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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방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왼쪽부터 바바, 송호, 랑새 씨
야호방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왼쪽부터 바바, 송호, 랑새 씨 ⓒ 김조영혜
‘학생회관 3층 화장실 옆 캐비닛으로 막아놓은 공간’. 덕성여대 최초의 웹진, ‘야호’를 만나러 간 곳은 정확히 말해 복도 옆 한 귀퉁이를 캐비닛으로 막아놓은 1평 남짓의 공간이었다. 문도 벽도 없는 곳에 큰 책상과 의자만이 놓여 있는 그곳은 야호‘방’이라고 불리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였다.

그런데도 야호의 편집위원 바바(한준경) 씨는 “학교에서 오십사하고 만들어준 공간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만든 공간이란 점에서 오히려 야호에게 어울려요”라고 태연스럽게 말한다. 야호에 대한 궁금증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야호 기자들? 아니, 야호인들!

바바, 오방(최영진), 송호(서예린), 마린(양계숙), 랑새(김수연). 다섯 명으로 구성된 야호 편집위원들 중, 야호방을 찾았을 때는 바바, 랑새, 송호 씨만 야호방을 지키고 있었다.

랑새 씨는 웹진을 왜 시작하게 됐냐는 질문에 대뜸 “웹진이라기보다 ‘자치단위’로 불러주세요”라고 답했다. 학내 자치단위가 희박한 상황에서 자치운동을 벌이기 위해 웹진이라는 공간을 선택한 것.

“위장일 수도 있어요”라며 까르르 웃어대는 이들은 웹진을 “대자보 붙여도, 운동권이 하는 소리라고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에서 운동을 위한 색다른 시도”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웹진이라는 것이 쌍방향성을 보장하고 신문이나 교지와는 다르게 주관적이고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판단도 웹진을 시작하게 된 요인이 됐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야호 기자’가 아니라 ‘야호인’으로 규정한다.

야호인들끼리는 특별한 약속도 있다. △니것내것 따지지 말고 나눠쓰자, 나눠갖자부터 △야호인끼리 매일 문자 2개 이상 보내기 △볼 때마다 서로 칭찬해주기 △누군가 권위적인 발언, 반여성적인 발언, 반생태적인 행동을 했을 때는 ‘삐’ 경고음을 내자까지. 환경보호를 위해 집에서 몰래 반찬통을 들고 와 재떨이로 쓰는 것도 이 특별한 약속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까지 야호인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웹기술이 부족해 걱정이라는 야호의 홈페이지.  http://www.duksung.ac.kr/~yaho/
웹기술이 부족해 걱정이라는 야호의 홈페이지. http://www.duksung.ac.kr/~yaho/ ⓒ 야호
공부도 연애도 반전평화운동도

지난 18일, 창간 1호를 낸 야호의 홈페이지(www.duksung.ac.kr/∼yaho/)에는 수강신청에 대한 설문조사부터 학생회 선거특집, 인디밴드 탐방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주절주절 열리고 있었다.

그들은 “한 가지 음식만 먹으면 질리듯, 한가지 생각만 하면 재미없죠? 공부도 연애도 음악도 영화도 인권문제도 반전평화운동도 야호의 관심사가 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사실 그들이 야호를 만들게 된 것은 다양한 목소리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랑새 씨는 “학생회는 정당처럼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내잖아요. 세상엔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한 가지 목소리는 싫어요”라며 무엇이 됐든, ‘야∼호’하고 신나는 세상을 바라는 외침 혹은 주절거림들을 내뱉고 싶었단다.

종합하면, 웹진이라는 형식으로 사람들의 관심도 끌고, 다양한 이야기도 해 보겠다는 것인데 늘 뜻대로 되지만은 않았다. 홈페이지 접속자수도 아직은 미미하고 웹진을 운영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탓이다.
송호 씨는 “학생들 관심을 끌어보려고 수강신청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그렇게 회수율이 낮을 줄은 몰랐어요. 혼자 강의실 들어가기가 두려워 머뭇거리느라 더 힘들었죠”라고 말한다.

학원민주화 투쟁의 숨은 주역들

열악한 환경, 힘든 작업 속에서도 야호인들은 끈끈한 정을 자랑한다. 그것은 이들 모두 지난해 학내 비리재단을 몰아내는 데 한몫을 해냈던 역전의 용사였다는 공통점에서도 기인한다.

지난해를 생각하면 어스름한 밤공기만 떠오르른다는 랑새 씨는 “밤에 학교서 하도 밤을 많이 새서”라며 “새벽에 자다 일어나서 책상 나르고, 문 부수고 강의실을 점거하고 정신없는 한 해를 살며 모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최근 진행되고 있는 총장 선출에 관해서도 야호인들은 할 말이 많다. 비리 이사장·총장 퇴진을 위해 삭발까지 했던 바바 씨는 “전체교수회의에서 학생과 교직원의 참여가 교권 침해라고 발언한 교수들에겐 개인적으로 배신감을 느낀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1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지난한 투쟁을 같이 해오던 동지에 대한 배신감이랄까. 바바 씨는 “싸우는 것보다 개혁이 힘드네요”라는 말을 남겼다.

앞으로 야호는 총장 선출에 관한 이야기를 여론화할 생각이다. 지난 9일(월) 나온 야호 2호에는 중점적으로 대선과 총장선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생각지수는 행동지수와 일대일’이라고 생각하는 야호인들의 행동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지켜보자.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 1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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