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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도 만날 생각이다. 또 합법화를 위해 누구보다 대통령과 만나 마음을 열어 놓고 얘기하고 싶다."

▲ 정재욱 한총련 새 의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재욱(23·연세대 총학생회장, 기계전자공학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새 의장은 "어디든 뛰어가 누구라도 만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선소감을 갈음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지금은 무엇보다 한총련 합법화가 우선이다. 4월이 내가 생각한 '마지노선'이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한총련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했다.

정 의장은 14일 오후 3시30분 서울 연세대에서 가진 당선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총련 합법화를 위해 대통령과 공식 면담을 제안한다"며 "대통령뿐 아니라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등 그 누구와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총련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새로운 학생운동 조직을 만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ADTOP1@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한총련으로 발전했듯 한총련도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야할 때가 됐다. 소위 '좌파'라고 불리는 '피디'(People Democracy, 민중민주계열) 조직이나 '비권'(비운동권) 조직까지 포함하는 3백만 대학생의 대표조직이 필요하다. 표현 그대로 발전을 위한 해체다."

일종의 파격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한총련의 '발전적 해체'에 주목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한총련 내부에서 이같은 논의가 이뤄져왔다"며 "이의 일환으로 오는 5월 한총련 출범식을 '학생운동진영의 공동출범식'(5월 축전)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정 의장은 제11기 한총련 선거 기간에도 다소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현재의 한총련 홈페이지(hcy.jinbo.net)를 대학생의 포털사이트로 만들겠다는 점이나 '한총련 신문'(가칭)을 만들겠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도 그는 국민을 상대로 △공개토론회를 통한 강령과 규약의 개정 △국제연대활동을 통한 한국학생운동의 확장 △인터넷을 통한 여론 수렴 △한총련 개혁을 위한 자문위원단 구성 등 '희망 10대 약속'을 천명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후 정재욱 신임 한총련 의장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소감을 말해달라.
"어깨가 무겁다. 할 일이 많아서 기쁜 마음보다는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된다."

- 자신을 소개해달라. '정재욱'이란 어떤 사람인가?
"'새 세대 의장'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나는 지난 해 '월드컵-촛불시위-대선'을 겪은 세대다. 월드컵 때는 붉은 악마로, 촛불시위 때는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있었다. 대선 때는 '대학생 부재자 투표소 설치 운동'을 벌여 '아, 시민들의 호응을 받는 학생운동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점을 느끼기도 했다.

또 내 이미지가 기존의 '운동권'과는 많이 달라서 주변에서 '신선한 이미지'라는 말들을 한다. 수업에 비교적 잘 들어가고 사람들 속에 잘 섞이는 점 등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새 세대' 의장 자부…
기자회견 앞두고 두 차례 쓰러지기도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재욱 제11기 한총련 의장은 자신을 "새 세대 의장"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월드컵 때는 '붉은 악마'로, 촛불시위 때는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서 있었다고 했다. 지난 해 12월에는 대통령 선거를 치른 '21세기 첫 대선 세대'이기도 하다.

그는 이어 "주변에서 '어, 운동권 맞아?'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비교적 수업에도 꼬박꼬박 들어가고 학생회 일을 하면서도 학점이 3.0이 넘었던 걸 보고 주변 사람들이 많이 놀라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날 정재욱 의장이 기자들 앞에 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이 있었다. 당선 기자회견을 앞두고 두번이나 쓰러진 것.

제11기 한총련은 애초 오전 11시 경희대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이날 아침 정 의장이 갑자기 쓰러져 의장이 불참한 채 회견이 진행됐다. '스트레스성 쇼크'였다. 이 일로 정 의장은 기자회견장이 아닌 '병원행'을 해야 했다. 하지만 병원에 다녀온 이후에도 다시한번 '탈진', 또다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결국 정 의장은 오후 3시30분이 넘어서야 기자들 앞에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선거운동을 하던 지난 한달간 잠을 제대로 잔 날이 없었다"는 말로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이로인해 간담회 현장에서는 일간지 기자들이 '마감 시각 4시 30분'을 '사수'하기 위해 기사송고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 김지은 기자
- 학점을 공개할 수 있나?
"올해는 선거 준비하느라 미흡했지만 과나 단대 학생회장할 때도 3.0은 넘었다.(웃음)"

- 현재 한총련이 보는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한총련 합법화'다. 5월까지는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번째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반전운동'이다. WTO 교육개방과 관련한 대책마련도 시급한 문제다.

이밖에도 오는 6·15 공동선언일에는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대학생들을 만날 계획이다. 남과 북의 대학생들이 만나면 뭐가 다른지를 보이겠다."

- '발전적 해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흔히 말하는 좌파 학생들이나 비권 학생들과도 뜻을 모아 서로 진보적인 생각을 나누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겠다. 전대협이 한총련으로 발전했듯 한총련도 새로운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올해는 새 조직을 만들기 위한 전망을 모색하고 빠르면 내년에 새로운 학생운동체가 조직될 수 있도록 어떤 단체든 만나 뜻을 나눠보겠다."

- 노무현 대통령에게 면담을 제안했다.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가?
"한총련 이적규정 문제는 단지 한총련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민의 인권이 달린 문제고 대학생의 자치권에 대한 문제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인 만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 놓고 대화하고 싶다.

노 대통령도 부산에서 인권변호사 하던 시절 우리와 같은 학생들을 많이 만나셨으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아시리라 믿는다. 한총련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결코 내쳐져서는 안될 문제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문제다."

- 합법화를 위해 법무부장관·검찰총장과도 대화로 풀어나가고 싶다고 했는데.
"보수단체나 공안당국과 공개적인 자리에서 직접 논의하고 싶다. 대화로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 자리를 빌어 국민들에게도 한총련의 진정한 모습을 알리겠다."

- 현재 매년 한총련 출범식을 전후해 임의 이적규정이 되고 이후로는 대의원들이 수배조치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보는가?
ⓒ 오마이뉴스 남소연
"두말할 것도 없이 그간 한총련의 이적규정은 매년 불합리하게 이뤄져왔다. 강령이 문제라고 해서 강령을 바꾸니 다음엔 활동을 문제 삼는다. 활동을 바꾸니 이제는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이 문제라고 하는 꼴이다.

수배조치에 대한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지난 해에는 서울 지역도 선별적으로 수배를 내렸다. 일례로 어느 학교는 이전에 집시법 위반 이력이 있는 대의원이 있으면 그 대의원만 수배조치하고 또 다른 학교는 여학생들만 빼고 수배령을 내린다. 지역마다 수배되는 대의원들의 수도 다르다.

이는 현재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이적규정의 명분이 없는 것 아닌가."

- 많은 사람들이 한총련이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이미지를 어떻게 깰 생각인가.
"대학생들에게는 한총련이 어떤 조직인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겠다. '한총련 신문'(가칭)을 창간하거나 한총련 홈페이지를 대학생들의 포털사이트로 만드는 것, 일반 학생들로 구성된 '한총련 인터넷 여론 수렴단' 및 '한총련 운영 모니터팀' 구성 등이 그 방법이다.

국민을 상대로는 한총련 공개 설명회를 열고 싶다. 지난 해 대학생들이 벌였던 '대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운동'처럼 일반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운동을 모색하겠다. 일례로 오는 6월 13일 미선·효순의 1주기에도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평화행진'을 하려고 한다.

더 이상 안티세력이 아닌 사회 대안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마지막으로 포부를 밝혀달라.
"학생운동의 역사를 백년이라고 얘기한다. 그 백년 동안 학생운동은 지금의 한국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총련이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국민들과 많이 멀어지게 된 것 인정한다. 이제는 그 거리를 좁히고 국민들에게 박수받는 단체로 거듭나겠다. 지켜봐달라."

"한총련 관련 정치수배자 공소취하·조건없는 석방"
새 한총련 지도부 노 정부에 호소

▲ 왼쪽부터 허환희 학원자주화추진위원장·이영훈 조국통일위원장·우대식 대변인.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재욱 의장의 당선 기자간담회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 경희대 크라운관에서는 '제11기 한총련 신임지도부 기자회견'(사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제11기 한총련은 '노무현 정부의 한총련 합법화 결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통해 "한총련 합법화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표명에 박수를 보낸다"며 "한총련 합법화는 한국 학생운동 발전의 중대한 계기이며 한국사회 미래가 걸린 문제인 만큼 대통령의 결단을 간절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노무현 정부에 ▲한총련 관련 176명의 정치수배자들에 대한 예외없는 공소취하 ▲11기 한총련의 무조건적 이적규정 배제 ▲한총련 관련 기결 양심수의 조건없는 석방과 미결 양심수의 구속 취소 등을 호소했다.

이밖에도 이들은 △한총련 출범식을 학생운동진영의 공동 출범식(5월 축전)으로 개최 △한총련 사이트(hcy.jinbo.net)의 '대학생 포털사이트화' △2003 반전평화 페스티벌 △2003 대구 반전평화 유니버시아드 대회 △6·15 남북 공동선언일 기념 평양방문 △Korea에서 'Corea'로 국호 바꾸기 운동 등을 올해 계획으로 내세웠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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