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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자른, 온통 푸른 색인 머리의 송경아씨. 다소 튀는 듯한 외모와는 다르게 참 소박한 웃음을 짓는다
짧게 자른, 온통 푸른 색인 머리의 송경아씨. 다소 튀는 듯한 외모와는 다르게 참 소박한 웃음을 짓는다 ⓒ 임김오주
정치는 머슴이나 하는 것?

“제가 아는 포스트모더니즘은 한번도 정치성을 배제한 적이 없어요.”송경아는 ‘갑자기’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나섰다는 건 오해라고 말한다. 정치적 지향을 드러낼 만한 기회나 필요성이 적었을 뿐, 굳이 숨길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 일본의 소설가 다카하시 겐이치로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는 정치적인 것은 바보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었는데 천황제 폐지 성명을 할 때 자신의 이름을 걸었었지요. 주위 사람들이 왜 한 입 갖고 두말하냐고 하자 ‘사람은 바보 같은 때도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해요.” 그녀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농담 삼아 ‘정치는 머슴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 생활이 정치적 틀 속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

삶 또한 정치의 영역임을 강조하는 그에게, 일상의 정치가 통용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많다. 왜 20대 젊은이들의 투표율은 오히려 낮은 것일까. “이 사람들 기본적으로 배가 불러요. 정치가 경제에 연동되고 그 경제가 자기한테 즉각적으로 와 닿는 그런 메커니즘을 아직은 못 느껴요. 먹고사는 건 너무 당연하고 여기서 질이 떨어질까 아닐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거죠.” 그녀만 해도 ‘모든 사람에게 생존이 당연하지는 않은’ 시대에 유년기를 보냈었다. 게다가 정치의 최악 상황들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경험해야했던 기억들은 요즘 젊은이들의 그것과 사뭇다르다. “정치시스템이 안정 돼있는 상황이라면 무척 부러운 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지만 아직 고쳐나갈게 많잖아요. 제도권 정치 건, 비제도권 정치 건, 시민운동이 건 젊은 사람들이 뛰어들어야지요. 세상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해볼만한 일 아닌가요.”

그래도 지지한다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가장 많이 받아내야 하는 질문을 그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수구세력의 집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것. 대답은 간단했다. 정치질서의 근본에 대한 고민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 아닌가요? 수구가 집권할 가능성까지를 함께 안고 그래도 지지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거죠. 극우가 집권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어느 한 세력에게 계속해서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이미 민주주의가 아니고 자기네들이 다시 극우고 파쇼가 되는 거에요.”

수구세력이 당선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지지할 것인가?
“나는 지지한다죠. 말하자면 한나라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차라리 그냥 이 후보가 우리 국민이 현재 가질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지 어느 한 소수세력을 조용히 하게 해서 노 후보가 된다한들 그건 이미 정도에서 벗어나 있는 거죠. 민주주의란 건 그런 위험부담 조차도 안고 가야하는 거라니까요.”

위험부담, 그것을 능가 할 정도로 진보정당의 등장은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노동자나 농민, 도시빈민이 정말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당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지요. 정당하나가 ‘나는 옳은 일만 하겠다’라고 말하고 나온 것도 한국정치판에서 획을 그을만한 일이구요. 그렇게 당의 정체성이 서 있으면 한 개인이 아닌 한 정당에게 책임을 직접 물을 수 있는 구조가 정착 되는 거죠.”

이러한 진보정당에 걸리는 제약은 사실 ‘우선논리’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의 문제. 그 장벽은 높기만 하다. “개나 소나 다 정치를 하겠다고 할거라는 식으로 장벽을 두고있잖아요. 아니, 개나 소나 정치 좀 하면 어떤가요? 투표도 안 하겠다고 빼서 문제인데.” 갈 길은 아직, 먼가보다.

지지하기에 지지한다고 말했을 뿐이지만, 부담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작가’라는 사실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분들이 제 소설을 꼭 사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가끔 하세요. 그렇지만 제가 소설 쓰는 건 쓰는 거고, 정치적 지향은 지향이고. 이게 자연스럽게 마주쳐 진다면 행복한 것이겠지만 어느 쪽이 어느 쪽을 무리하게 합일 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거든요.”

다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또 자신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쓸 뿐이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한 것과 마찬가지로.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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