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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여, 제발... 국회 본회의 참석의원들이 30일 오후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통과된 '북한의 핵동결장치해제에 대한 원상회복 촉구결의안'을 찬성 181표로 의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수영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북-미 간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30일 오후 채택한 '북한 핵 문제 결의안'이 일방적으로 한쪽에 기울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회는 이날 대선 이후 처음 열린 본회의에서 '북한의 핵 동결장치 해제에 대한 원상회복 촉구 결의안'을 출석인원 184명에 찬성 181, 반대 0, 기권 3명으로 채택했다.

총 5개항으로 된 결의안은 (1) 북한의 핵 동결장치 일방적 해체에 대한 조속한 원상회복 촉구 (2) 북한의 조건 없는 핵개발 포기와 IAEA 사찰 수용 촉구 (3)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모든 문제의 평화적인 수단과 방법에 의한 해결 (4) 북한의 행위가 북한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 (5) 미국·일본 등 주변국가들과의 공조체제에 기반한 사태의 평화적 해결 촉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본회의에서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대표해 제안 설명한 박원홍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의 국제적 합의를 파기하는 행위는 한반도의 긴장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무력충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결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국회 결의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북한에 대해 압박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지적이다.

@ADTOP7@
5개 항 중 미국에 대한 촉구는 한마디도 없어

<전문> 북한의 핵 동결장치 해제에 대한
원상회복 촉구 결의안

대한민국 국회는 2002년 10월 북한당국이 수년간 비밀리에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에 대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규탄 결의문'을 채택했던 것을 상기하고,

이에 더하여 북한이 최근 영변의 핵 원자로, 폐연료봉 저장시설 등 핵 관련 시설에 대한 봉인은 제거하고 감시카메라 작동을 중단시키는 등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동결 조치를 일방적으로 해제한 행위는 1994년 '미·북간 제네바기본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임을 재천명하며,

이러한 북한의 국제적 합의를 파기하는 행위는 한반도의 긴장은 물론이고, 나아가 무력충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대한민국 국회는 1994년 '미·북간 제네바 기본합의'를 파기하는 북한의 핵관련시설 봉인제거 및 감시카메라 작동중단 등 핵 동결장치의 일방적 해제행위에 적극 반대하며, 이를 조속히 원상회복시켜 국제적 합의를 준수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2. 대한민국 국회는 최근 야기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사태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북한은 조건없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IAEA의 사찰을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3.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의 핵문제 등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모든 문제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평화적인 수단과 방법에 의해 해결되어야 함을 재차 천명한다.

4. 대한민국 국회는 이번 북한의 핵 동결장치 해제 사태가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의지에 명백히 반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전력난 해소 등 에너지 문제 해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5. 대한민국 국회는 우리 정부가 미국, 일본 등 주변국가들과의 확고한 공조체제를 기반으로 하여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을 촉구한다.
박순성 참여연대 평화군축팀 준비모임 팀장(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은 "결국 오늘 국회 결의안은 형식상으로는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지만 사실은 일방의 편들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결의안의 3항과 5항은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나머지 1·2·4항은 일방적으로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를 촉구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결의안은 미국의 편들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어느 일방의 편을 들어서는 절대 안된다"면서 "이번 결의안은 남한이 앞으로 균형을 잡고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국회의 결의안은 국내 여론에 있어서도 균형이 잡혀져 있지 않다"면서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는 국론의 결집이 매우 중요한데 국회가 이렇게 일방으로만 나간다면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클린턴 정부 하에 북-미 대화 성과와 남한 정부의 대북 화해 정책의 성과를 깡그리 무시한 부시 정부의 대북 고사, 강경정책에서 나온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철회를 요구한다면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도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 착수를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또한 "지금은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면서 "어떤 형태의 군사적 해결에 대한 국회 차원의 명백한 반대의 뜻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절대로 이 문제에 대해 정책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며 "정치권의 정쟁 중단의 뜻도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도대체 국회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북-미 양자가 서로 극단적으로 자기 주장만을 펼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북에만 촉구하는 결의문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방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다 좋다,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협상에 안 나서고 있다는 것"이라며 "김대중 정부도, 노 당선자도 미국의 북핵 협상을 강력히 촉구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회가 그런 내용이 단 한 줄도 안 들어갔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현 사태의 책임은 북·미 양측에 있는데 일방적으로 북한에 대한 요구만 있는 결의안은 미국 국회에서나 나올 법한 결의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결의안이 북한이나 미국에게 느껴지는 메시지가 있다, 북한에는 대한민국 국회가 자기 편을 들고 있지 않다는, 미국 부시 행정부로서는 그 반대의 메시지를 받을 것"이라며 "지금은 불편부당의 입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회에서나 나올 법한 결의안"

▲ 30일 오전 15개 시민사회단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 국회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이날 국회가 결의문을 채택하기 전인 오전 11시 녹색연합·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참여연대·평화를만드는여성회·환경운동연합 등 15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갖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회 차원의 결의와 조치를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는 "한국 국회는 초당적으로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한 특별 결의에 나서야 한다"면서 (1) 북한 핵 문제 해결의 기본 원칙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에 있다는 것 (2) 국제사회에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한국 정부와 한반도 주민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 (3) 북한 핵 문제가 남북교류협력사업과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 (4)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해결 방안 제시 등의 내용에 담겨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약 네 시간 뒤에 국회에서 나온 결의안은 시민사회단체의 촉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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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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