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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의 한 사립학교 교문 앞에 걸려있던 현수막
작년 서울의 한 사립학교 교문 앞에 걸려있던 현수막 ⓒ 전교조
사립학교법 개정 요구에 대한 사학 재단 측의 한결같은 반응은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침해하지 말라"이다. 그렇다.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그 자율성이 사립학교의 자율성인가, 사학재단의 자율성인가? 백 번 양보한다고 해도 그 자율에 대한 책임을 얼마나 다했는가? '우리나라 사학 재단 전입금 2% 미만'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사립학교 재단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항의 및 관리감독 강화 요구에 대해 관할청의 일관된 반응은 "현행 사립학교법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이다. 그렇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사립학교 재단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의 행정력이 악법의 장벽에 막혀 힘을 쓸 수 없는 형국인 것이다. 여기에 사립학교법 개정의 당위성이 추가된다.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야 한국 교육을 살릴 수 있다'는 주제로 세 차례의 글을 썼다. 노무현 당선자의 후보시절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공약과 입장, 사립학교법 개정 투쟁의 역사, 개정이 쉽지 않은 이유 등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현행 사립학교법을 어떻게 개정해야 하는가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사립학교의 공공성 확보

국회 정문앞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주장하며 1인시위하고 있는 선생님
국회 정문앞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주장하며 1인시위하고 있는 선생님 ⓒ 전교조
사립학교법 제1조의 총칙에는 "이 법은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립학교가 사회에 공여된 '공공의 자산'이다"라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분규 사학 재단들의 한결같은 논리가 "내 재산 내 마음대로 하는데 웬 참견이냐"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제 15조 2항의 "이사회는 이사로써 구성한다"라는 내용에 "이사의 1/3 이상은 공익이사여야 한다"라는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 이사회 구성원의 일부를 학부모, 시민단체, 교원이 추천하는 공익이사로 구성하는 공익이사제를 도입함으로써 사립학교 운영주체인 이사회를 민주화해야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위한 내부통제 장치의 제도화

현재의 사립학교법에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위한 내부통제 장치가 없다. 이를 위해 "학부모, 교직원, 학생 단체의 법적 기구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각 기구간에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교장과 재단의 독선을 막고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위한 통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인수위에서 '법적 기구화'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학교 민주화에 상당한 진전을 기대할 수 있으나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립학교 부패방지 방안의 제도화

먼저 사립학교의 부패와 비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공익이사제 도입과 이사 선임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21조 2항은 "이사회의 구성에 있어서 각 이사상호간에 민법 제777조에 규정된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그 정수의 3분의 1를 초과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되어 있다. 사립학교가 흔히 '족벌체제'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친인척들의 이사취임 한도를 민법에 의한 재단법인에 준하여 이사 정원의 1/5로 제한해야 한다.

한나라당 광주전남지부 사무실 앞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
한나라당 광주전남지부 사무실 앞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 ⓒ 김태문
아울러 학교법인의 감사 중 1인 이상은 학교운영위원회나 교수회의 등 외부의 추천에 의하여 선임하도록 해야 한다. 감사의 무풍지대로 불리는 사립학교의 내부 감사 기능을 확대하여 감사의 실효성과 함께 부패 비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다.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사립학교 경영자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동법 20조 2의 '임원취임 승인취소' 조항을 살펴보면 "임원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관할청은 그 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취임승인의 취소는 관할청이 당해 학교법인에게 그 사유를 들어 시정을 요구한 날로부터 15일이 경과하여도 이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한다"라고 되어 있다.

취소 요건에 해당돼도 '취소할 수 있다'로 되어 있기 때문에 취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취임승인의 취소는 관할청이 당해 학교법인에게 그 사유를 들어 시정을 요구한 날로부터 15일이 경과하여도 이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한다"는 규정에 따라 회계부정을 저지르고 불법을 자행하고, 학사행정에 관여하여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해도 15일 이내에 이를 원상 회복하면 그만인 것이다.

부패와 비리로 인한 분규사학의 조속하고 완전한 정상화와 재발 방지는 결국 학교를 정상화하여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학 분규가 장기화되고 학교 기능이 마비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원인을 현행 사립학교법에서 찾을 수 있다.

동법 22조에 따르면 관할청에 의하여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된 자나 관할청의 해임 요구로 해임된 자의 경우 2년이 경과하면 다시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복수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25조는 임시이사의 임기제한으로 임시이사가 실질적인 학교정상화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임시이사의 공공성 확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계류중인 법안 중 3개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계류중인 법안 중 3개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김태문
22조의 비리재단 학교 복귀 문제는 관할청에 의하여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된 자나 관할청의 요구에 의하여 해임된 자는 학교법인의 임원으로 취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10년 이상 취임할 수 없도록 그 조건을 강화해야 하며 10년이 경과한 후 이들이 복귀할 경우에도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교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등 검증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25조의 경우에도 임시이사가 권한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학교 정상화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임시이사 임기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임시이사 선임에 있어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회의 추천을 받도록 하는 등의 학교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임시이사가 공공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임시이사에 의한 학교 정상화 후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정이사의 선임이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임시이사로 하여금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정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조항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1963년 제정된 사립학교법은 합목적성을 상실한 채 이해 당사자들의 자기 보호 수단으로 전락하여 개악에 개악을 거듭해왔다. 일부 부패사학들은 사립학교법의 보호 아래서 학교를 소유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이를 사유화하기 위해 족벌체제를 구축, 학교공금 횡령과 회계부정, 교원임용과 재임용에서의 비리, 입시부정과 편입학 부정, 학교재산의 사유화, 뇌물 수수, 교권탄압 등 갖은 비리를 저질러 왔다.

이제 그 불법과 비리의 보호막을 걷어야 한다. 사립학교법의 개정은 우리 국민들의 고귀한 재산이 부패 재단의 금고 속으로 들어가는 부조리를 막는 길이며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사립학교법의 개정은 한국의 교육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건전한 사학에게도 오명을 벗고 교육자로서의 존경을 회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부패사학 척결과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의 자료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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