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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오후 7시(현지시각) 한인타운을 가로지르는 두 길이 만나는 교차로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웨스턴과 윌셔길에 있는 MTA 지하철역 앞 광장은 동포들의 손마다에 들린 촛불로 환하게 밝혀졌다.

▲ LA 에서 열린 촛불시위 현장
ⓒ 박우성
시위 준비 관계자들은 금요일 오후인데다가 장소가 변경된 것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우려했으나 미주동포들은 일곱 시가 채 되기도 전에 속속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날 시위에 참석한 미주동포의 수는 줄잡아 130여명 선. 아직 걷지도 못해서 유모차를 타거나 부모 품에 안긴 어린 아기들부터 80을 넘긴 할아버지들까지 참석자들의 모습은 매우 다양했다.

▲ 고 신효순, 심미선양의 사진을 들고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 박우성
시위를 준비하는 사람조차 아직 다 도착하지 않은 이른 시간부터 일찌감치 시위현장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한 동포는 시위가 있다는 소식을 라디오에서 들었다며 “내 나이가 69세이다. 하지만 그 불쌍한 어린 것들이 이렇게 억울한 처사를 당하는 데 나도 가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라디오를 듣고는 급한 마음에 저녁을 먹자마자 이곳으로 왔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우리나라하고 누구보다 가까운 우방이 아닌가. 그런데 SOFA는 너무 차별적이다. 어린 여중생들이 당한 처사가 너무 안타깝다. 정부가 너무 무심하다. 한미간에 동등하게 되어서 영원한 우방으로 가야하지 않겠는가”하고 열변을 토하던 그는 비슷한 나이또래의 다른
동포가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나이먹은 우리가 나서야지”라고 말해 주변에 있던 젊은 한인 청년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기도 했다.

▲ 아직 잘 걷지는 못해도 초는 잘 밝힐께요
ⓒ 박우성
윌셔와 웨스턴 길쪽으로 촛불을 들고 늘어서있던 시위대는 참석자가 계속 늘어나자 길가쪽을 따라 두 줄로 길게 열을 지어 왕복을 하기 시작했다. 또 광장 중앙에 있던 역을 표시하는 기둥에 사건관련 사진들을 늘어놓고 지나가는 외국인들에게 유인물을 나누어주며 호소문 서명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길을 가던 많은 미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전시된 사진을 보다가 시위대들에게 무슨 일인지 직접 물어보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설명을 들은 대다수 사람들은 사건에 대한 대강의 내용을 듣고 선선히 서명에 동참하는가 하면 직접 초를 들고 시위행렬에 끼어드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기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

아리랑을 부르며 촛불시위를 마쳤다


▲ 무슨 일이 있었냐하면... 서명하겠소!
ⓒ 박우성
시위대들은 아리랑, 우리의 소원은 자주,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부르고 ‘부시는 사과하라’, ‘SOFA 개정하라’는 구호를 외치다가 지나가던 차량들이 지지하는 경적을 울리면 초를 머리위로 들어서 화답하는 등 지난번의 시위 때보다 한결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 시위를 마치고 시위대는 함께 모여 정리집회를 갖고 내일 있을 할리우드와 하이랜드 교차로에서의 촛불시위에서 또 만날 것을 약속했다. 정리집회에서 한 참석자는 “부시가 전화로 사과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SOFA 개정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진심
으로 한국민에게 미안하다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조국이 진정한 자주권을 회복할 때까지 계속 촛불시위를 벌여나갈 것이다”라는 말로 결의를 다졌다.

덧붙이는 글 | 한편 샌디에고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장소가 변경된 것을 몰라서 시위에 참석하지 못하고 말
았다. 이들은 내일 시위라도 참석하기 위해 다시 내려갔다 돌아올 것인지 여기서 하루 묵을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어떻게 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안쓰럽고 궁금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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