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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인 거창고에서 교생실습 5일째를 맞고 있는 한총련 수배자 소배경씨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소배경씨는 편지에서 "현재 실습기간 중 사회과목 그 중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사상과 신체의 자유를 억압받고 있는 한총련 수배자의 몸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가르치기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이어,"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참여정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한 양심수를 전원석방 해야 하며 179명의 한총련 수배자에 대해 정치수배 또한 해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교육실습을 받고 있는 거창고에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곳에 부모님이 계시지만, 이 땅을 사는 청년으로서 부모님을 뵙는 것이 저에게는 사치가 되어버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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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실습 나가는 한총련 수배자

소배경씨는 1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학교)현장에 직접 나오니까 이론으로만 배우던 교육현장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과 지내보니까 개인차이가 많이 나는데, 일률적으로 교육을 진행 할 수가 없어 어떻게 하면 제각각 다른 학생들의 눈높이와 시각을 다 포용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고민들로 요즘 고민의 주제가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배경씨가 수배자의 신분이라서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는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현재 6명의 예비교사 들과 함께 교생실습을 진행하고 있는데,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이 자신을 특별하게 대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른 실습생과 똑같이 생활하고 있고 실습기간 중에는 예비교사로서의 신분을 벗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배경씨는 현재 기숙사에서 동료실습생들과 거창고 후배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오후 5시 모든 일과가 마치면 7시까지 개인시간을 가지고 7시부터는 다시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공부도 봐주고 있는데, "수배자 생활을 할 때 보다는 기숙사에서 규칙적인 생활도 하다보니까 건강은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기자는 일과 후 소배경씨와 몇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기가 꺼져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소배경씨는 "오마이뉴스에 보도가 나간 후 신문사와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계속 들어왔다"면서 "그 중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도 계속해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서 전화인터뷰를 거절했으나 수업중에도 계속해서 전화를 해와 전화를 꺼놓고 있었다"고 답했다.

소배경씨는 요즘 학생들과 함께 봄예술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소배경씨는"봄예술제는 체육대회를 통해 선후배들과 한자리가 되는 자리인데, 모든 학생들이 한가지씩의 종목에는 다 참여를 해야 하는 원칙이 있다"면서 "요즘 학생들과 24일부터 26일까지 계속되는 봄예술제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말한 소배경씨는 "그래도 밤늦게까지 연구수업 준비도 착실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배경씨는 이번 주까지 수업참관을 하고 14일부터는 단독으로 수업도 진행하게 된다. 또한, 교생실습이 끝나기 하루전날인 5월 2일에는 교생실습의 마지막 관문인 연구수업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검찰이나 경찰에서 연락온 것은 없었냐고 묻자 소배경씨는 "직접적으로 연락이 온 것은 없었으나 공개교육실습이 끝나면 연행하겠다는 소리를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힘을 쏟을 계획이지만, 이와 함께 교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게 될 것이다"고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는 "임용고시도 중요하겠지만, 다른 교사의 길도 있다고 본다"고 말해 야학이나 다른쪽의 길로도 나갈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소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자체가 아니라 어떤 교사가 되느냐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자질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소배경씨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전문
다음은 소배경씨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노무현 대통령께 드립니다.

세계 저편에서는 오늘도 무고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일은 대한민국 국민임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이라크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저는 거창고등학교에서 공개교육실습을 받고 있는 경남대학교 정치언론학부 4학년 소배경이라고 합니다. 어릴 적 꿈!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인 저에게 공개교육실습은 예비교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저는 교직을 이수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교육실습을 받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했습니다.

2002년 경남대 부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는 이유로 10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대의원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수배 2년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한총련 정치수배 학생들의 삶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희망인 청년학생들을 지난 6년동안 1500명을 구속, 수배하고 현재에도 179명이 한총련 정치수배자로 살고 있습니다.

4월 7일부터 어렵게 시작한 공개교육실습이 삼일 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예비교사입니다. 교육실습기간동안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 교수-학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가르치는 것이 두렵기만 합니다.

학생들에게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한총련 대의원 인권의 문제를 알면서, 사상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음을 알면서,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 국민의 기본권을 이야기하기가 너무나 당혹스럽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이 개정될 때까지는 일단 준수해야 하는 것이 법이여 법의 목적은 인권보장, 정의실현, 공공복리 증진에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임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자유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사회권, 청구권, 참정권을 누려야 한다고 가르치려고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지난 6년동안 우리사회의 백혈구 같은 존재인 청년학생들을 이제 그만 "창살 없는 감옥"으로 옥죄하지 말아야 함을 국민들 앞에 선언하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국민을 위한 '참여정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바로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한 양심수를 전원석방 하시는 길이며 179명에 대한 정치수배를 해제하는 것임을 간곡히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대체입법으로 수정보완해서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성숙을 만들어 낼 수 없음을 조언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반드시 반통일 악법, 반민주 악법,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 '참여정부'를 이야기하시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사기극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청년학생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탄압 받고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오늘은 어머니, 아버지가 너무나 보고싶습니다. 교육실습을 받고 있는 거창고에서 한시간도 채 되지 않는 곳에 계시는 부모님을 뵙고 싶습니다. 꿈에 그리든 교육실습을 받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함에도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싶습니다. 이 땅을 사는 청년으로서 부모님을 뵙는 것이 저에게는 사치가 되어버렸습니다.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하루빨리 조건 없이 양심수 전원석방과 한총련 정치수배자들에게 희망의 봄을 안겨 주시길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2003년 4월 9일 거창에서 예비교사 소배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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