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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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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철학 읽어주는 남자>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철학책'이 최종 목적이라고 당당히 밝히며 독자들 앞에 나섰다. 이책은 특히 <한국의 정체성> <한국의 주체성>으로 주목 받았던 탁석산씨의 신간으로 더 주목 받는다.

총 3부로 나눠진 <철학 읽어주는 남자>가 무엇보다 기존의 철학책들과 달리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철학을 현 사회의 주된 주제들과 짝지어 해석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2부에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는 것으로 일례로 탁석산씨는 복권을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으로 설명해 준다. 이 이론에 따르면, 불평등에는 사회적 불평등과 자연적 불평등이 있는데, 후자는 어떤 수단으로도 해결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복권으로 돌아간 셈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복권이지만 이러한 사회의 불평등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에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다라고 전한다. 즉, 복권은 전적으로 운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식, 미모, 성격 등으로 인해 겪게 되는 자연적 불평등으로 받은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대증요법은 돼 주는 셈이다.

또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해 주는 장치 중의 하나는 '스포츠'라고 꼽는다. 이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공정과 반칙이 만연한 반면 게임은 규칙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말한다.

더불어 화장, 패션, 성형 수술 등 현대 사회를 말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이 세 가지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이는 메를르 퐁티가 <지각 현상학>에서 말한 '세계는 내가 생각하는 세계가 아니다' 라는 문구를 빌려 성형과 패션, 성형수술로 자기 자신을 꾸며 남에게 보이는 나는 내가 꾸미고자 하는 내가 아니라고 한다. 이는 단지 내가 원하는 이미지에 머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러한 다소 가벼운 일상적인 얘기에서 벗어나 1부와 3부에 탁석산씨는 철학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펼친다. 먼저 탁석산씨는 철학은 단지 '교양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교양이란 없어도 별 지장이 없이 살 수 있지만, 철학은 삶에 대한 전문 지식이며 가혹한 훈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라고 차별을 둔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철학이 여전히 사람들의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여겨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는 적용되기 힘든 무수한 서양식의 철학만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며 이를 지양하고 우리 철학으로 우리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삶의 질을 높이자고 주장한다.

더불어 탁석산씨는 부록으로 철학책 읽는 방법과 도움이 될 만한 철학책 몇권을 소개하는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철학은 단지 상자 속에 고이 담아두고 것이 아니라, 탁석산씨가 책표지에 들고 있는 스패너처럼 고장난 물건을 고칠 때 언제든 편히 쓸 수 있는 연장 도구처럼 우리 삶 속에서 부단히 함께 호흡해 나가야 할 것임에 틀림없다.

철학 읽어주는 남자 (보급판 문고본)

탁석산 지음, 명진출판사(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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