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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현장]취임식장에 어우러진 시민들과 대통령 노무현 / 김정훈 PD



대통령 취임식 로고
대통령 취임식 로고
DJ의 시대가 저물고 노무현의 시대가 시작됐다.

시대 교체라는 국민들의 요구는 이미 지난해 대선에서부터 '혁명적'으로 진행됐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이 낡은 정치 관행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국민들이 직접 만들어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끌 정부의 명칭이 '참여 정부'이고, 슬로건이 '국민이 대통령입니다'에서도 보여지듯이 21세기에는 국민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라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다.

25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5년의 포부를 밝히는 취임사에서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를 끝내겠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부 잘할 것" 93%

국정홍보처가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이 있은 직후 실시한 핸드폰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92.7%가 `새정부가 국정운영을 (대체로) 잘할 것'이라고 답변하는 등 새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성인남녀 1천29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새정부 명칭인 `참여정부'에 대해선 44.1%가 `매우 호감이 간다'고 했고 `대체로 호감이 간다'는 응답도 41%였다.

또 `대화를 통한 해결', `상호신뢰 우선과 호혜주의 실천', `남북당사자 원칙' 등 노 대통령이 밝힌 `대북정책' 추진 원칙에 대해선 ▲매우 공감 35.4% ▲대체로 공감 51.9%에 달했다.

기존의 한미동맹 관계를 호혜평등 관계로 성숙 발전시키자는 취임사 내용에 대해서도 85.2%가 공감한다는데 응답했다고 국정홍보처는 밝혔다.

/ 연합뉴스
이는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의 결별 선언이다. 그리고 '개혁과 국민통합'을 주창했다. 이는 낯설지만 새로운 지향과의 만남을 소망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참여 정부가 내건 목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북아 시대 중심으로서의 한반도'와 '대북 평화번영 정책'이다. '동북아 시대 건설'은 정치·경제·외교 등을 총 망라한 새 정부의 거대 담론이자 지향이다. 여기에는 경제 부흥과 자주 외교에 대한 의지가 녹아 있다.

북핵 문제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북 정책이나 한미관계 설정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새 정부의 과제다. 노 대통령은 비록 '노무현 독트린'을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햇볕정책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한 단계 발전된 형태인 '대북 평화번영 정책'을 제시했다. 이는 북핵 사태에 대한 평화적 해결과 한미 양국 간의 평등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오늘(25일) 현장에서, 또는 텔레비전을 통해 새 대통령의 취임식을 본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장면이 있다. 그것은 노 대통령이 전임 김대중 대통령과 손을 잡고 단상에서 내려와 이임 환송을 할 때였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보는 이들은 그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궁금해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간절히 소망했을 것이다. 쓸쓸한 전임 대통령의 퇴임 장면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 도착해 근무직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 도착해 근무직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제8신 대체: 25일 오후 1시 50분>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새주인으로 첫 입성
오후엔 고이즈미 총리, 파월 장관과 면담 예정


노 대통령 "한미이견 문제안돼"
파월 장관 면담, 방미초청 수락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한미간에 갈등이 있다는 얘기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우리 국민은 미국을 좋아하고, 나도 마찬가지인 만큼 사소한 이견은 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풀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일행과 면담한 자리에서 "상황이 변화하면 주한미군 주둔 문제가 변화할 수 있고, 그게 합리적인 변화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것이 우리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송경희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일부 언론과 비판적인 사람은 미국이 한국 정부와 협의없이 (주한미군 문제 등을) 하려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한국민이 불안해하고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하루빨리 미국에서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파월 장관이 방미 요청을 전한데 대해 사의를 표시하며 "빠른 시일내 방미하겠다"고 수락 의사를 밝혔다. / 연합뉴스
21세기 첫 한국대통령인 노무현 제16대 대통령이 낮 12시 15분 청와대 직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청와대에 입성했다.

11시 50분경 취임식 행사장인 국회 광장을 빠져나온 노무현 대통령 내외는 여의도~마포~세종로를 거쳐 12시경 청와대 인근 효자동에 도착했다. 노 대통령 내외는 여기서 잠시 차에서 내려 이제 새로운 이웃이 될 효자동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 곧장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 정문 입구에서부터 경호실 직원과 비서실 직원들이 도열한 채 새 청와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의 환영을 받으며 청와대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현관 입구 앞에서 차에서 내려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꽃다발은 선사받은 후 걸어서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 입구에서 기다라고 있던 문희상 비서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등이 나와서 노 대통령을 맞아 안으로 안내했다. 이로써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편 노 대통령은 오후 1시50분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대통령으로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양국간 공조 및 각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증진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첸지천(錢其琛) 중국 부총리, 세르게이 미로노프 러시아 연방 상원의장을 연쇄 면담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저녁엔 청와대 영빈관으로 3부 요인과 정당 대표, 주한 외교단장 등을 초청해 만찬행사를 갖고 첫날 공식 일정을 마감할 예정이다.

국민대표 8인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들...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국민대표 8인과 함께 취임식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국민대표 8인과 함께 취임식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취임식장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 내외를 가장 먼저 맞이하고 함께 단상에 올라온 '국민 대표' 8인. 취임식이 끝난 후 뒤쪽 대기실에서 난로를 쬐고 있던 이들을 찾아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을 물었다.

취임식 준비위가 뽑은 '평범하지만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사람들'인 이들은 다양한 나이와 직종, 옷차림 큼이나 다양한 바램을 풀어냈지만, 서로 무언가 묘한 일체감이 느껴졌다.

권숙희 (약사) "동서화합과 남북통일을 이룬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 역사에 남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형원 (권씨의 딸) "남북평화통일을 이끌어줄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래요."
- 그게 끝이예요?(웃음)
"오늘 취임식에 참석한 것을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요."(웃음)

최일도 (목사. 다일복지재단 이사장) "계속 눈높이를 서민과 소외된 이웃에 맞춰,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존경을 받는 16대 링컨 대통령처럼 한국의 가장 존경스러운 16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 링컨이 16대인데 노 대통령도 16대잖아요? 링컨처럼 퇴임 후에도 아름다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

안철수 (백신 프로그램 회사 '안철수 연구소' 사장) "이번을 계기로 우리 나라가 한걸음 업그레이드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우리사회의 문제점이 차이점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와 집단 이기주의, 그리고 장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봅니다. 이 세가지만 고쳐지면 우리 사회가 충분히 업그레이드 될 수 있어요. 나는 작년부터 희망을 가지는 것이, 히딩크 감독이나 노무현 대통령처럼 장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을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오늘 취임사에도 진심이 느껴지던데, 처음 마음이 끝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지연 (중위. 국내 최초 여성 전투기 조종사) "힘있고 강한 국가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 끝이예요?
(웃음) "개인적인 바람은 통일된 북녘 하늘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오규민 (상병. 미국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자원입대)
"북핵 사태와 관련해서 안보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외교적이고 평화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북한이 평화통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민부기 (고등학생) "부패없는 정치를 만들어주세요."
- 그리고요?
"음... 아! 학생들에게 학교 시설을 좀더 편하게 해주시고요, 학교의 규제, 그러니까 머리규제나 바지규제를 좀 완화시켜주세요."

장경숙 (평택 푸드뱅크 소장)
"'나눔'과 '섬김'의 가치를 중시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너무 '소유'나 '가짐'의 가치를 중시해왔습니다. '가짐'의 가치는 소수의 제한된 사람들만 누리는 것인 반면, '나눔'의 가치는 모두 같이 누리는 것입니다."

'1825일 마라톤' 시작하는 새 대통령께 드리는 고언
참여연대, 성명 통해 "부패와 타협의 유혹 견디기를"

참여연대는 노무현 행정부의 출범과 관련 '1825일의 마라톤을 시작하는 신임 대통령에 보내는 고언'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노무현 행정부는 오늘 출범을 통해 참여정부를 표방하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를 약속했다"면서 "'국민참여 개혁', '평화와 번영'을 외치는 출발의 기백과 결의가 부디 이 경주의 마지막까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또 "김대중 정부는 국민의 정부를 내세웠으나 가신, 친인척, 계보정치, 지역정치 등에 대한 내부개혁과 자기개혁에 인색했다"면서 "시민의 행정감시·정치참여·기업감시 등 실질적인 참여 수단을 확보하거나 검찰·감사원·국정원·기타 권력기구, 그리고 독점재벌기업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제도화하는데도 실패했다"며 이를 반면교사 삼을 것을 권고했다.

참여연대는 "노 대통령이 대선 시기 약속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등 권력형 부패방지의 공약들이 벌써부터 '청와대 사정팀의 구성' 등 편의적 방식으로 윤색되고 있는데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이런 후퇴가 향후 재벌개혁, 정치개혁, 행정개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직면할 허다한 기득권 저항에 대한 무원칙한 타협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건전한 비판과 감시의 의무를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밖에도 ▲행정의 투명성 제고 ▲'관료적 안정성' 치중 인사 자제 ▲남북간의 평화공존과 호혜적인 한미관계 등을 주문했다.

참여연대는 마지막으로 "5년은 개혁을 위해서는 너무 짧은 기간인 반면, 부패와 타협의 유혹을 견뎌내기에는 한없이 긴 기간"이라면서 "우리는 새 대통령 임기의 시작을 함께 축하하면서 동시에 노무현 정부에 대한 철저한 권력감시의 의무도 새삼 더욱 무거워짐을 절감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라 그런지 1만원씩 내고 버스 대절해서 왔다"

노무현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국회앞을  빠져나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국회앞을 빠져나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승용차밖으로 몸을 내어서 환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승용차밖으로 몸을 내어서 환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취임식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많은 국민들이 참석했다. 취임식이 끝난 뒤 그들은 제각각 대절버스를 타고 다시금 집으로 내려갔다. 취임식 직후 참석자 몇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충남 논산에서 올라온 조영구(51)씨는 "5공화국 때도 체육관에서 벌어진 취임식에도 참석했는데, 그 때는 전날 호텔에서 자고 취임식장에 참석했다"며 "그런데 오늘은 참여정부라 그런지 각자 1만원씩 걷어 당일 버스로 올라왔다"고 밝혔다.

경기 남양주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안재식(38)씨는 8살, 9살배기 자녀와 함께 취임식에 참석했다. 안씨는 "아이들과 함께 역사적인 현장에 참석하는 것은 교육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어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취임식장에는 안씨처럼 가족 단위로 참석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재일동포 윤융도(59)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식만 빼고, 박정희·전두환·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 꼬박 참석을 했다고 한다. 윤씨는 "오늘 행사가 축소돼 오히려 간소하게 치르게 돼 더 좋았다"며 "해외교포들에게 더욱 관심을 보이고 일본에 덜 알려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새 정부에 당부했다.

또한 윤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보고 연설을 들어보니 얼굴에 활기가 넘치고 말씀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래서 재일교포들도 기대를 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에서 올라온 최상기(72)씨는 부마항쟁 때 시위에 참여해 왼쪽 다리에 부상을 입은 사람이다. 최씨는 "노 대통령의 취임식이 전임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식과 비슷한 것 같다"며 "국민화합, 남북통일을 앞당기고 핵 문제를 평화적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새 정부에 주문했다. 그는 이어 "지난 대선 때 부산 등에서는 DJ에 대한 불신 때문에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 많지만, 내년 총선 때 젊고 참신한 인물들이 나온다면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설물 관리팀에 소속된 자원봉사자 문병란(27)씨는 "회사에 월차를 내고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고, 인천교대 4학년인 임지수씨는 "지난해 월드컵 때도 자원봉사를 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참여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이같은 국가 행사에 계속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임식 후, 단상을 점령한 또다른 '대통령들'

▲ 취임식이 끝난 뒤 시민들이 연단을 장식하고 있던 꽃을 뽑아가고 있다.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취임식이 모두 끝나고 노 대통령이 국회를 빠져나가자 일반인들의 단상 접근 통제선이 풀렸다. 초청객들은 하나둘씩 취임식 단상위로 올랐다.

사람들은 멋진 포즈를 취하며 기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기념 사진에는 남녀노소가 없었다.

사람들은 단상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던 백합 꽃을 뽑아 꽃다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취임식 단상 꽃다발을 한아름 앉고 있는 한 아주머니에게 '기념으로 가져가려나보죠?'라고 묻자 "예, 영광이에요. 너무 좋아요"라며 웃었다. 순식간에 단상 주위 꽃은 다 뽑혔다. 한발 늦어 미쳐 기념 취임식 단상 꽃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한아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송이만 주면 안돼요?"라고 청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한 남자가 노 대통령이 취임사를 한 바로 그 마이크에서 연설하는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은 이번에는 선서하는 포즈를 취했다. 잠깐 사이에 그 마이크 단상 뒤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겼다.

단상을 정리하고 있던 사람이 마이크를 뽑아 가야했다. 사람들은 "나 좀 좀 찍고 가져가라"고 말렸지만 잠시 후 결국 마이크를 철수했다. 그러자 뒤에서 줄 서 있던 한 사람이 말했다. "어? 국민이 대통령인데, 마이크 뽑아가네?" 순간, 폭소가 터졌다.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그 자리, 수많은 또다른 '대통령들'이 그 자리에서 조용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 이병한 기자


국회 본관앞 계단에 마련된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장.
국회 본관앞 계단에 마련된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장.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취임식 폐회 선언 직후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취임식 폐회 선언 직후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이임대통령 환송식에서 승용차를 타고 떠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모습을 노무현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이임대통령 환송식에서 승용차를 타고 떠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모습을 노무현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제7신 대체: 25일 오전 11시 50분>

노 대통령, 이임 김대중 대통령 승용차까지 환송


11시 37분경 27분간에 걸친 노 대통령의 취임사가 끝나자 국악인 안숙선씨 등의 '우리가 원하는 나라'라는 축가, 태극과 무궁화를 주제로 한 창작 한국무용 축하무가 이어졌다.

11시 40분 사회자는 폐회선언을 하였다. 이어 이임대통령 환송식이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손을 잡고 단하로 내려가 김 전 대통령이 승용차에 오를 때까지 환송하였다.

이어 노 대통령은 중앙통로로 단상에 올라오면서 참석한 시민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이어 단상으로 올라온 노 대통령은 참석한 내외 귀빈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11시 50분경 전용차 편으로 기념식장을 빠져 나갔다.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를 끝내겠다"
[취임사 평가] 직설적 표현 대신 '절제' 보여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를 끝내겠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을 지지한 개혁성향 유권자들에게도 이와 같은 시원한 표현을 기대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향후 5년의 국정구상을 드러낸 취임사에서 노 대통령은 평소의 직설적 표현을 다소 정제시켜 절제를 보였다는 평이다.

기존 '평화냐 전쟁이냐'의 이분법적 논법에서 '평화냐 긴장이냐'로 용어를 대체한 것이 좋은 예이다. '재벌개혁' 역시 직접적인 언급 대신 '시장과 제도의 개혁'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썼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햇볕정책' 대신 '평화번영정책'이라는 용어를 도입했다. 그는 ▲ 대화를 통한 해결 ▲ 상호신뢰와 호혜주의 실현 ▲ 남북 당사자 원칙 ▲ 대내외적 투명성 고양과 국민참여 확대, 초당적 협력이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핵 개발은 용인될 수 없고, 개발계획을 포기해야 한다"면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과 주변 강대국들(미-일-중-러-EU)과의 협력을 천명했다. 대미관계에서도 "한미동맹을 발전시키고 호혜평등의 관계로 성숙시킬 것"이라고 대미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정치 분야에서는 대화와 타협을 국정 지표로 내세웠다.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겠다는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에 대해서는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했고, 사회지도층의 뼈를 깎는 성찰을 요구했다. 국민통합을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숙제로 규정하고, 국가 균형발전과 복지정책 내실화, 양성 평등사회 지향 등을 약속했다. / 손병관 기자


<제6신: 25일 오전 11시 18분>

11시 15분 정각 대한민국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를 발표했다.노 대통령은 취임사 첫머리에서 "국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으로, 대한민국의 새 정부를 운영할 영광스러운 책임을 맡게 되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뜨거운 감사를 올리면서, 이 벅찬 소명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완수해 나갈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이다.

취임사를 낭독하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를 낭독하는 노무현 대통령.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시대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으로, 저는 대한민국의 새 정부를 운영할 영광스러운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뜨거운 감사를 올리면서, 이 벅찬 소명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완수해 나갈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전임 대통령 여러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축 사절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이 자리를 빌려,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빌면서,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다시는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재난관리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획기적으로 개선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하 생략)

[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시대로]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전문 보기


<제5신 대체: 25일 오전 11시 10분>

정몽준 "개혁정권으로 역사에 남기를"
대선 패배 세후보 표정

대선 전날 갑작스런 지지철회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악연을 남겼던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노 대통령 취임 전날인 24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취임축하의 글을 올렸다.

정 대표는 '국민통합 21' 명의의 '노 대통령의 취임과 새 정부의 공식출범을 맞으며'란 글에서 "제16대 노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21세기 새시대를 여는 개혁정권으로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통합 21 관계자는 "정 대표가 24일 미국에서 전화를 걸어 당 이름으로 취임축하 의 글을 올리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출국한 정 대표는 현재 스탠퍼드 대학 국제문제연구소 초청 객원 연구원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같은 스탠퍼드 대학에 머물고 있는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는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연구활동을 벌였으며, 25일 오후 현재 노 대통령 취임에 대해 특별한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대선 당시 `승리한 패자'로 평가됐던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노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으며, 민노당 이상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DJ 5년을 반면교사로 삼아 퇴임 때에는 박수를 받고 퇴장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 내외를 태운 대통령 전용차가 국립현충원에서 올림픽대로~여의도를 거쳐 10시 53분경 행사장인 국회 광장에 도착했다.

대통령 전용차가 국회 정문에 도착하자 행사 진행자의 안내로 '내나라, 내겨레'가 울려퍼진 가운데 노 대통령이 단상으로 올랐다.

단상에는 전임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최규하 전 대통령, 박관용 국회의장, 최종영 대법원장 등 3부요인이 자리했으며, 고이즈미 일본 총리, 나카소네 전 일본총리, 파월 미 국무장관 등 외빈들도 참석했다.

11시 정각 식순에 따라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및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이 이어졌다. 국악관현악단의 장중한 연주속에 경건하게 의식이 치러졌다.

김석수 취임행사준비위원장(국무총리)의 간단한 식사가 마치자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선서가 이어졌다.

노무현 제16대 대통령은 헌법 69조에 규정된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노 대통령의 취임사가 끝나자 이어 21발의 축하 예포 발사오 함께 국방부 군악대 의장대, 기수단의 시연이 이어졌다. 또 김영환 씨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 4인의 '오 솔레미오' '희망의 나라로' 등 축가무대가 이어졌다.

한편 이날 대통령 취임식 행사장 정면 국회의사당 벽면에는 2개의 대형 태극기와 취임식 엠블렘이 내걸렸고 오전 8시께부터 `아 대한민국' `터' `꿈을 먹는 젊은이' 등 대중음악이 울려퍼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엠블렘은 빨강 파랑의 태극 무늬를 둥글게 원을 이룬 세 사람이 손을 벌려 잡음으로써 신문고 모양을 이루도록 형상화했다. 취임식 준비 관계자는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형상화한 것으로서, 열린사회를 지향해 투명한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앙단상은 지구를 상징하는 둥근 형태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희망과 평화, 환경을 상징하는 녹색을 기본 색깔로 했다. 특히 노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3부요인 및 정상급 외빈이 앉는 주단상은 백의민족의 얼을 상징하는 흰색바탕으로 처리했다.

중앙단상은 노 대통령 자리를 전직 대통령과 3부요인, 주요외빈 등이 감싸안는 형태를 취하도록 함으로써 화합을 상징케 했다.

중앙단상에는 정면을 향해 오른쪽 중앙에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 왼쪽에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자리가 마련됐다.

노무현 대통령 부부는 연단 왼쪽에 김대중 전대통령 부부는 오른쪽에 앉아 있다.
노무현 대통령 부부는 연단 왼쪽에 김대중 전대통령 부부는 오른쪽에 앉아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취임식 연단에 나란히 앉아있는 전직 대통령들. 왼쪽부터 김영삼 전대통령, 노태우 전대통령, 전두환 전대통령, 최규하 전대통령.
취임식 연단에 나란히 앉아있는 전직 대통령들. 왼쪽부터 김영삼 전대통령, 노태우 전대통령, 전두환 전대통령, 최규하 전대통령.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취임식에 참석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왼쪽)는 오후에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오른쪽은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왼쪽)는 오후에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오른쪽은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그 뒤로 왼쪽에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김석수 국무총리, 유지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오른쪽에는 박관용 국회의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 순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6인의 전현직 대통령은 나란히 앉지 않고, 관례에 따라 중앙단상 한가운데 신임 대통령과 이임 대통령만 자리를 잡았다.

이밖에 취임식 단상에는 국민대표 8인과 시도지사 및 의회의장, 이북 5도지사, 대통령직인수위원, 청와대 비서관 내정자, 국회의원, 주한외교단, 전임 3부 요인, 국무위원, 대통령 특별초청 인사 등 모두 900여명이 자리를 잡았다.

또 외빈으로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 첸지첸(錢其琛) 중국 부총리, 수파차이 파닛팍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세르게이 미로노프 러시아연방 상원의장 등의 자리도 마련됐다.

한편 국내 언론사 대표들은 단하에 마련된 일반석에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취임식 행사를 지켜봤다.

<제4신 대체: 25일 오전 10시 45분>

국립현충원 참배로 첫 공식행사 시작


한나라, "권력 도취에 빠지지 않길"

한나라당은 25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박종희 대변인은 먼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겸허히 되새기면서 끊임없는 자기성찰로 권력도취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파를 초월해 상생의 정치를 펴나가는 대통령이라면 야당과 대립할 일도 없으며, 서민의 눈물을 아는 대통령이라면 퇴임 후에도 친구처럼 국민과 함께 할 수 있으며, 통일의 기틀을 쌓는 대통령이라면 역사와 민족의 장전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며, 글로벌 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대통령이라면 세계인의 존경을 한몸에 받을 것이다."

박 대변인은 또한 "국가권력의 엄정한 중립을 바탕으로 언론과 야당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성공한 대통령'의 처음이자 마지막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 구영식 기자
서울 종로구 명륜동 자택을 떠나 오전 9시 19분경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도착했다. 이전 대통령의 이동과는 달리 노 대통령 일행은 특별한 교통통제 없이 일반 차량들과 함께 목적지로 향했다.

국립현충원에 도착한 노 대통령 내외는 10시 25분경 이준 국방장관, 이근식 행자부장관 등의 안내로 애국선열과 호국열령에 대한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에 '대통령 노무현' 이라고 첫 공식서명했다.

노 대통령 내외가 참배를 마친 후 부인 권양숙 여사는 옥색 한복으로 갈아입고 40분경 행사장인 국회로 출발했다.

물샐 틈 없는 경호, 대통령을 보호하라

16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는 물샐 틈 없는 경호가 펼쳐지고 있다.

초청객들이 입장할 때부터 검색대에서 한 명 한 명 소지품을 검사하고 있다. 휴대폰은 물론 열쇠고리, 가방 안 등을 샅샅이 뒤지고, 디지털 카메라까지 검색한다. 그런 뒤 확인된 물품만 소지하게끔 하고 있다. 국회도서관 쪽 제4출입구에는 10대의 검색대, 의원회관쪽 제3출입구에는 7대의 검색대가 설치돼 있다.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 본관 앞 광장을 중심으로 무대 뒤편인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과 국회도서관 건물에는 옥상마다 경호팀들이 배치돼 있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저격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건물 옥상 경호팀은 취임식장에 앉아서도 육안으로 확인된다. 의원회관 등 국회 안 건물에는 각 층마다 세 명씩 경찰 등 경호 요원들이 배치돼 있다..

청량리 경찰서에서 파견돼 왔다는 한 경찰은 "이곳 의원회관 뿐만 아니라 국회도서관 본관 안에도 경호 요원들이 배치돼 있다"며 "국회 바깥 사설 건물이라도 취임식장이 보이는 곳이라면 모두 경호 요원이 배치돼 있다"고 경호 상황을 전했다.

현충원에서 참배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내외.
현충원에서 참배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내외. ⓒ MBC 화면
<제3신: 25일 오전 9시 55분>

노 대통령 "종로서 종로로 간다. 잘 하겠다"
국립현충원 참배 후 국회 행사장 도착


9시 50분.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명륜동 사저에서 밖으로 나왔다. 노 대통령 부부는 말쑥한 정장차림에 노 대통령은 파란색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다. 문앞에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로부터 꽃다발을 선물받고 인근 주민들과 즉석에서 작별인사를 나눴다. 97년 이사와서 6년 가까이 거주한 자택이다.

"97년 3월 27일, 6년전 이 집으로 이사와서 여러분과 살았고, 15대 보궐선거에 당선되고 그 뒤에 짧게지만 해양수산부 장관도 하고 마침내 대통령이 됐습니다.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성원이 있었고 다른 일을 할 때에도 따뜻하게 (보아주셨습니다.) 부산으로 갈 때 눈물을 흘리며 작별을 하고, 마지막 대통령이 될 때까지 이 곳 등산로 하나하나 정들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언젠가 이 동네 이 근방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내려다볼 때나 다닐 때 나 따뜻하고 밝은 기운 흐르는 좋은 곳입니다. 여러분들 마음속에서 그런 기운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땅이 오랫동안 선비들이 공부하던 곳이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따뜻하고 밝은 정치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동북아로 세계로 뻗는 우렁찬 기상으로 대한민국을 다듬어 가겠습니다. 제 가는 곳도 종로니까 이웃으로 잘 지내고 제가 한번 초청하겠습니다. 잘 지내시고 마치고 나서도 다정한 이웃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날씨가 추운데도 환송잔치에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잘하겠습니다."

노무현대통령 내외가 25일 오전 명륜동 사저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노무현대통령 내외가 25일 오전 명륜동 사저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노 대통령은 주민들에게 "종로(명륜동 사저)에서 종로(청와대)로 간다. 언제 한번 초청하겠다"며 "임기를 마치고 다정한 이웃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잘 하겠다"고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5분간 '골목 작별인사'를 마치고 골목을 걸어내려 오며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어 57분경 대통령 전용차에 올라 혜화동~게동~세종로를 거쳐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향하고 있다.

한편 취임식장인 국회앞 광장에는 9시부터 참석객들의 입장이 이어지고 있다. 오전 9시 30분 현재 서강대교-여의2교까지 차량통행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 앞 도로에는 참석객들의 편의를 위해 이동식 화장실 등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노무현대통령이 25일 오전 명륜동 사저를 나서며 환송나온 주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이 25일 오전 명륜동 사저를 나서며 환송나온 주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대통령이 25일 오전 명륜동 사저를 나서며 환송나온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이 25일 오전 명륜동 사저를 나서며 환송나온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대통령을 태운 전용차가 국립묘지로 떠나기 위해 명륜동 사저를 빠져나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태운 전용차가 국립묘지로 떠나기 위해 명륜동 사저를 빠져나가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제2신: 25일 오전 9시 30분>

미리보는 16대 대통령 취임식


참여정부 청와대 홈페이지 개통

홈페이지도 정권 교체. 그동안 청와대 홈페이지의 주소였던 cwd.go.kr가 24일 자정을 기해 www.president.go.kr로 바뀌었다.

'노무현 청와대' 홈페이지는 기존 청와대 홈페이지와 외관상 큰 차이는 없지만, 그 동안 노무현 당선자 홈페이지의 인터페이스를 가져와 친숙함을 더한다. 홈페이지 우측 하단의 '베스트뷰'는 노하우 홈페이지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

노무현 정부는 앞으로 이 홈페이지를 통해 청와대 브리핑 내용을 생중계할 예정이어서 일방적인 국정 홍보에 치중한 청와대 홈페이지의 이미지를 일신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오전10시부터 취임식을 인터넷 생중계할 예정이다. / 손병관 기자
오전 9시부터 국회 앞마당에 취임식 초청객들이 입장을 시작하는 가운데 노 당선자는 오전 10시5분 명륜동 자택을 나선다. 노무현 신임 대통령 내외는 이웃 주민들의 환송 속에 승용차를 타고 국립현충원으로 이동, 참배를 시작으로 '대통령 노무현'으로서의 첫 하루를 시작한다.

그 사이 취임식장에는 안숙선 명창과 국립합창단, 국립오페라합창단, 서울시립합창단 등의 전통 창과 클래식 합창이 울려퍼진다. 신지화, 김향란, 박정원씨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 소프라노 3인의 공연과 대중가수 남궁옥분, 신형원, 양희은씨 등의 <터> <꿈을 먹는 젊은이> <상록수> 열창으로 분위기는 점점 달아오른다.

오전 10시55분 신임 대통령 내외가 취임식 무대 오른쪽 차에서 내리자 4만5000명에 달하는 참석자들의 우렁찬 박수가 터진다. 노 대통령 내외가 기다리고 있던 국민대표 8인과 함께 입장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악수를 한다. 노 대통령 내외가 자리에 앉으면서 취임식 본행사가 시작된다.

17세 팝페라 가수 임형주 군의 애국가 제창, 호국선열 및 대구 지하철 참사로 숨진 희생자에 대안 묵념이 이어진다. 노 대통령의 취임선서가 끝나자마자 21발의 예포 포성이 하늘을 가르고 국내 정상급 테너인 김영환, 김남두, 최승원, 박세원씨가 '희망의 나라로' 등을 부른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27분간의 노 대통령의 취임사. '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시대로'라는 제목의 취임사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간다. 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한국이 물류와 금융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꿈과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또한 국민적 참여와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는 대북 평화번영정책(Peace-Prosperity Policy)을 천명할 예정이다.

취임사를 최종 집필한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취임사의 전반적인 특징은 권위보다는 겸손을 택했고, 현란보다는 내실을 추구했다"면서 "권위주의 시대의 대통령 취임사를 보면 '친애하는 국민여러분'이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이었지만, 이번에는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취임사가 끝나면 축가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합창하며, 연합무용단은 태극과 무궁화를 주제로 한 축하무를 펼친다. 노 대통령은 환송음악에 맞춰 김대중·김영삼·노태우·전두환·최규하 전 대통령 등 내외빈들의 환송을 받으며 퇴장한다.

대통령 취임식의 축하공연 모습.
대통령 취임식의 축하공연 모습.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취임식 본행사 예상 소요 시간은 약 52분이다.

취임행사실행준비위원회는 "취임식은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다 같이 위로하고 '경건함'과 '엄숙함'을 유지하는 컨셉"이라며 "이에 따라 국민참여의 정신은 최대한 유지하되 흥겨운 분위기는 지양하기로 했으며, 새로운 출발과 다짐에 더 큰 의미를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취임식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중국의 첸지천 부총리 및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 등이 참석한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여야 대표 등 국회의원을 모두 초청했다.

25일 새벽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른 세번의 종소리가 울리며 본격적인 참여정부의 시대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임채정 인수위원장을 비롯, 16대 대통령을 상징하는 16명의 국민대표들이 참가했다.
25일 새벽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른 세번의 종소리가 울리며 본격적인 참여정부의 시대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임채정 인수위원장을 비롯, 16대 대통령을 상징하는 16명의 국민대표들이 참가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제1신: 25일 오전 2시 30분>

보신각 타종과 함께 '노무현 시대' 개막
권위주의 청산, '참여정부' 닻 올려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서른 세번의 종이 울리며 역사적인 '참여정부'의 막이 올랐다. 헌법상 공식적인 대통령 직무가 시작되는 시간인 25일 새벽 0시, 임채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대표들은 100여명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6대 대통령의 취임을 알리는 타종행사를 갖고 새 정부 출범을 선포했다.

이날 타종 행사에는 임채정 위원장 뿐 아니라 서영훈 한국적십자연맹 총재, 탤런트 여운계씨, 일본 지하철에서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씨의 어머니 등이 국민대표로 참석했다. 국민대표의 숫자는 총 16명으로, 이 숫자는 16대 대통령을 상징하는 의미다.

타종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날 0시가 가까워오자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했다. 새벽 0시 첫 번째 타종음이 울려퍼지자 시민들은 준비해 온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대부분 연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나온 이들 중 10여 명은 노랗고 빨간 청사초롱이 들고 나왔다. 청사초롱에는 노 대통령의 얼굴 그림과 함께 "남북 화해" 등 평화를 염원하는 내용의 글귀가 써져 있었으며, 최근 일어난 대구지하철 참사를 애도하는 뜻으로 "대구시민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글이 적힌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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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2가 국세청 앞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의한(60)씨는 "앞으로 노 대통령이 옛날 군부 정권보다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달라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남북 화해'라고 적힌 빨간 청사초롱을 들고 나온 김씨는 자신에게 아직까지 한국 전쟁의 기억이 남아있다며 "특히 남북한 관계에 있어 평화가 정착돼 우리 민족이 다시는 그런 참사를 겪지 않았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과천에서 딸 훈경(10)양과 아들 상현(7)군 등 가족과 함께 타종 행사에 참석한 남기남(38)씨는 "자녀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 행사에 참석했다"며 "우리 아들, 딸들이 사는 시대에는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가 없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전했다.

노 대통령 지지자 등 시민 100여명은 가족, 연인과 함께 출범 기념 타종행사를 지켜봤다. 이들은 노란색, 붉은색 청사초롱을 들고 나와 남북 화해를 염원하고,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 지지자 등 시민 100여명은 가족, 연인과 함께 출범 기념 타종행사를 지켜봤다. 이들은 노란색, 붉은색 청사초롱을 들고 나와 남북 화해를 염원하고,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행사는 타종식과 함께 축사와 축가로 이어졌다. 첫 타종이 울림과 동시에 도종환 시인은 참여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는 의미로 '대한민국이여, 우리는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긴 제목의 축시를 조연정(12, 계성초등학교 4년)양과 함께 번갈아 가며 읊었다. 이어서 종로구 여성합창단원들이 나와 '희망의 나라로'와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약 10분간 진행된 타종행사에는 이들의 공식적인 축하 무대 외에도, 곳곳에서 시민들이 폭죽을 터뜨려 새 정부 출범을 축하했다.

한편, 박재동 화백을 비롯한 만화가들도 이날 노 대통령의 취임식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함께 그린 폭 2미터, 길이 10미터에 이르는 대형 합작품을 선보여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타종 행사가 열리는 보신각 앞에 배치된 이 그림은 박재동 화백 뿐 아니라 오세영, 이두호, 홍승우 등 10명에 이르는 유명 만화가들이 자신들만의 캐릭터로 독특하게 꾸몄다.

이 그림은 노 대통령이 '줄 기차'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고 그 뒤를 이어 미용사, 농민, 자장면 배달부, 노동자, 군인, 경찰 등 평범한 사람들이 뒤따르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국민과 함께 한다는 '참여정부'의 의미를 새기고 있다. 특히 장애인, 노인, 외국인 노동자들도 밝은 얼굴로 대열에 동참하고 있어 "소외된 자를 대변해 달라"는 의미도 함께 표현돼 있다(아래 <박스기사> 참조).

타종 행사를 마친 임채정 위원장은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 "자신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는 소감을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이 정부의 탄생은 솔직히 말해 거의 기적이었고, 하늘의 뜻이었다"며 "하늘의 뜻은 곧 민심을 말하는 것이고, 우리는 많은 토론을 통해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 위원장은 "새 정부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급하지 않게, 그러나 게으르지 않게 실천해 나갈 생각"이라며 "우리의 말과 정책들이 결코 선거용이 아니었다는 것을 현실화시켜 국민들에게 보여 줄 것"이라고 전했다.

25일 새벽 타종 행사와 함께 시작된 참여정부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을 진행하면서 공식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거리행진 등 애초 흥겨운 축제로 진행될 계획이었던 노 대통령의 취임식은 지난주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로 인해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노 대통령, 소외된 이들 함께 품어 달라"
[인터뷰] 참여정부 출범 축하 '합작품' 마련한 박재동 화백

▲ 박재동 화백 등 9명의 만화가들은 새정부 출범을 축하하는 대형 만화그림을 만들었다.


"이제까지 만화가들은 (대통령 취임과 같은)공식 행사에서 많이 소외돼 있었죠. 무슨 음악인이나 무용가들에 비해서는…. 그래서 우리들도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노 대통령 취임을 축하해 보자고 제안했더니 바쁜 와중에도 모두 흔쾌히 수락해 주더군요."

25일 새벽 0시 보신각에서 진행된 새 정부 출범 기념 타종행사에는 만화가들이 그린 폭 2미터, 길이 10미터의 대형 만화 그림이 선보여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재동 화백을 비롯해 오세영, 이두호, 홍승우, 윤태호, 황미나, 김수정, 이희재, 김나경씨 등 총 9명의 유명 만화가들이 함께 그린 이 그림에는 아기공룡 둘리와 마이콜, 비빔툰 정보통 대리와 임꺽정 등이 다양한 표정과 포즈로 표현돼 있다. 또 그 주변에는 미용사, 농민, 자장면 배달부, 노동자, 군인, 행상 등 평범한 시민들과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노 대통령과 함께 앞으로 나가고 있다.

박 화백은 "국민들과 함께 간다는 의미의 참여정부를 표현했다"며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노인 등 소외된 이들도 함께 품어달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화백과의 일문일답.

- 언제부터 이 그림을 준비했나.
"타종 행사 일주일 전부터 만화가들이 서로 마음을 모았다. 모두들 바쁠텐데도 흔쾌히 수락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어제 같은 크기의 종이에 한 번 연습해 보고, 오늘(25일) 오후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동안 9명의 만화가들이 매달려서 그림을 완성했다."

-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림 속에 담긴 특별한 뜻이 있다면.
"그림 속에는 미용사, 자장면 배달부, 농민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노인 등 상대적으로 소외된 이들도 대통령과 함께 가고 있다. 이것은 국민들과 함께 간다는 참여정부를 의미하는 것이고,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소외된 이들도 함께 품어달라는 뜻을 담고 있다."

-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각계의 만화가들이 함께 그린만큼 남다른 보람이 있을텐데.
"이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가장 뿌듯하게 느꼈던 것은 함께 해냈다는 기쁨이었다. 특정한 사람이나, 특정한 것이 독주하는 게 아니라, 여러 캐릭터들이 공평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동등하게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 이 그림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인수위에서 사 간다고 하더라(웃음). 청와대 접견실이나 눈에 잘 보이는데 걸어뒀으면 좋겠다. 만화가들이 공을 들였고, 참여정부를 잘 표현해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 김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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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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