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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9일 오후 2시 한국외대로 찾아온 한총련 정치수배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가 과연 대한민국 국민인가요?"/ 김이연심 PD
"정신적,신체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조속한 정치 수배해제를...


▲ 한국 외대에서 진행된 한총련 수배자 건강검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주희 (25·02년 덕성여대 부총학생회장, 수배생활 3년째)


<한방과 진단 결과 및 소견>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태. 언제 잡힐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잦은 두근거림으로 심장 기능이 약해진 것으로 보임.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위경련과 위 기능 약화. 찬 바닥 위에 깐 전기장판에서의 수면으로 기운이 많이 빠진 상태. 간 기능 약화 의심(정밀검사 필요).어깨와 허리 이상. 월경불순(무배란성 출혈 의심), 전체적으로 기가 많이 허해진 상태.

<내과 전문의 소견>
소화기능 저하, 위염증세 있음(위 내시경 검사 필요). 단백뇨 양성반응 신장 기능 약화 의심(정밀검사 필요).

<치과의 소견>
왼쪽 사랑니 발치 필요, 치석이 많아 염증 우려됨. 왼쪽 충치 치료 필요.


유영업(97년 목포대 총학생회장·제5기 한총련 의장권한 대행)

<내과 전문의 소견>
허리 디스크.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장애. 위장장애(위·십이지장 궤양 장애 가능성 있음). 위내시경 검사 필요, 단백뇨 양성 반응(신장 정밀검사 필요). 편두통 증상

<정신과 전문의 소견>
오랫동안 지속된 수배생활로 인해 우울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음. 전문적인 치료 필요. 약물 처방.


@ADTOP1@
송승훈(제5기 한총련 간부·목포과학대, 수배생활 7년째)

<한방과 소견>
뼈 교정 치료 필요(장기치료 필요). 무기력증(몸에 기운이 없고 허함)

<내과 전문의 소견>
왼쪽 어깨·허리·무릎 이상(정밀검사 필요). 위궤양 증세. 수면장애로 인한 수면부족. 무기력증. 간·위·폐 기능 저하(정밀검사 필요)

<치과의 소견>
치료 못한 충치 악화


박제민(26·00년 서울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00년 경기대 총학생회장)

<한방과 소견>
만성 설사(대장 검사 필요). 전체적으로 곳곳이 아픈 상태.

<내과 전문의 소견>
급성위염 우려(시급한 치료 필요). 골절부위 물리치료 필요. 현재 물리치료를 하지 않아 부어오른 상태. 고도 근시로 인한 시력 저하. 안과 정밀 검진 필요. 스트레스성 지루성 피부염. 지속적 탈모 우려. 정형외과·내과·안과·피부과 치료 필요.


노화 증상이 아니다. 20대 정치수배자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수배자들에 대한 각 과 전문의의 진단 결과다.

최초로 이들을 집단 검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된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전국보건의료노조) 소속 의료인들은 "장기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안정적인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한방과 전문의는 "한 학생은 나이는 20대 초반인데 증상을 보니 몸은 60∼70대 노인들이 호소하는 증상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체포' 위험 무릅쓰고 공개 건강검진 받겠다고 나선 수배자들

▲ 한국외대 대학원 대강당은 9일 하루 한총련 수배자를 위한 임시 진료소가 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9일 오후 1시 한국외대 대학원 강당. 50명 남짓한 강당 내에 한방과 치료를 위한 침대 7대가 들어찼다. 침대 옆에는 뜸, 침, 적외선 치료기 등 치료도구가 놓였다. 양방진료에 필요한 혈액 검사를 위한 채혈대와 혈압계·시력 측정표 등도 마련됐다. 흰 가운을 입은 양방·한방 의사진 및 치과의와 약사·간호사·의대생 등 30여명의 의료진이 진료 데스크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외대 대학원 강당은 이날 하루 한총련 정치수배자 50여명을 위한 종합 진료소로 변했다.

이날 11명의 한의사와 함께 진료에 나선 청년한의사회 소속 조혁태 세명한의원장은 "그간 의사단체 등에서는 주로 경제적인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활동에 그쳤었다"며 "오늘 검진은 정치 수배자라는 정치적·인권적 소외 계층을 진료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 원장은 "정치 수배라는 심적·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던 분들이라 몸 상태가 좋지 않으리라 예상한다"며 "한방쪽에서는 당일 할 수 있는 뜸·침·적외선 치료 등을 실시하고 약물치료가 필요할 경우 향후 약을 조제해 택배로 부쳐주는 등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방에서도 위장약, 파스 등 당일 처방할 수 있는 약품 및 검사 용품과 검진 버스 등을 무료로 제공, 대가없는 의술활동을 펼쳤다.

향후 한총련정치수배해제모임(대표 유영업, 이하 수배해제 모임)은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공동으로 이날 검진 결과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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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임시진료소로 정치 수배자들이 속속 들어왔다. 짧게는 1년 길게는 7년째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다. 목에는 이름과 함께 수배생활 햇수를 명기한 카드를 걸었다. 이들에게 수배생활 햇수는 몸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잣대'다. 수배자들이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이 대부분 수배생활에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배자들은 오랜 긴장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성 질환을 앓고 있다. 숙식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생기는 뼈 이상이나 위장 장애도 흔하다.

유영업(97년 목포대 총학생회장·제5기 한총련 의장권한 대행) 수배해제 모임(이하 수배해제 모임) 대표는 "현재 수배자들이 겪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길게는 7년씩 쫓기는 생활을 하다보니 늘 긴장상태가 계속돼 스트레스로 인한 육체적 질병도 동반하게 된다"며 "특히 수배자 대부분이 학내 시멘트 바닥에 스티로폼과 전기장판을 깔고 자니 허리 디스크나 어깨 결림 등이 심하고 위염 같은 질병을 흔히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달 19일 수배해제 모임이 한총련 관련 정치 수배자 40여명의 건강 상태를 파악, 공개한 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수배학생들이 흔히 앓고 있는 병은 위염·위경련과 같은 '속병'과 허리 디스크와 같은 뼈 이상이 주다.

▲ 이날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의료진은 혈액검사, 시력검사 등 기초 검진, 현장치료 및 약 처방 등 '대가없는' 의술을 펼쳤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9일 실시된 건강검진에서도 이같은 사실은 증명됐다. 이날 수배자들을 진료한 양·한방의 의사들은 "규칙적인 의·식·주 생활을 할 수 없으니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좋을 리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진료에 나선 인의협 소속 김정범(인천시 남촌가정의원) 의사는 "건강 유지 비결은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긴장과 이완, 충분한 수면과 영양 섭취"라며 "그런데 수배학생들은 이런 건강유지의 기본을 지킬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 수배생활이 바로 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방의들은 특히 수배자들의 잠자리가 몸의 기운을 빼앗는 주범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곽금화 한의사(동국대 한방병원 부인과)는 "전기장판에서 많이 자면 몸의 기운을 많이 뺏기게 된다"며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몸이 차고 기운이 허하며 맥이 약하다"고 말했다.

수배자에겐 '충치'도 작은 병이 아니다. 치과진료는 보통 장기치료를 요한다. 그러니 수배자들이 제대로된 치과진료를 받았을 리 만무하다. 이날 수배자들의 치과 진료를 담당했던 건치 소속 정달현 예본치과 원장은 "학생들 중에 충치를 방치해 심해졌거나 잇몸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치아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원상회복 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병'을 알아도 치료를 하지 못하니 수배생활이 병을 키우는 셈이다. 그중 대표적인 이가 박제민(26·00년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의장·00년 경기대 총학생회장)씨. 박씨는 선천성 악성근시다. 정기적인 안과 진료를 요하는 병이지만 박씨는 지난 2000년 이후 안과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 수배생활을 하는 동안 시력은 갈수록 나빠졌다. 이제는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할 때도 글자크기를 24∼30 포인트로 놓고 써야할 정도다. 지난 해 11월엔 왼쪽 다리까지 부러졌다. 학생들 20여명의 '엄호'를 받으며 병원에 가 수술을 받았지만 이후 물리치료를 받지 못한 탓에 걸음도 불편하다. 이날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박씨는 "오늘도 건장한 친구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며 왔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웃음이 밝아 보이지 만은 않는다.

박씨는 다른 사람들은 금세 읽어 작성할 수 있는 '건강조사 설문지'를 작성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안경을 위로 올리곤 종이에 눈을 바짝 갖다 대야만 읽을 수가 있다. 그는 "어차피 안경은 별 필요가 없다"며 또다시 웃었다. 이어 "사실 불안하고 억울하다"며 "이 나라가 내가 사랑했던 대한민국이 맞나 싶다. 제대로 치료받을 수조차 없는데... 아무래도 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건강상태를 검진한 원진녹색병원 소아과 전문의 김현숙씨는 "고도근시뿐 아니라 골절된 다리의 뼈가 아물고 있는지에 대한 재검진이 시급하고 이 외에도 스트레스성으로 의심되는 지루성 피부염이 있어 정형외과·내과·안과·피부과 등의 치료 및 검사가 시급한 상태"라고 말했다.

수배자들 "검진 받은 것 만으로도 마음 놓여"
의사들 "이들을 낫게할 힘, 의사 아닌 정부에 있다"


전날에는 남총련 수배자들 건강검진 실시
경찰봉쇄로 장소 옮겨 진행

이날 50여명의 수배자들은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경찰이 언제 이들을 검거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희대 수배학생 7명은 아예 50명 이상의 학생들에 둘러싸여 학내로 들어오기도 했다.

전날인 8일에는 전남대와 조선대 등 광주전남총학생회연합(남총련) 소속 수배학생 18명이 오후 5시께 금남로에 위치한 광주YMCA 무진관에서 집단 건강검진을 받으려 했으나 경찰 300여명의 봉쇄로 무산됐다. 결국 남총련 소속 수배학생들의 건강검진은 이날 오후 6시 30분께 부터 조선대학교에서 진행됐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날 수배해제 모임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게다가 경찰은 외대 측에 대한 압수수색영장까지 발부한 상태였다. 이날 유영업 수배해제 모임 대표는 "외대 학생처에서 청량리 경찰서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았다고 통보했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현재 학교 주변에도 보안 수사대원들이 포진해 있다는 정보도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 날 학교주변에 100여명의 인원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배자들의 교내진입을 막거나, 연행하지는 않았다. / 김지은 기자
"불안·우울 증세가 제일 두드러진다. 신체의 자유가 없이 쫓기다 보니 누구라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위장장애 등 신체적인 질병도 동반하게 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 배기영 동교 신경정신과 원장(인의협)

"대부분 충치나 잇몸질환 등을 앓고 있었다. 사랑니를 뽑아아 하는 데 제때 뽑지 않아 곤란을 겪는 학생도 많았다. 치과진료는 우선 지속적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동 자유가 보장돼야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수배학생들은 그런 상황이 아니니 상태가 심해진 경우가 많았다. 치과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상태가 심해져 원상 회복되기 어렵다. 외적인 조건으로 적절한 진료를 못 받아왔으니 많이 안타까웠다." - 건치 정달현 예본 치과 원장(건치)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장애나 어깨결림 등의 증세가 많았다. 수배학생들 대부분이 자주 잠을 깨고 잠을 푹 못자거나 자주 가슴이 답답하다는 증세를 호소했다. 잠자리가 차다보니 몸에 한기가 들어있는 사람도 많았다. 심한 경우에는 긴장생활로 인해 어깨가 굳어지고 이 증상이 목까지 영향을 미쳐 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학생도 있었다. 이런 증상들은 장기적으로 치료만 받으면 금세 나을 수 있는 증상들인데 안타깝다." - 조혁태 세명 한의원장(청년 한의사회)

"수면부족·불안·긴장 증세가 많았다. 이로 인해 대부분 소화불량, 허리통증, 어깨결림이나 두통 등을 앓고 있었다. 특히 위장질환 중에는 정밀검사를 요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건강유지 비결은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긴장과 이완의 반복이다. 여기에 충분한 수면과 영양섭취가 따라야 한다. 그런데 수배자들은 이런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킬 상황이 아니니 수배생활 자체가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처방이나 치료도 증세를 잠시 호전시킬 뿐이지 근본적인 치료는 될 수 없다." - 김정범 인천 남촌가정의원장(인의협)

이날 한총련 정치수배자 50여명은 3시간 여에 걸쳐 양·한방·치과에 걸친 검진을 두루 받았다. 양방에서는 당장 필요한 약을 처방·지원했고, 한방에서도 뜸·침 등을 이용해 현장에서 치료를 했다.

▲ 한총련 수배해제 모임은 이날 법무부 장관에게는 검거 중지 조처를, 유인태 정무수석에는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검진 및 치료를 받은 학생들은 "검진을 받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안정됐다"며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올해로 3년째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김정숙(25·연세대 행정학과 4년, 01년 사회대 학생회장)씨는 "사실 처음엔 검진을 받아도 뭐가 달라질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와서 어디가 아픈지 얘기 듣고 치료까지 받으니 마음이 많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정주희(25·02년 덕성여대 부총학생회장, 수배생활 3년째)씨도 "여러 의사분들이 대가 없이 자비를 들여서 검진이나 치료를 해주시니 참 감사하다"며 "(건강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는데) 덕분에 마음도 많이 놓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료를 모두 마친 각 과 의사들은 "이것은 일회성 치료이지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다"라며 입을 모았다. 이어 "사실 마음을 놓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수배생활을 끝내는 게 급선무"라며 "진료를 해도 정기적인 치료로 이어질 수가 없으니 안타깝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의료진들은 "수배학생들 중에는 아예 치료를 자포자기한 경우도 있었다"며 더욱 안타까워했다. 이날 박제민씨를 진료했던 한의사 김효진씨는 "박씨의 경우에는 아픈 데가 무척 많았지만 본인이 먼저 '몸이 아파도 어쩔 수 없다'며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여 가슴이 아팠다"며 "요즘엔 애완견들도 조금만 아프면 동물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세상인데…"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 다른 한 의사는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이들의 병을 낫게 할 힘은 노무현 정부에 있을 것"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기적 검찰의 항명도 '대화'로 받아준 대통령, 우리의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 외대 대학원 건물 1층 로비에서 <대통령과 전국 검사와의 대화>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과 학생들.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수배학생 50여명은 검진이 시작되기 전 간단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권오헌 양심수후원회장·이영훈 제11기 한총련 임시의장 권한대행 등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배해제 모임 측은 수배상황에 대한 공식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유영업 수배해제 모임 대표는 "강금실 신임 법무부 장관이 현재 한총련 관련 수배자 179명에 대해 검거하지 않겠다는 수사지침을 내려주길 바란다"며 "더불어 4·19, 석가탄신일 등 특별사면이 예상되는 시기에 한총련 관련 구속자를 포함한 양심수 전원을 석방하고 수배자에게는 해제 조치를 내려줄 것을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한총련 합법화와 관련해 현재 상황을 구체적으로 조사해줄 것을 주문했다. 유 대표는 "국가 인권위에서도 지난 해 말 수배해제 모임의 진정을 받아들여 오는 11일 구체적인 조사에 나서겠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한총련 합법화에 대해 정부에서도 공개적인 조사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들은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면담도 요청했다. 수배해제 모임은 "오는 14일 수배자 가족 모임이 결성식을 가진 후 인권·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민주당 및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방문하려 한다"며 "정무수석께서 이 면담에 응해주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총련 소속 수배자들의 건강검진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토론회인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이하 검사와의 대화)>가 시작된 시각이었다.

또 MBC·KBS·SBS 등 방송 3사는 <검사와의 대화>를 생중계 했다. 건강검진 현장이었던 외대 대학원 1층 로비에 비치된 텔레비전 주변에도 이날 토론회를 시청하려는 시민 및 학생들이 몰렸다.

진료를 받은 수배자들 중 일부도 이날 토론회를 지켜봤다. 이중 토론회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 수배자는 "사실 더 빨리 만나줘야 할 사람들은 우리가 아닌가"라며 "한총련은 지난 6년 동안 불합리한 사법당국의 판단 때문에 1600명 이상의 연행·구속자가 발생했고 올해는 또다시 400여명의 신임 대의원들이 수배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검찰 개혁을 바라고 있는데도 어찌 보면 이기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검사들도 직접 만나 그들의 말을 들으셨으니 한총련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의 논리'로 풀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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