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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반대 범시민사회 활동가 선언'을 추진하고 있는 민언련 이희완 간사(왼쪽)와 참여연대 안진걸 회원참여팀장. ⓒ 오마이뉴스 손병관
'조선일보 반대 범시민사회 활동가 선언'을 추진하고 있는 민언련 이희완 간사(왼쪽)와 참여연대 안진걸 회원참여팀장. ⓒ 오마이뉴스 손병관
강 교수는 지난 1월16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언론개혁에 관한 한 시민단체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또한 그는 "(시민단체가) 나와 김동민 교수에게만 악역을 맡긴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뒤늦은 화답일까? 일단의 젊은 시민운동가들이 의기투합, 동료 시민운동가들에게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안티조선 선언'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조선일보와의 기고, 인터뷰 거부를 골자로 하는 시민운동가들의 '안티조선 선언' 추진은 2001년 이후 2년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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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선언 제안서는 지난 22일 발송했구요. 24일부터 참가자를 접수, 내달 4일 오전11시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1차 참가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26일 참여연대 회원참여팀장 안진걸씨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그동안의 경과와 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굳이 4일로 날짜를 잡은 이유는 다음날이 조선일보 창사 83주년 기념일이기 때문이라고.

제안서가 발송된 시민단체들은 흥사단, YMCA, 경실련,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인권연대, 한국청년연합회, 민주노총, 전교조 등으로, '조선일보 거부 지식인 선언'(2000년8월∼2001년9월)에 이미 참가한 사람들은 제외한다고.

27일 오후 3시 현재 참가자는 250명을 돌파해 1차 참가자 확보치(5백명)를 절반 이상 넘은 상태. 안씨는 "녹색연합, 참여연대, 문화개혁시민연대, 흥사단에서 올라오는 명단이 많고, 환경운동연합과 경실련쪽에서도 꾸준히 참가자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3일까지 명단을 취합해 일괄적으로 보내는 단체들이 많기 때문에 500명은 넘어설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안티조선 시민운동가 선언'은 대학교 91학번들을 주축으로 한 시민사회청년활동가 모임에서 처음 얘기가 나왔다. 대선 전부터 "<조선>에 본때를 보여야 하지 않냐?"는 얘기가 오갔지만,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미뤄졌다가 이제서야 추진하게 됐다는 게 안씨의 설명이다.

안씨는 "이미 '안티조선'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운동가들이 적잖은 것으로 안다. 그건 <조선> 기자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굳이 공개선언을 추진하는 이유는 '안티조선' 운동가들이 자신을 드러내 아직까지 함께 하지 못한 동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티조선' 선언이 아직까지는 개별 활동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나중에는 단체수준의 안티조선 선언을 묶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깔려있다.

일례로, 안티조선을 표방하는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www.antichosun.or.kr)에는 71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지만, 이른바 '시민단체 빅3' 경실련,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희완 간사는 "<조선>이 좀 못마땅해도 단체 활동에 대한 홍보를 위해 거대언론사를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거대언론의 공존공생 구도가 깨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조선>이 노골적인 개혁 딴죽걸기에 나서고 있다. 개혁을 방해하는 <조선>을 방관하는 것은 사회운동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를 희망하는 활동가들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나 이메일(ccdm@ccdm.or.kr)을 이용할 수 있다. 참가자들의 이름은 선언 다음날 <한겨레> 하단광고를 통해 공개된다.

한편, <조선> 기자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동안 안티조선 선언이 너무 많이 나와서 "어느 게 어느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익명의 <조선> 논설위원은 27일 "시민단체처럼 공공성을 띈 그룹에서 취재 거부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 신문은 1천만 독자를 위해서도 정보를 전할 의무가 있는데, 이 같은 공적인 활동을 막겠다는 것 아닌가? 이는 독자의 알권리 침해"라고 규정했다.

2000년 8월7일 오전 10시 성유보 민언련 이사장, 김동민 교수, 김정란 교수 등 지식인 154명이 '조선일보 기고, 인터뷰 거부' 기자회견을 가졌다.
2000년 8월7일 오전 10시 성유보 민언련 이사장, 김동민 교수, 김정란 교수 등 지식인 154명이 '조선일보 기고, 인터뷰 거부' 기자회견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 논설위원은 "<조선>의 취재를 거부하더라도 간접적인 경로로 얼마든지 취재를 할 수 있고, 과거 안티조선 참가자중에도 실명으로 취재에 응한 예가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안티조선 선언을 하는 것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정정, 반론보도를 청구하면 어떻겠냐?"고 되물었다.

미디어 분야를 취재하는 한현우 기자는 "지금도 상당수 시민단체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안티조선' 선언이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며 "그분들이 지향하는 목표가 <조선>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면 압박하고 궁지에 몰아넣는 방식의 운동이 (<조선>의 변화에) 얼마나 효과적일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허영한 <조선> 노조위원장도 "<조선> 보도 때문에 바깥 여론이 들끓을 수 있다. 변화를 바라는 바깥사람들의 의견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다. 세상의 변화라는 게 순식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운동 진영의 움직임에 대한 <조선> 취재기자들, 특히 젊은 기자들의 위기감도 만만치 않다. "아직 이름을 밝힐 연조가 안된다"는 한 초년 기자는 "기본적으로는 그분들 선택을 존중한다. 극우주의자가 <한겨레>와 인터뷰를 안 하겠다고 해도 마찬가지 아닌가? 어떤 식으로든 취재는 하겠지만, 그런 행동 때문에 기자로서 상처받고 괴로운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과거 <조선>의 행적과 오보 사례들에 대한 지적, 최근까지의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비판이 정서적, 감정적으로 가면 안 된다. 공격방법도 세련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을 던졌다.

또 다른 기자는 "선배들로부터 원고 청탁하기가 갈수록 힘들다는 얘기를 언뜻 들었다. 고위급 간부들이 결단을 내려 안티조선 문제에 대한 공개토론의 장을 마련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조선>은 2월 들어 '왕년의 반미투사' 문부식(계간 당대비평 편집위원)에게 기고를 의뢰해 '폭력의 세기를 넘어 - 문부식의 시간여행'이라는 기획시리즈를 내보내고 있으나 이로 인해 당대비평은 문씨가 주간 자리에서 사퇴하고 편집위원 4명이 계간지를 떠나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조선> 경영기획실의 관계자는 "시민운동가 선언과 지식인 선언이 다른 것인가? 인터넷에서 얼핏 보기는 했는데,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유사한 이벤트들이 너무 많아서... 대단한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짧게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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