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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정치수배자들의 인권침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오는 14일엔 한총련 수배자 가족들이 공개 모임을 갖고 한총련 합법화 및 수배해제를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1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던 한총련 장기 수배자 윤용조(25·부산대 철학과 4)씨가 <노무현 대통령께>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왔다. 윤씨는 5년 동안 수배생활을 하다 '심근염으로 인한 심근종'이라는 병원의 진단 결과를 받고 요양 및 치료 중이다. <오마이뉴스>는 윤씨의 글을 받아 싣는다...<편집자 주>


노무현 대통령께
- 한총련 이적규정이 불러온 반인권적 회유


▲ 지난 달 18일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윤용조씨.
ⓒ 오마이뉴스 김지은
저는 2002년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내고,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의 대의원이었다는 이유만으로 4년 넘게 수배 생활을 한 윤용조라고 합니다. 지금은 창살없는 감옥 생활의 긴장과 불안한 생활 환경으로 심장병 판정을 받고 요양 중에 있습니다.
학창 시절 체력장에서 1급 이상을 놓친 적이 없던 제가, 뜀박질을 해선 안 된다는 말을 들은 후로는 삶에 대한 자신감 마저 줄어들면서 괴로움을 삭히게 됩니다.

체포 영장이 발부되어 공안 당국과 경찰의 감시망에 쫓기던 저는 현재 '수사 보류'상태가 되어 요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4년만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어 일면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장 치료에 가장 우선되어야 할 심적 안정은 자꾸만 불안감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 보류' 방침이란 것이 일정 정도의 기간을 두고 몸의 상태에 따라 구속, 불구속 판단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병의 호전은 구속의 지름길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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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불안감을 안겨주는 것도 모자라, 수사 보류 기간 내에 탈퇴서나 반성문을 쓰면 선처를 해 주겠다고 회유를 일삼고 있습니다. 검찰의 깊은 뜻은 바로 아픈 것을 고리로 탈퇴서나 반성문을 쓰게 할 회유의 시간을 벌겠다는 것입니다.

부당한 법과 규정에 맞서 싸우다 얻은 병에도 화가 나지만, 그 병을 고리로 4년 넘게 지켜온 신념과 양심을 저버리라고 요구하는 공안 당국의 반 인권적 회유를 겪노라면 치가 떨릴 지경입니다.

@IMG2@건강 악화로 아픔을 겪으며 공안 당국의 반 인권적 회유 앞에 놓여져 있는 학생은 저 뿐만이 아니라, 경기대 박제민, 동국대 주진완 학우를 비롯하여 정치 수배자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많이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큰 역적이기에 이토록 시린 아픔을 청춘 시절에 겪어야 한단 말입니까! 대통령께서도 취임사에서 역설했듯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의존의 역사를 강요받는 것에 저항했고, 당당한 대한민국, 통일 한반도를 꿈꾼 것이 전부인 우리입니다.

친북이라고 색을 입히는데, 58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금기시 된 영역에 대한 청년 학생으로서의 호기심과 지적 욕구의 발로일 수 있다고 봅니다. 설사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무조건적 차단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광장에서의 민주적 토론을 통한, 합리적 결론에 이르는 것이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민주적 정치 문화의 성숙이 아닙니까! 인터넷을 통한 토론에 익숙해지고 있는 저희 20대입니다.

반칙과 특권이 통하는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동북아 평화 공동체를 지향하는 시대사적 전환기에 있다고들 합니다. 이러한 때에 동북아 시대의 리더를 꿈꾸지 못할망정, 20대의 초반을 수배자로 20대의 후반을 투병 생활로 보내야하는 청년 학생의 양산은 반드시 종결되어야 할 세계적 수치입니다.

한총련의 정치 수배 해제를 위한 모임이 결성되었습니다. 기자 회견과 기자 간담회, 공개 건강 검진, 정치 수배자 인터넷 방송 등 정치 수배의 부당성과 합법화를 요구하는 활동을 공개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옆 집 아저씨 같은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대면해서 이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습니다. 저희에게 날개를 달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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