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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하고도 한달 가량이나 남았는데도 지역정가는 벌써부터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관련한 이야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정치를 업으로 하는 정치권에서 총선이 화두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어쩌면 일찍부터 회자되는 것이 정치인에 대한 평가 등 유권자의 판단에 여유를 줄수 있다는 점 따위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된다는 국회의원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인가는 이른바 벽보를 붙여본 사람(출마자)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 노력을 다 알겠는가. 자기자신은 기본이고 자신 주변과의 싸움, 몇일지 모를 상대 진영들과의 경쟁,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여론과 민심의 향방, 언론과 매체의 휘두름 등 숱한 상수와 변수의 함수관계에서 자신만의 해법으로 돌파하야만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자신의 정책과 공약, 신념과 원칙은 기본이고, 자신의 학력과 경력, 전과의 유무, 자신의 재산과 병역문제는 물론 직계 가족의 재산과 병역문제, 출생지, 원적지, 본관, 취미, 특기 등등 신변잡기마저도 몽땅 공개해야하는 벌거숭이 되기의 시합에 서로 나서고자 발버둥 치는 것은 정말이지 타고나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선거라는 것이 여러명의 승리자가 나올 수 없는 이른바 공동 우승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즉 단 한표라도 더 얻는자가 독식하는 그래서 당당히 당선자로 승자로 되어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가.

또한 영호남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면, 여론조사라는 예측 방법은 있으나 뚜껑을 열어봐야 그 결과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불확정성의 게임에 거의 전부를 걸면서 투자하는 행위는 자기희생의 과정이 감수되지 않는한 도전하기 어려운 모험이랄 수밖에 없다.

이렇듯 하나하나의 공정과 선거참여부터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전 과정이 빼놓을 수 없는 통과의례일 수밖에 없기에 선거에서의 참여는 결과를 떠나서 '대단한 도전'이고, 어찌보면 원시적인 이 게임에서 승리를 쟁취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명예와 권위, 지위와 권한 등은 당연해 보인다.

앞서 든 여러 어려움 따위야 별반 대수롭지 않은 탓일까. 아니면 용기와 신념의 과잉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탓인가. 최근 내년 총선에서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대전만해도 족히 수십명이 넘는다. 모두 여섯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참가하겠다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것은 결코 비난할 수 없는 고무적인 일이고 유권자에게는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볼 때 그리 나쁘지는 않다. 아니 유쾌한 일일 것이다.

기존 제도권 인사는 물론이고 스스로 개혁진영 또는 신진세력이라고 이야기하는 386, 475세대, 지역시민사회의 제 인사 등 다양한 출신의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출마를 결심했거나 출마를 종용당한다는 사실이다. 왕후장상에 씨가 없고 마땅히 유권자의 심판을 통해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하는 숭고한 의지에 무슨 토를 달 것인가.

그런데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내 짧은 생각으로는 상당 부분 노무현 때문인 듯하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노무현 현상은 고요하던 사람들의 마음에 돌을 던졌고, 파문은 이내 가라앉기 쉽지 않을 모양이다.

왜 그런가. 사실 국민참여경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가 될 때를 제외하고, 후보가 된 뒤 바로 이어진 여러 요인 - YS방문과 영삼시계, DJ아들들의 구속 등 - 탓으로 그의 지지도는 날개없이 추락했다. 노-정 후보단일화에 성공하기 전까지 누구도 그의 당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러한 역경을 이겨내고 노무현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또다른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삶과 정치행적 때문으로 보인다. 상고출신이라는 학력은 소위 주류사회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천형과도 같은 한계였으며, 모두 4차례의 낙선이라는 고난을 딛고 대통령으로의 당당히 부활한 그의 입지전적인 행적은 '노무현도 하는데' 하는 생각을 형성케 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듯 노무현대통령의 삶의 역정과 정치적 승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로 커다란 충격을 주기에 충분함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마구 흔들며 업(UP)시켜주었고, 기성과 제도, 세대와 출신을 넘어 출사의 붐을 형성케 하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논리의 비약일까.

물론 '이번이 절호의 찬스'라는 생각과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조바심도 개개인의 편차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작용했을 수 있고, 또 제17대 총선의 때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하면서 '안으로 안으로 채찍질하며'인고의 세월을 준비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노무현이 되었다고 모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처가 되려면 부처를 죽여야 된다던가. 노무현처럼 되고자 한다면 노무현에 대한 벤치마킹을 넘어서는 노력과 투혼을 발휘하라. 생각도 실천도 말이다.

17대 총선까지는 아직 1년이 남아있다. 생각할 그리고 실천할 시간은 넉넉하진 않아도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부족하진 않다. 벌써부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또는 어느 패 어느 진영하는 식으로 삼인삼색 오인일파식의 연횡이 나타난다고 한다.

입은 개혁을 말하면서 행동은 구태라면 어떻게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을까. 신악이 구악 뺨을 칠 것이라는 기우를 정말 기우로 만들고자 한다면 개혁진영의 이름으로 차분히 준비하는 그리고 절차에서부터 이겨가는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다.

시절이 하수상하고 아직도 바람은 세차게 분다. 이런 때라면 정말이지 나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 누구 누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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