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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경선에서 1등으로 최다득표한 노무현 후보 진영이 단상에 꿇어엎드려 인사를 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는 권양숙 여사.
광주경선에서 1등으로 최다득표한 노무현 후보 진영이 단상에 꿇어엎드려 인사를 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는 권양숙 여사.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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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일간지들 ' 신호남 소외론 ' 대서특필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한 후 호남 민심이 나빠졌다'는 어느 보수 유력 일간지의 보도가 있었다. 그 이유로 인사 문제를 거론했다. 정부 부처, 공기업, 군 인사에서 호남 출신이 상당히 배제돼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으로 노정권에 대한 호남 민심이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구주류인 동교동계가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하더라도 이는 올바른 관점이 아니다. 왜냐하면 노무현을 절대적으로 지지했던 것은 호남사람들이 정부 인사에서 혜택을 받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지지표의 신성성과 순수성을 모독하는 시각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작 자기 고장 사람을 중앙 부처에 많이 들여앉히기 위해 지지했다는 것이냐는 논리로 비쳐져 오히려 그 지역민을 왜소하게 만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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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능하다면 자기 고장 출신이 출세하기를 바라는 것은 세속적으로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호남의 절대적 지지가 그처럼 값싼 출세 욕구를 달성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일까. 일부 그런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일부 언론이 호남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이용해 이간질과 분열상을 펴보이는, 이른바 정략적 보도 태도에 다름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

보수언론들이 언제 호남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호남인의 눈물을 닦아준 적이 있었던가. 악의적으로 호남의 정신과 정서를 왜곡하고 조롱해온 그들은 지역패권주의(영남 우월주의)를 계속 향유하기 위해 지역 분열주의를 조장하고, 특하면 호남의 과격성과 상대적 진보성을 좌파 성향인 양 매도하고, 냉소해왔던 것이 지난날의 모습 아니었던가.

인구수가 적고, 자본이 빈약하기 때문에 시장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천박한 상업적 계산법으로 지역차별을 당연시하면서 영남 중심의 주류사회를 형성하는 데 온갖 정성을 쏟아왔던 것이 보수언론의 지난날의 자화상이 아니었던가. 그런 그들이 지역민을 생각한 척하면서 민심이 변했다며 또 다시 지역분열주의적 보도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보도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된다.

적어도 호남 사람들이 노무현을 지지했던 이유는 더 이상 악마의 주술과도 같은 지역분열주의를 조장하지 말고, 동서화합을 이뤄 더불어 살아갈 대안을 마련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었다고 본다. 그 동안 구정권과 구세력이 쳐놓은 암울한 시대의 유물, 즉 남과 북이 대결과 반목으로 상징되는 냉전 반북 반공주의 대신 화해와 협력의 정신으로 남과 북이 함께 번영할 추진체가 돼줄 것을 요구하며 그를 선택했다고 본다.

광주경선 당시 대회장 풍경.
광주경선 당시 대회장 풍경.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득권을 챙기기 위해 썩고 병든 것도 보수주의라고 감싸안고, 계속 특권을 향유하고자 끼리끼리 커넥션을 형성해 부정한 부를 창출하는 구세력의 허구를 청산하고, 비틀린 역사를 바로 잡아달라는 담론도 있다고 본다.

같은 값이면 우리 고장 사람이 중앙 부처에 더 많이 기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소한 기대의 일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현상적 사실의 일부를 진실의 전부인 양 왜곡하고 불만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사안을 제대로 본 시각이 아니다.

그래서 보도의 저의를 들여다 본다면 전형적인 분열주의적 보도행태를 또 다시 드러낸 사례라고 보는 것이다. 사소한 일부를 본질인 양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이간질을 하는 태도는 어제 오늘의 모습만은 아니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그것은 결코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필자는 사물을 비틀어서 보는 편협성을 가능한 한 배제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보수적 언론이다, 진보적 언론이다 하는 점에 대해서도 균형감 있게 보고자 노력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되는 인사문제를 가지고 호남민심이 어떻다, 라는 것은 언론의 선정성 상업성을 떠나서도 올바른 보도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론의 유익성 공익성 계도성이란 기본 기능에서도 일탈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실 호남 유력 인사가 주요 인사에서 물먹었다는 점을 부추기는 사람도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야말로 지역감정을 지렛대로 이익을 보려는 정상배나 이해당사자일 뿐, 지역민 정서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노무현이 비록 영남 사람을 많이 기용한다고 해서 비난받을 소지는 없다. 어느 지역 사람이건 호남의 표심을 국정에 잘 반영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95% 이상 노무현을 지지한 호남의 표심은 무엇인가. 이들의 표심은 적어도 민주주의를 제대로 정착시키고, 지역 차별 받지 않는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개혁을 제대로 추동할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정부 각 부처에 기용되는 일일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그것이라면 영남 사람이 많이 기용되고, 혹은 충청 강원 사람들이 대거 들어갔다고 해서 섭섭하다고 생각할 리는 만무하다. 어느 출신이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본질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정략적으로 지역문제를 이용하는 세력들의 장난에 놀아나는 소인배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호남 출신 동교동계가 자극하고, 우리를 '물로 보느냐'고 은근슬쩍 호남 민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 같다. 결코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호남인의 표가 동교동계의 호주머니에 담겨 있다는 오만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 동안 동교동을 지지했던 것은 엄혹한 군사독재시절, 민주 대 반민주, 독재 대 반독재의 구도하에서 동교동이 일정 부분 민주화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동교동을 통해 지역차별을 해소하고, 5.18의 정신을 살릴 수 있다는 기대와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옳은 동교동은 지지하되 그릇된 동교동은 청산하는 것이 지역 사람들의 자세다. 맹목적 지지가 부패를 낳고, 군림하는 귀족놀음의 마당을 제공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호남을 팔아 천박한 공천장사, 인사장사를 하는 동교동이라면 청산하는 것이 지역민의 자존심인 것이다.

아울러 지역갈등 증폭적인 보도로 특정 세력에게 이익을 주려고 하거나, 상업적 이익을 보려는 언론의 보도행태도 청산해야 한다. 지역갈등은 안된다면서 기회만 있으면 갈등 증폭적인 보도 행태를 보여온 유력 언론의 모습은 양두구육 그 자체로서 지역갈등을 하지 말자는 얘기보다 본질적으로 더 악질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정신 대신 정략만 있는 정치인들이 먼저 이용한다. 민족과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 담론, 능력과 자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정상배들이 먼저 악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사세가 불리하거나, 때가 임박하면 예외없이 이를 동원한다.

원색적 흑색선전, 근거도 없는 지역편견을 부추기며 오만에 떨며 상대방 지역민의 감정을 극도로 자극해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발악을 한다. 이런 빌미를 제공하거나 도구로 악용할 소지를 언론은 막을 책무가 있다.

사물을 볼 때도 같은 사안이라도 나쁜 방향으로 보는 것과 좋은 방향으로 보는 것과의 차이에는 180도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첨예한 이해대립이 있고, 상처가 깊고, 생채기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일수록 신중하고도 사려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문제에 관한 한 애정을 갖고 접근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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