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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금이씨 영정사진
윤금이씨 영정사진 ⓒ 신용철
지난 1992년 10월 28일 미8군 소속 케네스 마클 이병(당시 20세. 미2사단 소속)에 의해 머리를 콜라병으로 난타당하고 자궁에 콜라병이 박히고 항문에는 우산대가 꽂힌 채 살해되었던 윤금이(당시 26세)씨 살해사건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다.

또한, 주한미군 윌리엄스가 1996년 6월부터 10월까지 농아원생 김모군(당시 12세), 최모군(당시 12세), 이모군(당시 16세)을 성폭행했던 일명 '에바다 농아원생 성추행사건'도 주한미군 범죄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1945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입성한 뒤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한민족은 전체가 주한미군범죄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 전체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여왔다. 특히 그 중에서 주한미군 범죄에 의한 피해자의 상당수는 여성, 어린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최근 주한미군 범죄들 중 지난해 6월 13일 경기도에서 미군장갑차에 깔려 압사한 미선이·효순이 사건과 지난 1월 21일 인천시 부평구에서 발생한 미군트레일러에 의한 청각장애인 박태헌씨 사망사건에서 알수 있듯 여자아이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주한미군 범죄의 주된 피해자들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한미군의 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청각장애인 박태헌씨의 사고지점
청각장애인 박태헌씨의 사고지점 ⓒ 신용철
지난 1월 21일 낮 12시 30분경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백마장 입구 삼거리에서는 주한미군 소속 25t 트레일러에 의해 청각장애인 박태헌(여·45·청각장애 5급)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망사건의 담당자인 부평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김경린 경사는 목격자 60대 노부부와 레미콘 운전자의 진술을 통해 횡단보도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간 박태헌씨의 과실로 인한 사고로 결론을 내렸다.

미군장갑차 고(故) 신효순, 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여중생범대위)도 지난 1월 25일 '부평 박태헌씨 미군트레일러 사고에 대한 논평'을 통해 "사고가 발생한 첫 번째 원인은 단연코 비좁은 민간인 도로를 대형 미군차량들이 운행하는 현실에 있다"면서 "사고도로는 비좁은 도로를 새벽 5시부터 미군차량들이 과속으로 질주하며 항시 사고의 불안을 갖고 있는 도로였다"고 했다.

여중생 범대위는 "인근 주민들은 "왜 하필 이 길로 미군차량들이 다니는 거냐? 조금만 올라가면 넓은 도로를 우회전해서 다시 좌회전하면 바로 부대인데"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며 "차량 무게만 25톤이 넘는 미군트레일러는 30톤이상 차량이 통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한국의 도로교통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도로를 운행해왔다"고 말했다.

여중생 범대위는 "이번 사고는 그 어떤 이유에 앞서 바로 이렇게 한국의 도로교통상황을 무시하고 한국민의 생활상 피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불법운행을 저질러온 미군대형차량들의 전횡이 가져온 필연적 사고"라면서 "이 땅의 아들 딸, 부모형제들이 미군차량에 다 치여죽고 나서야 불평등한 소파를 개정하려하는가?"라고 비난했다.

한국정부 과연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사가 있나?

사고난 지점은 병목현상이 심했던 지역으로 좁은 길임에도 주한미군 차량들이 과속을 일삼았다고 인근 주민들은 전한다.
사고난 지점은 병목현상이 심했던 지역으로 좁은 길임에도 주한미군 차량들이 과속을 일삼았다고 인근 주민들은 전한다. ⓒ 신용철
청각장애인 박태헌씨의 사망을 놓고 유족과 경찰간들은 운전자가 건너는 박태헌씨를 보지 못한 과실과 사망자가 횡단보도 위해서 사고를 당했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으나 횡단보도 신호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했다.

청각장애인 고(故) 박태헌씨가 건너려던 횡단보도 반대편 신호등이 고장이 난 상태였다. 차량이 통행할 때에는 빨간등이 켜지고 사람이 통행할 때에는 파란등이 켜지는 것이 보통인데, 사고지점의 신호등은 빨간등이 고장나서 켜지지 않는 상황었던 것.

경찰측은 60대 노부부와 레미콘 운전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고(故) 박태헌씨가 빨간등때 무단횡단을 했다고 하는 반면, 유족들은 "횡단보도 60대 노부부 2명과 오토바이 1대 그리고 박씨 네명이 꽉찬 상황에서 어떻게 고인만 무단횡단을 했겠으며 사고가 빨간등이 아닌 파란등일 때 발생햇다 주장하고 있다.

고인 박태헌씨가 적색등에 건넜느냐, 녹색등에 건넜느냐의 실랑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관할 경찰서가 사고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고장났다는 사실을 알고도 왜 방치했는가하는 것이다.

경기지방경찰청 교통계 관계자는 "횡단보도의 신호등 설치 및 관리책임은 해당 경찰서에 있다"며 "사고가 발생한 신호등에 대한 경찰서 책임여부는 상황에 따라 봐야 한다"고 했으나 교통문화운동본부 관계자는 "신호등 관리소홀에 대한 책임은 경찰청에 있다"고 말했다.

고 박태헌씨가 사망한 곳은 부평역과 부평구청간 위치한 4차선도로로, 8차선도로에서 4차선도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일반 차량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삼거리와 횡단보도가 너무 인접해 있는 는 등 고질적인 교통체계 부실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게 주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횡단보도 앞에서 수펴마켓을 운영하는 한 지역주민은 "삼거리에서 사고도 많이 일어났었고 보조신호등도 있었는데 철거해 버렸다"며 해당 경찰서의 관리소홀을 지적했다.

좁은 도로에서 새벽부터 25톤이상의 미군트레일러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고 지역주민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매우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국민을 또한번 울리는 '불평등한 한미SOFA'

미군트레일러 운전자 박상진(31)씨는 부평2동에 위치한 미군부대 '캠프 마켓'소속의 용역직 노무자로 '캠프마켓`의 용역업체 예스캠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사고 당일 새벽 5시경에 부평을 출발해 문산에 물건을 배달해 주고 부대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운전자 박씨가 미군의 공무수행 중이었음에도 미군측은 헌병대를 내보내 현장조사만 하고채 박씨와의 면담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한국 노무자일지라도 미군부대의 공무를 수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최소한의 도덕적, 법적 예의를 지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주둔군지위협정(이하 한미SOFA)에 있다.
한미SOFA에는 공무중에 사고를 냈더라도 내국인이면 국내법에 적용을 받으며 주한미군으로부터 변호사 선임 등은 바랄 수도 없다.

통상적으로 주한미군측은 미군 및 군속이 사고를 낼 경우 공무가 아닌 경우에도 '신병인도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인다'는 한미SOFA 규정 때문에 1차재판권은커녕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왔다.

이런 모습에 비추어볼 때 청각장애인 사망사건에 대한 주한미군측의 모습은 매우 상반된다.

또한, 미군부대 공무를 수행하다 발생한 사건의 보상은 미군부대에서 책임지는 것이 국내법에 비추어도 당연한 것이지만 보상은 미군측과 한국정부가 공동으로 책임지도록 되어 있다.

자통협 유영재 사무처장 "이번 사건을 포함한 주한미군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미군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행 등을 행사하는 것은 기본적인 양식, 의식이 부족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면서 "장애인, 어린이,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미군들에 최소한의 도덕기준이나 양심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유영재 사무처장은 특히 "차량이 미군소속이고 용역계약에 의해 일을 오랫동안 해왔던 분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의무를 했어야 했는데 안했다는 것은 미군이 한국인을 보는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며 "주한미군의 우월적 의식을 가지고 한국인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장애인인터넷 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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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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