경제, 경영 등에서 책임질 만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면 국정 전반에 걸쳐 과학기술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하며, 이런 일이 가능하게 하도록 추진력있는 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정보과기보좌관과 과기부를 중심으로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고 하면서 과학기술중심사회구축 전담팀의 필요성에 대해서 부정적임을 내비쳤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모든 일을 챙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앞길에는 북핵문제와 경제문제 등 산적한 일들이 쌓여있어 과연 얼마나 과학기술에 신경을 쓸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된다.

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는데 전담팀이 할 일을 과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하는 의문도 든다.

따라서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라는 국정과제가 제대로 달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담팀이 출범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이 점에 있어서 노무현 대통령의 재고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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