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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넘어야 할 산이다. 이라크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의 반목과 대립이 시작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의 산업혁명정신과 자본주의를 물려받은 미국의 강대함 이면에는 프랑스로부터 빚진 사상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미국의 독립정신에 프랑스가 깃들어 있고, 독립전쟁의 분수령이 그러하고, 뉴욕의 자유여신상이 그러하며 자본주의를 세련되게 하는 문화가 그러하다.

서구의 근대정신은 두 가지 축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하나는 영국에서 점화된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요, 다른 하나는 프랑스에서 개화된 근대정신과 합리주의이다. 영국은 실리요, 프랑스는 이성이었던 것이다.

15세기이래, 유럽패권의 양대 축이 된 프랑스와 영국은 20세기전반부까지 세계를 거머쥐기 위한 경쟁세력이었다. 19세기에 영국의 패권주의가 미국으로 건너가 유럽대륙에서의 경쟁은 프랑스와 독일간의 대립이었지만, 20세기 후반부 들어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연합의 틀 안에서 공생하는 관계이고, 사실상은 미국과 프랑스의 갈등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차 대전을 맞아 미국이 프랑스의 자존심을 구겨놓긴 하였으나 드골주의로 극복한 이래, 60년대 이후로 자유주의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목덜미를 잡아온 것은 사실, 프랑스가 유일하다.

프랑스는 왜 미국의 목덜미를 잡아당기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의 국익이 상반되기 때문이며, 더 이상 미국이 유럽에서 사사건건 간섭하는 꼴을 보기 싫은 때문이다. 이라크 전은 사실, 그러한 국익관계의 대결장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이라크 상황은 1991년의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쿠웨이트 침공이 없고, 전쟁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현재의 이라크가 당시의 이라크와 같은 군사대국이 아니라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이다. 하지만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미국의 대아랍권패권주의가 유럽국가, 특히 프랑스와 독일에게는 득이 될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 및 유럽산업국가들은 아랍권이 그들이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경제보루이기 때문이다. 무기, 석유, 경제, 이러한 차원에서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에게 자신의 앞마당은 내줄 수 없는 일이다. 이라크가 미국에 의해 붕괴될 때, 비단 이라크만이 아니라, 전 아랍권이 미국에 복속하게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입장은 이런 면에서 단호하다. 우선, 프랑스의 무기산업이 타격을 입고, 상품수출과 기타의 원자재 및 기술적 경제차원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그들의 국익을 위해 러시아의 유전과 가스관 사업, 시베리아 횡단 떼제베 계획, 무기산업, 항공산업 등에서 미국의 대 이라크 전략과 대립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미국 혼자서 주도하는 국제정치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명분면에서나 타국과의 이해관계에서 크게 동조받기 어려운 일이다. 러시아, 독일, 프랑스의 이해가 미국과 일치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라크 독자침공은 냉전이후의 국제정치세력을 갈라놓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부시정권은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는 아프가니스탄과도 비교될 수 가 없다. 인권차원에서나, 국내분열문제, 그리고 인접국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다면 이를 계기로 국제정치세력은 3파전으로 바뀔 것이다. 친미, 반미,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격의 독자세력으로 국제정치판세가 재편될 것이다.

결국, 미국적 돈과 패권의식은 프랑스적 이성에 밀린다는 것이다. 명분이 달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계획은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를 재구성한 프랑스적 합리주의에 목덜미를 잡힌 것이다. 글쎄 셔츠가 찢어져도 미국은 달릴 것인가? 찢어진 옷을 입은 채, 승리의 자축연을 벌이려면 몰라도 다른 이로부터의 샴페인 제의는 없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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