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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촛불 추모집회 한켠에 마련된 전시물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지나는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촛불 추모집회 한켠에 마련된 전시물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 정세연
미군장갑차에 희생된 두 여중생의 죽음을 추모하고 부시 공개사과, 불평등한 SOFA 개정을 위한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대전역 광장에는 500여명의 대전시민이 모였다.

4일 민주노동당 대전공동선대본에서 시작한 여중생 추모 촛불행진는 대전역에서 시작해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9일)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대전충남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은행동 홍명공원에서 또 다른 촛불집회를 가졌다.


영하 5℃를 넘나드는 매서운 추위가 사정없이 옷깃을 파고드는 9일 저녁 7시. 여느 날과 같이 대전역 광장에는 촛불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에 체감온도가 10도 이상 떨어진 오늘, 대전역 광장은 그야말로 한산하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람 역시 부쩍 줄어든 듯하지만, 바쁜 발걸음 지체하고 얼어붙은 손 불어가며 서명판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쓰는 시민들의 마음 씀씀이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머리카락이 너무 짧은 탓에 오늘처럼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는 민주노동당 박춘호 공동선대본부장. 두툼한 털모자가 바람막이 역할을 제대로 한다.

어둠 속에서 촛불로 비춰가며 서명을 하고 있는 시민
어둠 속에서 촛불로 비춰가며 서명을 하고 있는 시민 ⓒ 정세연
"대전은 다른 지역보다 추모 집회를 일찍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충청도 사람들이 자기 의사 표현에 적극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지난 7일 많은 대전시민들이 함께 해서 기뻤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꾸준히 일관되게 촛불집회를 진행한다면 우리 지역민들의 참여를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 본부장은 추모물결이 지금보다 더 확산되어야 하며 또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 국민의 분노는 여중생의 죽음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 표출된 것입니다. 해방 이후 지속돼 온 미국과 한국의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겹겹이 쌓여온 우리 국민의 억울함과 그를 개선하기 위한 의지가 표출되고 있습니다. SOFA개정 어렵다고,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 시민들은 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꾸준한 움직임은 부시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낼 것이고 SOFA개정도 이루어낼 것입니다."

같은 시각, 은행동 홍명공원에서는 대책위의 촛불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은행동 화려한 네온사인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불빛이지만, 작지만 소중한 그 불빛의 의미를 대전시민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한 유모(16, 괴정동)양은 요사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많은 대화와 고민을 나눈다고 한다.

홍명공원에서 진행된 촛불 추모집회
홍명공원에서 진행된 촛불 추모집회 ⓒ 정세연
"평소에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학교 선생님이나 TV 방송 보도 등을 통해 미국을 다시 보며 고민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요. 간혹 거부감이나 혼란 등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체로 SOFA개정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학교에서도 추모리본 달기 등 움직임이 일고 있어요."

오는 14일은 '대전시민 분노의 날, 대한민국 주권 회복의 날'이다. 14일 오후 4시, 대전역 광장에서는 '우리 국민의 분노와 아픔을 쏟아내고 짓밟힌 자존심을 되찾으며, 대한민국의 주권을 찾기 위한' 뜨거운 불길이 타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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