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주원 기자는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시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여 그 변동추이를 제대로 보았는지 궁금하다.

관련기사
이제는 깃발을 내려야 합니다

매주 토요일 교보빌딩 후문에서 열리는 촛불시위에는 깃발이 없다. 어린 딸의 손목을 잡고 나온 아버지, 어머니를 추스려 촛불시위에 동참한 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참여했다.

그곳에는 이주원 기자가 그토록 우려하는 '운동권 집회 문화'의 핵심 아이콘은 없으며,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있을 뿐이며,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미국에 당당하게 외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을 뿐이다.

12월 31일 100만촛불평화대행진의 깃발을 과거 '80년대 운동권 집회 문화'와 연관시켜 '87년 6월항쟁 뒤부터 모든 집회마다 깃발이 휘날리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하다고 느꼈었다. …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깃발아래 서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불안함을 느끼곤 했다. 깃발이 보이지 않으면 집회에 참여할 마음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 것은 과거 이주원 기자가 민주화운동을 핵심적으로 이끌었던 학생운동세력에 주변인처럼 서성대며 고민하였던 과거 개인적 행보에서 출발한 개인적 상흔을 오버랩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깃발은 이름인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이름이 있듯 단체나 집단도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이름은 남과 나를 구분하는 것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이다.

12월 31일 100만촛불평화대행진에서 깃발을 든 것은 '정치집회' '운동권 집회 문화'가 아니라 100만집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100만촛불평화대행진에서 서로를 인식하기 위한 표식일 뿐이었다.

100만촛불평화대행진에서는 한총련, 범민련 등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규정된 깃발도 있었고, 한국노총, 민주노총등 노동관련 단체의 깃발도 있었으며, 한국여성민우회,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 깃발도 있었다. 또한 민주노동당, 개혁국민정당 등의 개혁·진보정당의 깃발도 있었고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청소년단체 깃발도 있었다.

촛불시위의 핵심은 알맹이 없는 '깃발논쟁'이 아니라 그만큼 다양한 계층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에 오히려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범대위는 갑자기 자리잡은 단체가 아니다.'

이주원 기자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실은 '여중생대책범대위'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집회를 주도하던 자리에 '범대위'라는 단체가 떡하니 자리잡고 만' 것이 아니라 월드컵 열기로 온 국민의 관심이 치우쳐 있던 2002년 6월 13일 경기도에서부터 2002년 12월 31일 100만촛불행진까지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치열한 대응을 해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모임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다.
복잡다기하고 다양한 시민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는 그 핵심이 필요한 것이고, 그 핵심적 역할을 범대위에서 지난 반년간 지속해왔는데 그것이 과연 잘못인가?

정작 중요한 것은 전세계적 이슈가 되어버린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문제의 핵심이 해결되었는가의 여부와 범대위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하고 있는지의 여부일 터이다. 그러나 어디를 보아도 문제가 해결될 기미도 없으며, 범대위가 기득권을 바탕으로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사례는 없다.

특히, 12월 31일 100만 촛불대행진에서 '반미'구호가 외쳐지고 있어서 문제해결을 위해 미국시민사회와 연대가 중요한데 '반미'가 이를 저해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방적 군사패권주의로 치달아 전세계를 전쟁의 회오리속으로 몰아넣고,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핵심세력인 부시행정부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도가 다른 어느때보다 높다는 점에서 미국 시민사회와의 연대는 좀 더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며, 반미는 곧 '반전평화'라는 기본적인 평화메시지조차 읽지 못하고 반미와 반전평화는 다르다고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발상에 대단한 위험성이 존재한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의 핵심은 불평등한 소파전면개정과 부시공식사과가 아니다. 미군이 한반도에 왜 주둔하고 있는지의 여부이며, 반세기가 넘게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저지른 범죄와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민족화해를 어떻게 방해하여 왔는지를 분명히 아는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동북아평화와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세계평화적 시각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때문에 주한미군 범죄와 부시행정부의 사과는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북아평화와 세계평화에 직결되는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세계평화운동의 조류는 '반미'이다. 냉정체제가 무너진 단극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국이 군사적 패권주의를 바탕으로 저지르고 있는 전세계의 전쟁분위기는 결국 전세계의 평화를 해치는 것이다. 이것이 전세계 평화운동가들이 '반미=반전평화'임을 목소리 높여 외치는 이유인 것이다.

과연, 촛불시위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이 깃발을 보고 운동권 문화를 떠올렸을까? 많은 깃발을 보고 촛불시위 현장에 왔던 발걸음을 되돌렸을까? 매번 참석해 유심히 주위를 관찰했던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매서운 겨울추위에서도 촛불을 손에 들고 연인과 참석한 시민들, 어린 꼬마와 함께 한 부모들, 손자손녀와 함께 나온 노인들 이들 모두 12월 31일 촛불시위의 주인이었고, 이들은 깃발을 올리고 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땅 대한민국에서 미국의 오만함이 내려져야 한다'고 염원하고 있었다.

더 이상 주변의 것을 논쟁대상으로 삼아 핵심을 흐리게 하는 논쟁을 피해주기 바란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의 핵심세력이었던 학생운동에 끼지도 못해 불안해했던 개인사를 바탕으로 촛불시위가 '정치집회로 변절되어 간다, 깃발은 내려져야 한다. 반미가 아니라 반전평화여야 한다'는 어설픈 논쟁은 더 이상 없길 바란다. 진정 '반전·평화운동'을 원한다면 평화운동의 핵심인 '내적 성찰'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얼마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 대표들과 토마스 허바드 주한미대사와의 접견에서 주한미대사는 '주한미군은 한국정부가 요청해 주둔하는 것이며, 한미SOFA가 불평등하다고 하는데 동티모르나 키르키스탄에 파병된 국가와 한국군이 맺은 협정은 공무중 사건에 대해 1차재판권을 갖는다고 명시한 한미SOFA보다 더 불평등하다. 공무중일 때 뿐만 아니라 개인적 사건에 대해서도 1차 재판권을 한국군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한미SOFA가 불평등해 우리의 어린 딸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면, 과연 우리는 다른 나라와 평등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성찰해 보고 이를 시정해 가는 것이 '반전·평화운동'의 첫걸음일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