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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제5단체가 국민들에게 반미시위 자제를 요청했다.

경제5단체는“한국의 반미시위가 확산되면, 우리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미국에서 한국상품 불매운동이 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97년 경제위기가 왔을 때 기업들은 경제를 정치논리로 보지 말라고 했다. 시장의 자유경쟁에 간섭하지 말고 내버려두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제5단체가 정치적 문제에 간섭하고 있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반미'하지 말라고 요청한다. 경제5단체는 정치로부터의 자유를 그렇게 바랬으면서, 이제 경제적 이유로 국제정치적 상식을 회복하는 일을 막는가?

경제5단체가 경제적 명분으로 인권을 회복하려는 정치활동을 가로막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경제가 하나로 통합된다 할지라도 국제정치적 갈등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국제경제는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개방과 통합의 길을 걷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민족국가의 힘의 불평등과 상호갈등이 엄연히 존재한다.

한-미간의 자유무역이 완전히 달성된다고 해도 한-미간의 정치적 마찰이 발생하게 되면 결국 한국과 미국의 국제경제는 국가의 힘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갈등을 줄일 수 있도록 양국간에 부당한 정치적 불평등 요소를 제거하고 평등하고 동등한 관계로 제도화되어야 하겠다. 그것이 경제5단체가 진정으로 바라는 국제경제 안정을 위한 정치적 토대이다.

과거에는 한국의 권위주의 정부가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위해 한-미간의 정치적 불평등과 갈등의 요소를 억누르고 있었으므로 시민사회 내부에서 불만을 표출할 수 없었고 당연히 정치적 의제로 발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에서는 한-미간의 모순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자유롭게 나오고 있다. 이번 SOFA 개정 이슈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의 정치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은 강한 국력만 믿고 SOFA 개정 요구를 묵살해도 되는가, 그리고 한국은 경제5단체가 걱정하듯 미국의 보복을 두려워해서 SOFA 개정 요구를 주저해야 하는가. 그것은 시민상식에 어긋나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하겠다는 사람들의 정치적 마인드가 아니다.

미국 국제정치경제의 속셈은 경제는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주의로 하고 정치는 힘을 중시하는 현실주의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 발상인가. 현실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의 불평등한 국제정치관계를 유지하고 오직 경제만 자유화해서 미국자본의 이익추구만 맛보려는 것이다. 미국은 국내에서만 민주주의, 시민상식을 논하지 국제정치의 영역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은 미국에게 그들이 국내정치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선진화된 정치적 시민상식을 SOFA 개정에도 적용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한-미간의 정치적 불평등을 하나 하나 해소해 나가고, 시민들로 하여금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반미감정에 의해 한-미 경제관계도 불안정해지는 일이 없다. 그것이 한미관계의 정도다.

그렇다면 경제5단체는 무엇을 주장해야 하는가? 시민들에게 반미시위하지 말라고 딴지걸기 전에 미국정부에 SOFA 개정을 하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반미감정이 생기지 않아서 경제5단체가 그렇게 원하는 수출시장도 열리고, 외국인 투자도 활성화되는 법이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한국정부와 시민들에게 미국에게 정치적인 복종만 요구하지 말아라. 경제5단체는 돈을 벌고 싶으면 SOFA 개정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미국정부에 로비도 좀 해주길 바란다.

정치와 경제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 두 분야는 신문의 섹션처럼 나누어진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상호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는 서로 상생의 관계로 나아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상호배타적인 갈등으로 전락하느냐이다. 상생의 관계가 되려면 정치, 경제 각 영역이 서로에게 몰상식한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 경제5단체는 한-미간의 정치적 불평등이 해소되어야 한-미간의 경제적 안정도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하니리포터'에도 송고되었습니다.
* 실험웹진 http://www.dalp.w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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