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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8일 대검찰청 정문의 1인 촛불시위 모습
2003년 3월 8일 대검찰청 정문의 1인 촛불시위 모습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8일 저녁 6시 지하철 서초역 부근 대검찰청 정문에서 촛불시위가 열렸다.

비록 비내리고 눈보라치는 꽃샘추위와 홍보부족으로 1명의 네티즌(본인)만이 촛불을 밝히며 그 시작을 알렸지만 검찰개혁을 바라는 네티즌의 희망은 힘이 넘쳤다.

정각 저녁6시에 준비한 촛불에 불을 당기며 1인 촛불시위를 시작했다. 검찰내부의 위기의식이 상당한듯 서울지검 정문앞은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적막감이 생각보다 높았다.

서울지검 앞에서 5분여 동안 촛불을 밝히며 `검찰의 진정한 바로서기`와 외압으로 부터 `검찰 독립성`을 염원하며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네티즌의 참여가 더 이상 늘지 않음을 원망하기에는 검찰개혁의 당위성이 국민적 소망이기에 서울지검의 높다란 담장을 따라 대검찰청 정문으로 양심과 개혁의 상징인 촛불을 품에 안고 자리를 옮겼다.

2003년 3월 8일 서울지검청사의 야경과 개혁을 보듬는 촛불
2003년 3월 8일 서울지검청사의 야경과 개혁을 보듬는 촛불
대법원 청사와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대검찰청의 모습은 그 외관의 위용과는 다르게 왠지 초라해 보였다.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소망을 저버리고 정치권의 시녀로 변질된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 씁쓸함이 더욱 아리고 가슴이 아프다.

얼마 후 검찰청 주변에서 고시공부에 열중인 한 청년이 다가와 1인 촛불시위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그는 검찰에 근무하는 선배들의 말을 통해서 검찰의 위상이 이토록 처절하게 추락했는가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식견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갔다. 서열중심의 인사관행에 따른 폐해와 현 시점에서 모든 검사들이 항명과 같은 모습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기도 한다.

촉촉히 내리는 빗줄기가 어느새 눈보라로 바뀌고 촛불을 위태롭게 만들기도 했다. 간혹 취재차량만이 분주하게 오간다. 그러나 개혁을 염원하는 촛불은 외풍에 보란듯 흔들리지 않고 대검찰청 부근의 어둠을 밝히며 굳세게 국민의 여론을 전하고 있다.

대검찰청 경비 한 사람이 1개의 촛불이 신기한 듯 기웃거리며 왜 촛불이 정문앞을 밝히는지 물어본다. 자초지종을 알고서야 "검사님들 다 퇴근 하셨어요"하며 총총히 사라진다.

그러나 촛불이 발라보는 대검찰청과 서울지검의 청사는 또 다른 불을 밝히며 검찰개혁과 인사파동의 여파를 예의주시 하듯 긴장감을 감추지 않는다.

검찰개혁은 온국민의 의지로 다가서는 첫 단추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약 1시간 가량의 촛불시위가 갖는 의미도 국민의 여론을 진솔하게 전하는 데 있기에 더욱 가슴이 뜨거워진다.

두 여중생 압사사건으로 비롯된 평화적인 촛불시위가 대구 지하철참사에 이어 검찰개혁의 지평에서도 더욱 불타오르기를 바라며 육중한 검찰청사의 희미한 불빛을 뒤로하고 훤하디 훤한 촛불은 더욱더 국민의 힘을 가다듬는다.

희망가를 조용히 부르며.

덧붙이는 글 | 박철훈 기자는 인터넷 Daum카페의 ` 강금실을 지지하는 모임`  
(cafe.daum.net/knetpower)의 운영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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