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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봄 소풍이 있던 날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전교생이라야 90여 명 되는 작은 초등학교지만 그곳에도 아이들의 꿈이 있고, 희망이 있기에 여느 초등학교 못지 않습니다.

요즘 시골도 교육열이 높아서 학원에 안 다니는 아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그 교육열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입시위주의 교육이 우리의 아이들을 좁은 책상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경쟁하게 하는 교육, 그 경쟁에서 낙오된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따돌림 당하고 어린 시절부터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런 현상은 시골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학교가 끝날 시간이 되면 학원 차가 교문으로 몰려들고 아이들은 또다시 좁은 책상이 빼곡하게 들어찬 학원이나 체육관으로 향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농어촌의 경우 대부분 맞벌이를 하거나 부부가 함께 밭에 나가기 때문에 집에 와서 혼자 지낸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우리 아이만 학원에 안보내면 경쟁의 대열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은 경제적인 부담을 감수하게 하고 있는 것이죠.

ⓒ 김민수
여러 가지 이유로 학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그 아이들을 위해서 방과후 교실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원과 똑같은 교육을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아이들이 삶에 있어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한바탕 탁구를 치고 난 후 영어를 합니다. 발음편을 공부하는 친구들의 영어시간입니다.저와 약속한 것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 저는 아이들이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얼마나 열심히 하려고 하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방과후 교실에 와서 남들보다 잘한다고 꾀를 부리거나 잘난 체 하면 저한테 따돌림을 당하죠.

아이들이 칠판 앞에 나와 저와 약속했던 단어들을 삐뚤빼뚤 씁니다.
앞에 친구가 써놓은 단어 커닝하지 않기로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첫 번째 타자가 'farmer'를 'fammer'로 썼더니 나머지 아이들도 다 그렇게 써버렸습니다.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 김민수
학창시절 칠판 앞에 서면 알던 것도 갑자기 가물가물해지고, 아이들의 시선에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흐르던 기억이 없는지요? 옆의 친구 것을 살짝 보다가 이젠 아예 생각의 문이 닫혀버리고 친구 것을 베끼다가 똑같이 틀려버리던 기억.

아이들에게 단어를 외우게 하는 방법으로 재미있는 문장을 만들어 주고는 나는 잊어버리고 아이들에게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대뜸 하는 말 "에이, 우리 목사님은 돌이야!"합니다. 그러면 나도 질 수 없어서 한 마디 하죠. "마, 내가 돌이면 너희는 뭐냐? 젊은 놈들이."

피차간에 '돌'이라고 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분위기, 칠판에 쓴 단어가 틀렸다고 핀잔을 주지 않고, 주눅이 들지 않는 분위기가 우리 교회 방과후 교실에는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경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소망을 가져 봅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일등을 주는 소망 말입니다.
획일적인 평가가 아닌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을 통해서 꿈을 키워갈 수 있게 한다면 날마다 소풍가는 기분으로 학교에 갈 터인데 하는 소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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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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