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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여고 전교생은 반전버튼을 착용하고 수업을 받는다.
이리여고 전교생은 반전버튼을 착용하고 수업을 받는다. ⓒ 모형숙
20일을 기점으로 그리도 원하지 않던 전쟁이 터졌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우리세대에게는 먼 얘기 같기도 하고 한편의 영화 같기도 하다. 도대체가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한숨만 터져 나온다.

요즘 중고생들 사이에서 반전 버튼을 달고 다니며 전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오근석 선생님은 전쟁반대의 맨 선두에서 학생들의 힘이 되고 있다.
오근석 선생님은 전쟁반대의 맨 선두에서 학생들의 힘이 되고 있다. ⓒ 모형숙
전북 임실군 관촌 중학교에서 터져 나온 반전버튼 달기 운동은 아이들의 눈망울처럼 진실된 목소리를 담아 전국 곳곳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익산시 이리여자고등학교에서도 반전버튼을 착용하며 평화를 염원하고 있다.

그네들은 ‘이리여고 가는 길이 빛나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해도 손색이 없다. 기특하다. 누구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가 구입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반전의 염원이 더 빨리 전국으로 메아리치기를 기대해 본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평화의 목소리를 내기까지는 다듬고 이끌고 보듬어 주는 누군가의 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 맨 선두에서 아이들의 힘이 되어준 이리여고 오근석 선생님.

버러지 날개 돋는 지혜를 깨닫고
서로 뜨겁게 사랑하여
우리 모두 하나이기를...


오근석 선생님 홈페이지에 담긴 이 글을 읽고 한참을 생각한 끝에 기어이는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다.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번데기과정을 거치며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참아야 아름다운 날개를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한마디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인내하고 고뇌하며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오선생님은 설명한다.

목에 착용한 반전버튼
목에 착용한 반전버튼 ⓒ 모형숙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때로는 반항도 하고 싶은 나이 10대. 아직도 아이 같고 부모님 그늘에서 응석받이인 줄 알았던 그네들이 이젠 당당히 전쟁을 거부하며 평화의 중요성을 표현하고 나섰다. 정말 기특하다.

그래서 오선생님은 학생들을 아끼고 올바로 자랄 수 있도록 이끌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이 기뻐할 때가 가장 보람됩니다.”
때로는 학생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속상하기도 하지만 교육이라는 것이 모든 존재의 가치를 실현시켜 주는 것인 만큼 그네들의 디딤돌이 되고 싶은 게 오선생님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마음을 아이들도 알았을까.

DJ(대머리 짱), 머털도사로 통하는 오선생님은 아이들에게서 신뢰를 얻고 있기도 하다. 한번은 첫 눈 오는 날 학교 운동장에 커다란 하트가 그려졌는데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서 그렸다고 한다.

요즘 오선생님에게는 전쟁 외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NEIS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WTO교육개방이 대두되고 있어 마음이 조급해진다.

오근석 선생님의 홈페이지
myhome.naver.com/odj4u/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세상에 대한 또 다른 시각, 잊고 지낸 양심들이 마음 한구석을 채워주는 글들로 가득하다.

환경을 생각한 푸른산 맑은물, 잃어버린 역사, 하나의 겨레를 위하여, 당신들의 천국 등 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고뇌하는 얘기들이나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보게 하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특히 반전버튼에 대한 학생들의 솔직한 글은 어른들이 배워할 부분이다.

오선생님은 4월쯤 ‘환경을 생각하는 학생들의 모임’을 만들어 자연탐사 등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환경 동아리를 만들고 싶은 게 작은 바람이기도 하다.
“온 국민이 나서서 막아야 합니다. 만약 교육이 개방되면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부자만 교육받고 가난한 사람은 혜택을 받기가 힘들게 됩니다. 교육이란 민족의 특성에 맞는 교육, 국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결코 개방으로 인해 종속되어서는 안되지요.”

돈으로 평가되는 교육보다 마음으로 주는, 사람을 가르치는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말이다.

이런 생각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지는 평화가 더욱 값진 평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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