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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신랑 잔등에서 웃는 동안 아버지는 딸의 행복을 바라며 운다.
딸이 신랑 잔등에서 웃는 동안 아버지는 딸의 행복을 바라며 운다. ⓒ 황종원
나는 친구가 단칸 방 살림을 하던 30여 년 전 기저귀를 차고 있던 친구 딸의 갓난 아기 때가 생각이 났다. 세월 따라 친구네 집에 갈 때마다 딸은 쑥쑥 자랐고, 이제는 자랐다는 표현을 쓸 수 없도록 중년의 나이에 들어섰다.

내게도 그런 토막 추억으로 가슴이 뭉클한데 하물며 아버지의 마음임에야.

요즘 신랑 신부의 의상은 우리 세대가 결혼하던 70년대와는 비교가 안 된다. 신랑들은 신부의 웨딩드레스에 어울리게 턱시도를 입는다. 겉모습이 바뀐 만큼 진정의 사랑을 함께 하는지는 모르겠다.

결혼은 사랑의 시작이며, 인내이고 상대방을 한 쪽 눈만 뜨고 살아가야 하는 것을 신혼부부들은 하나 둘씩 배워 나갈 것이다. 사랑하기에 결혼한다지만 결혼식 그 날부터 사랑과 고통은 함께 시작된 다는 것도.

결혼 생활 내내 서로 사랑하며 별탈 없기를 간절히 바라니 딸을 시집 보내면서 우는 눈물은 기쁨보다 슬픔을 막아달라는 보호막 부적일 것이다.

내게도 시집 보낼 딸이 있으니 친구의 눈물은 이제 곧 다가올 나의 현실이다.

친구의 딸은 31세, 요즘 여자 나이로는 늦다고 할 수 없으나 잘난 연애 한번 못하고 직장만 다니니 부모의 애간장이 무던히 탔었다. 지난겨울 친구의 부인이 내게 언제쯤 자기 딸이 시집을 갈 수 있나 사주를 보아달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을 때 2003년에 시집가서 2004년에 아기를 낳을 것이라고 말해 놓고는 왕 초보 사주쟁이가 헛말이나 안 했는지 마음 한 쪽이 찜찜했었다.

두어 달 지났을 때, 친구 부부와 친구 모임자리에서 딸의 결혼 날자를 발표하여 나를 놀라게 했다. 그때까지 남녀가 함께 만나고 양가 부모의 인사가 있은 뒤 곡절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을 텐데 침묵을 지킨 친구의 침묵에 놀랬고, 왕 초보 사주쟁이가 말한 미래 예측이 정확하여 놀랬다.

사주풀이는 공식이다. 결혼할 운을 볼 때는 여자의 경우 여자를 거느리고 다스리는 자가 나타날 해를 잡으면 된다. 아기를 낳을 해는 여자에게 내가 돌봐야 할 존재가 생기는 해에 아이가 생긴다고 풀게 마련이다. 같은 사주 팔자를 가진 사람들이 수십 만 명이 되는 판에 정확한 판단이라고 하기에는 뒤가 켕기는 판에 이제는 바로 아기가 들어서면 친구에게 칭찬 한 마디들을 일만 남았으나 아기가 들어서지 않으면 구설수를 탈 일도 또한 남았다.

이제 친구는 시집간 딸이 잘 살아 주기를 바랄 뿐이다. 친구에게는 나이 찬 막내딸이 있으니 밤새 목놓아 울 일이 또 남았다.

키우면서 걱정, 시집 보내고도 걱정. 부모의 마음은 늘 편할 때가 없다. 사위 직장 튼튼하고, 딸이 시집을 가서도 다닐 직장이 있고 친정 근처에 20여 평 아파트를 구해놓아 살림 걱정할 일이 없어도 걱정 많은 것이 부모요, 물가에 아이를 보내 것 같은 마음도 부모이다.

이러기에 무자식이 상팔자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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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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