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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배경씨
소배경씨 ⓒ 위성욱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년째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소배경(27·경남대학교 97)씨가 검거위험 속에서 '공개교육실습'(교생실습)을 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2002년 경남대학교 부총학생회장을 지냈고, 10기 한총련 대의원으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수배자가 된 소배경씨는 4월 4일 오후 2시 30분 경남대학교 10.18 광장에서 '공개교육실습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모교인 거창고등학교로 이동할 예정이다.

공개교육실습은 일반사회와 역사학을 교직복수전공으로 이수한 소배경씨가 거창고등학교 도재원 교장과 3학년 담임이었던 신용균 선생에게 '공개교육실습을 모교에서 하고 싶으며 실습기간동안 모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싶다'는 뜻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고, 도교장과 거창고등학교 측에서 고심 끝에 허락함에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를 비롯한 경찰은 소배경씨가 수배자이기 때문에 학교밖으로 나오면 검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공개교생실습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

비록 수배자의 몸이지만, 공개적으로 교육실습을 진행하면서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의 부당성을 알리고, 자신의 평생 꿈인 교사로의 첫 길도 열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힌 소씨는 "제발 학생들 앞에서 연행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소배경씨는 시골의 작은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때부터 객지생활을 하며 학교기숙사를 전전했던 소씨에게는 자연스럽게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부모님과 같은 존재이자, 청소년 시기에 자신을 지탱시켜 주었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술회한다. 그래서 중학교 시절부터 교사의 길을 가겠다고 운명처럼 여겨왔고 한번도 그 꿈을 접은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그에게 경남지방경찰청과 마산중부경찰서 보안수사대 형사들이 찾아와 압력을 넣고 '탈퇴서 쓰면 구속도 안 시키고 교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회유하기도 수차례. 포기하고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소씨는 "자신의 양심과 학우들의 믿음을 끝내 저버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방법이 공개교생실습이었던 것.

일부에서는 한총련 수배학생이 교생실습을 나오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아이들과 호흡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나의 삶의 지침서가 되어주었던 나의 선생님들처럼 아이들과 호흡하며 그들의 눈으로 귀로 입으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라고 그는 답했다.

한편, 소배경 학생의 공개교생실습을 위한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교육사회단체에서도 지지입장이 나오고 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2일 '한총련 소배경 학생의 공개교육실습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지지입장을 발표했다.

경남지부 신종규 대변인은 "현재 정부에서도 한총련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적단체 해제를 검토하고 있을 뿐더러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사상의 자유'에 대하여 더 이상 짐을 지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활동한 전력이 한 젊은이의 평생을 좌우할 교육실습의 기회를 박탈한다면 이 또한 사회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전근대적이고 수구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입장표명에 이어 "만약 소배경 학생의 공개교육실습의 기회가 구속이라는 모습으로 박탈된다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제 민주·사회단체와 함께 사법당국에 대하여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지입장과는 달리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수배자이기 때문에 검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안수사대는 "아직 검거하라는 지침이 (법무부에서)내려온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일단 4월 4일 기자회견 현장 상황을 보고한 후 상부의 지시에 따라 (검거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북대학교 김정희(26. 사범대 국어교육과 4년)씨가 이미 2002년도에 경북대학교 사범대 부설초등학교에서 공개교육실습을 진행하다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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