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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10:35. 경주에 다다랐다. 몇번 와본 곳이었지만 매번 느낌이 다른 곳이다. 신라 천년 역사의 고장이니 하는 정형화된 수식어를 망각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런 생각을 했다. 이미 지나간 역사라도 다시 되풀이 되어 내가 살아간다면 새로울 것이라고. 주변에 즐비한 기와지붕들의 곡선을 보면서 다시금 인류의 숨결이 꿈틀거리며 피어났었음을 느꼈다. 변형이 새롭게 되풀이 되면서 풀어지는 인생이라는 각본. 잠깐이나마 경주에서 그런 의미 있는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11:00. 울산에 다다랐다. 주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냈다. 서로 김밥을 뺏어 먹기도 하고, 바닷물에 물수제비를 뜨기도 하고. 긴장을 일찌감치 풀어낸 우리들은 꼬마들 마냥 장난을 쳤다. 그런데 갑자기 해변에 나타난 2인의 외국인. 곧이어 몇명의 재빠른 아이들이 'Take a picture'를 외치며 달려갔다. 결국 해변의 여인들은 모델을 서야 했다. '이 모습을 어르신들이 보신다면 혀를 차실까? 아니다. 어른들도 소시적에 유명 외국 영화배우 사진으로 책받침을 만들고, 미군부대 근처를 어슬렁 거리셨지 않은가?' 청춘의 검푸른 빛깔은 세대의 대물림이다. 경주에서의 생각들이 스쳤다. 인생이란 변형된, 예측할 수 없는 곡선으로 나아간다는 것. 그것은 근엄하기 만한 우리 아버지 세대에도 존재한다.

오후 1시가 되어서, 수학여행 첫 코스인 울산 현대 중공업에 도착했다. 안내원의 말에 따라 철판을 재단하는 선각공장, 주요 장비를 제작하는 플렌트, 엔진공장, 프로펠러 공장을 둘러 보았다. 안내원의 입에서 '세계 최대' 란 단어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연신 함성을 올렸다. 9미터의 스크류, 9만5천 마력의 엔진 등 말이 쉽지 상상이나 할수 있을까? 400 미터에서 잠수할 디젤 잠수함도 건조중이란다. 역시 현대의 스케일은 놀랄만 했다. 하지만 차로 둘러보는 수박 겉 핥기식 견학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홍성호
부산에서 제주도까지 배로 가는 첫날밤은 모두들 뜬눈으로 지새웠다. 3등실 카페트 바닥에 다닥다닥 모여 앉아 그림을 맞추기(?)를 하며 여유로움을 즐겼다. 지겨우면 배 갑판에 나가서 마주 부는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들이켰다. 짠내가 그득하니 온몸의 혈액에 녹아들면 그것조차 그렇게 신선할 수 없었다. 선채에 휘돌아치는 파도는 간혹 물방울을 뿜어 올렸다. 그것을 목적지까지 함께 가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였다.

ⓒ 홍성호
이제 내일이면, 파도가 '안녕' 할때면, 우린 또 다시 새로운 목적지로 간다. 상갑판에서는 술래잡기라도 하는지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바지선의 불빛이 희미하게 스러져 감에 따라 내일이 기다려졌다. 누군가가 이렇게 야간에 배를 타면서 느꼈단다. 태고적 어머니에게로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다시금 경주에서의 생각이 스쳤다. 일렁거림(배가 일렁거렸다.)의 싸인 곡선도, 누구나의 인생도 종점은 어머니의 품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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