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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법무부 장관실앞에서 강금실 장관(왼쪽)과 강위원 한총련 합법화대책위 집행국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강위원 집행국장옆에 경기대 수배학생 박제민씨의 아버지 박환양씨와 연세대 수배학생 신승헌씨의 어머니 이승은씨가 서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4일 정재욱 제11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의장의 '발전적 해체 추진 및 대통령 면담 제안' 발언 이후 한총련의 합법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장관이 한총련 수배자 가족 및 전 한총련 의장 등과 면담을 가져 귀추가 주목된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15일 '한총련 합법적 활동 보장을 위한 범사회인대책위'(이하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 한총련 정치수배자 가족 등을 만나 한총련 합법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번 면담은 지난 10일께 법무부장관 비서실이 한총련 정치 수배해제를 위한 모임(대표 유영업) 측에 면담 가능의사를 밝혀 15일 오후 4시부터 약 40분간 경기도 과천 법무부 2층 소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이뤄졌다.

그간 수배해제 모임·한총련 합법화 대책위 등 한총련 측은 지난 4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한총련 수배가족 상봉모임' 등을 통해 법무부장관과의 면담을 공식 제안하는 등 정부와의 대화를 희망해왔다.

이날 면담에는 강위원(33·제5기 한총련 의장, 전 전남대 총학생회장)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 집행국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덕우 변호사(한총련 합법화 대책위 법률자문단), 한총련 정치수배자 부모 2명 등이 참석했다.

면담에 참석한 강위원 집행국장·이덕우 변호사등은 강 장관에게 한총련의 조직 변화 전망 및 수배자들의 현황, 수배자들의 일괄 불기소 처리 등을 요청했으며 이에 대해 강 장관은 "향후 한총련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검찰과 협의해 수배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 후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면담에서 강 법무장관은 '한총련의 변화하는 모습을 정확히 지켜보고 한총련이 요청한 수배해제 문제 등을 검찰과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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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장관 면담 직후 청사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강위원 한총련 합법화대책위 집행국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면담에 참석한 강위원 집행국장은 면담 후 "강 장관에게 현재 176명에 이르는 한총련 수배자들에 대해 일괄 수배해제 및 불기소 처리를 요청했다"며 "강 장관은 이 의견을 경청, 꼼꼼히 메모했다"고 전했다.

최근 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총련 문제와 관련, "수배학생들이 자수하면 불구속 수사를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강 장관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서도 강 집행국장은 "불구속 수사는 기존의 검찰 태도와 다르지 않다. 진일보한 입장이라고 볼 수 없다. 조건 없는 수배해제와 불기소 처리가 보장된다면 수배자들도 공소취하를 위한 어떤 행정적 절차라도 응할 뜻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또 강 집행국장은 "그간 한총련이 강령을 개정하는 등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설명하고 향후에도 새로운 통합 학생운동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발전적 해체'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합법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강 집행국장·이 변호사 등은 강 장관에게 △한총련 합법화를 위한 공개토론회 개최 △정재욱 신임 의장의 대통령 및 검찰총장과의 면담 △한총련 합법화와 관련된 검찰의 전향적 검토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변호사는 강 장관에게 "이번 1년 동안이라도 이적단체 규정을 유보, 지켜봐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 집행국장에 따르면, 강금실 장관은 "한총련 활동에 대해 언론을 통해서만 보다보니 직접 얘기를 듣고 싶었다"며 "우리도 이 문제(한총련)를 풀려고 노력중인데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국장 등은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에서 펴낸 <한총련 이야기>·한총련 수배자들의 현황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전해도 되겠느냐'고 제안, 강 장관은 이후 자료를 받을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면담에 참석한 수배 학생들의 부모 박환양(55, 수배5년차 박제민씨 부친)·이승은(62, 수배5년차 신승헌씨 모친)씨가 밝힌 심경을 듣고 "안타깝다""충분히 이해된다"는 등의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수배학생의 가족은 강 장관과의 면담 후 "장관께서 충분히 알았다고 말씀하셨으니 믿고 기다리겠다"며 "하루빨리 우리 자식들이 잘 되길(수배해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수배해제 모임, "합법화 해결하려는 정부 의지 보인 자리"

▲ 경기대 수배학생 박제민씨의 아버지 박환양씨와 연세대 수배학생 신승헌씨의 어머니 이승은씨가 법무부장관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면담에 대해 강 집행국장은 "이번 면담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전할 수 있어서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수배해제모임 측도 이날 면담 결과를 전해듣고 입장을 밝혔다.

유영업(27·5기 한총련 의장 권한대행, 수배 7년차) 수배해제 모임 대표는 "의미있는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만남을 통해 한총련 수배자 및 가족들의 절박함과 요구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유 대표는 "면담에서의 강 장관의 발언을 통해 한총련 수배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고 이날 만남도 합법화를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며 "앞으로 한총련 합법화문제가 우리사회의 인권 신장·국민화합·학생운동의 미래를 위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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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총련 정치수배해제 기자간담회'(위)와 '한총련 수배자 공개건강검진'.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난 1997년은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역사에서 결코 지워질 수 없는 해이다.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불패의 애국대오'라는 구호처럼 '민주화를 이끌어 왔던 학생운동의 상징' 한총련이 그 역사에 최대의 오점을 남겼기 때문이다.

당시 97년 한해동안 한총련과 관련해 3건의 사망사건이 일어났다. 그중 '이석씨 치사사건'은 아직도 대중의 뇌리에 가장 깊숙이 남아 있는 사건이다. 이 사건은 97년 5월31일 한양대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던 제5기 한총련 출범식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실패하자 한총련이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후 경찰의 프락치로 밝혀진 이석씨가 6월4일 한양대에 자리한 한총련 임시 사무실에서 사망한 것이다. 당시 한총련 간부들은 "한총련 사무실이 어디냐"고 물으며 사무실 근처를 서성이던 이석씨를 발견, 그를 잡아 경위를 추궁했고 이씨는 이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그 이전 해인 96년 이른바 '연대사태' 이후 입지가 좁아진 한총련에게는 '치명타'가 됐다. 정권은 한총련에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란 딱지를 씌웠다. 검·경은 '한총련 와해' 작전에 돌입, '전담반'을 편성했다. 소속 대학 학생회장들에게는 "탈퇴하지 않으면 이적단체 구성 및 가담 혐의(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로 처벌할 것"이라며 자진탈퇴를 종용했다.

이후 6년 동안 한총련에게는 '이적단체' 딱지가 붙어 다녔다. 한총련 소속 대학의 학생회장들은 선출됨과 동시에 '수배자'가 돼야 했다. 한총련에선 그 수가 해마다 약 300여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총련 측은 "매년 새로운 기수가 세워지고 있으며 이적성의 빌미가 된 연방제 통일 등의 강령도 수정했다"며 "이적성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한총련 합법적 활동보장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원회'(이하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가 결성되면서 한총련은 합법화를 위한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는 제5기 한총련 의장이었던 강위원(33)씨가 각계 인사 2500여명 및 60여개 시민단체의 뜻을 모아 만든 단체.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의 결성으로 '이적딱지'를 떼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지난 2002년 구속된 김형주 제10기 한총련 의장의 재판 때는 각계 전문가 40여명의 소견과 여·야 의원의 탄원서를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고 조희연 교수(성공회대)와 임종석 민주당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한총련 문제를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국제적인 압력을 가하기 위해 이 문제를 유엔(UN) 인권 이사회에 제소했다. 그외에 <10기 한총련 강령규약 개정을 위한 공청회> 및 <이적규정 철회를 위한 학생운동 20년 토론회> 등 토론회를 주최하고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이 부당함을 주장하는 각계 인사의 이야기를 모아 단행본 <한총련 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올해에 들어서는 한총련 수배자들이 직접 단체를 만들어 수배해제를 위해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유영업(27·제5기 한총련 의장권한대행, 수배 7년)씨 등 5명의 수배자들이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모임'(대표 유영업, 이하 수배해제 모임)을 결성, 수배자들의 인권침해 사례를 알리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예는 수배자들의 공개건강검진 실시다. 이들은 지난 2월25일 50여명의 수배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외대에서 공개건강검진을 실시, 수배자들의 심각한 건강 악화 사례를 공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 같은 달 25일부터는 수배자들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 '새봄'을 개국, 방송하고 있다.

한편 새 정부도 출범 이래 한총련 문제와 관련, 전향적으로 검토할 뜻을 여러차례 내비쳤다. 지난 3월 14일에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한총련 장기수배자 가족대표 및 강위원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 집행국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한총련 관련 수배자 양산은 국제적 망신"이라며 "한총련 (합법화) 문제 해결의 의지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월17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강금실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청와대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 및 대학생 수배 문제에 대해) 언제까지 이적단체로 (해석해서) 수배할 것인지 참 답답하다"면서 "그렇다고 대학이 이적단체가 될 것인지 고민인데, 이 수준이라면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검찰도 세상의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해 한총련 문제 해결의 의지를 내비쳤다.

한총련도 새 조직으로 거듭날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지난 13일 제11기 한총련 대의원대회에서 선출된 정재욱 한총련 새 의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총련은 진정한 대학생 모두의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발전적 해체'를 추진하고 새 조직을 만드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총련 이적규정 7년, 2003년이 한총련 합법화의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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