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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라크전 조기 파병 방침을 밝히는 등 이라크전 참여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민주당과 한나라당에서는 개혁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전(反戰)의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전쟁 발발 직전 이라크 방문했던 송영길·김성호 의원은 물론 김근태·심재권·이미경 의원 등도 반전과 이라크전 파병 반대 의사를 공개석상에서 선언하고 나섰다. 또한 안영근·서상섭·김홍신 한나라당 의원도 직·간접적으로 파병 반대의 뜻을 비쳤다.

김근태 의원은 21일 오전 "미국의 대(對)이라크 전쟁은 명분이 없는 부도덕하고 침략적인 전쟁"이라며 24일 임시국회에서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한 22일 오후 종묘에서 열린 반전집회에 참석해 여야 의원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반전 및 이라크전 파병 반대 운동에 동참해 줄 것으로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 여야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2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이라크전 파병 저지활동을 논의하는 긴급간담회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근태 의원은 21일 오전 민주당 중앙당사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민 다수가 이라전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라크전 파병 반대 이유와 관련 "절차적으로 UN 안보리를 통과하지 못했고 내용면에 있어서도 테러 조직과 연계된 증거를 미국은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이 어제는 매우 슬픈 날이라고 평가한 점에 적극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선언과 파병 결정에 대해 "행정부 수반으로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결정한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이라크전의 군사적 행동에는 찬성을 하면서도 핵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을 구하는 것은 일관성에 문제가 있고 향후 국제적인 지지를 요구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히 노 대통령을 겨냥해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15분만으로 (이라크전을) 지지하겠다고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은 뒤 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파병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재권 의원은 '이라크전 지지와 파병은 헌법과 한미방위조약 위반, 철회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이라크 전쟁은 유엔의 결의도 없이 세계의 반전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그야말로 불법전쟁"이라며 파병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심 의원은 "한국정부는 이라크전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이번 이라크 파병은 한미동맹관계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기틀인 대한민국 헌법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1조
당사국(한미양국)이 국제연합(유엔)에 대하여 부담한 의무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무력으로 위협하거나 무력을 행사함을 삼갈 것을 약속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당 개혁안 논의를 위해 이날 오전 소집된 당무회의에서는 이라크전 파병 문제로 잠시 난상토론이 잠시 벌어지기도 했다.

유용태 의원은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대표와 함께 국회 농성에 참여했던 이호웅·심재권·김성호·송영길·김경천·김태홍 의원 등을 겨냥 "대통령이 미국 지지 담화를 발표했음에도 의원회관에서 김원웅 대표가 농성을 하고 있는데 우리 당 현역 의원이 격려를 하고 있고 일부는 언론에 반대 성명을 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이라크전과 파병안에 대한 조속한 당론 확정을 촉구했다.

그러자 발언권을 넘겨받은 이미경 의원은 "물론 당론을 모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한다"면서도 "명분상으로도 문제 있는 전쟁임에 틀림이 없고 절차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고 파병반대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UN 결의를 통하지도 않고 미국이 밀어붙이기 전쟁에 동의하면 전쟁발발 가능성이 높은 한반도에 그런 가능성이 혹시나 생겨날 경우 우리는 뭐라고 명분을 내세울 것이냐"고 되묻고 "소수 의원들이 파병 반대 의견을 내고 농성을 하는 것은 역시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고 맞받았다. 당론을 확정하더라도 개별 의원들의 활동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임채정 의원은 유용태 의원이 이라크전에 대한 당론 확정 요구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다만 파병 동의 비준안에 대한 당론만을 확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김경재 의원도 "전쟁에 대한 태도는 개별적으로 놔 둬야 한다"며 임 의원을 거들었다.

오는 24일 열릴 임시국회에서 수정안을 제출하겠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경재 민주당 의원은 김근태 의원의 기자간담회 도중 "중간적인 입장이 있다"면서 공병대의 파병은 실제 전투에 참여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의료병 파견만을 승인하는 수정안을 임시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센 반전·파병 반대 여론에 곤혹스런 청와대

한편, 청와대는 지난 걸프전이나 아프카니스탄전과 달리 거세게 일고 있는 국내 반전 여론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직전 문재인 민정수석은 '반전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착잡하다"며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는가"라고 오히려 되물었다.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반전시위가) 당연하다, 시민사회가 성숙했다는 증거다, 양심세력이 있다는 얘기다"라며 "잘 청취해서 가능한한 존중해서 가야한다, 그게 대책이고 다른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회의가 시작해자 노무현 대통령은 유인태 정무수석으로부터 시민단체들의 반전시위 상황을 보고받고 "(경찰이 시위에 대해) 너무 강압적으로는 하지 말…"이라고, 채 끝맺지 못한 당부를 했다.

개혁파 의원-시민운동가들 '파병 반대' 한 목소리

▲ 여야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은 21일 국회식당에서 파병저지 활동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라크 파병 결의안이 오는 24일께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1일 오전 여야 의원들과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국회에서 만나 '반전'과 '파병 반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김근태 의원은 "시민단체에서 각 당 지도부와의 면담을 오늘내로 신청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김성호 의원은 "국민여론을 거치지 않고 파병 결의안을 내는 것을 국회에서 막아야 한다"며 파병 결의안은 충분한 국민여론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파병 결의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것을 막고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파병 반대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을 세웠다"며 "하지만 정부가 오늘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고 다음주 월요일쯤 국회를 통과시키겠다고 하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민변과 공동으로 이라크전 파병에 대한 위헌소송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상섭 의원은 "중앙의 NGO보다 지역의 NGO들이 지역구 의원들을 압박해야 효과가 있다"며 "대통령은 대미관계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만은 (이라크전 파병은) 안된다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운동가들은 "여성 의원들이 먼저 파병 반대 견해를 표명해 달라" "의원들이 사회 원로들에게 파병 반대 의견을 표명해 달라고 요청했으면 한다" 등의 제안을 내놓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김근태·김경천·김부겸·김성호·서상섭·오영식·안영근·임종석·이미경·정철기 의원 등 여야 개혁성향 의원들도 참석해 반전과 파병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 구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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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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