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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전국의 초등학교 3학년 학생 7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초학력진단평가'와 관련하여 교육계 안팎으로 찬반 양론이 떠들썩했던 이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초등학생 대상 일제평가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인천광역시 초등교장협의회(이하 인초협)가 주관하고 인천교육청이 문항을 개발하여 오는 17일 인천지역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 학습 성취도평가를 실시한다는 계획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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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지부장 이청연)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험실시 계획 철회'의 입장을 밝혔으며, 초등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6일 오후 4시 교육청을 항의 방문하였다.

이 자리에서 인천지부 초등위원회 교사들은 교육청 초등교육과장과의 면담을 통해 시험 계획을 철회하라는 내용이 적힌 성명서를 전달하였다. 또한, 시험 관련 사실을 구두로만 들었다는 식의 책임회피성 발언에 교육감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보도 자료에 의하면, 지난 달 27일 인초협은 인천 지역 각 초등학교에 '6학년 교과학습 성취도 평가 실시 적극협조' 공문을 발송하였고 이에 따라 각 초등학교에서는 교장이 시험 실시를 지시, 12월 5일 해당 지역교육청별로 인초협의 주관교에 시험지를 신청한 상태다.

특히, 위 공문에는 이달 17일에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 성취도 평가를 실시한다는 것 이외에도 2003년 3월에 3, 4, 5,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단평가를 실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이에 반발하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식 교육행정기관이 아닌 초등학교 교장들이 모여 만든 임의단체인 인초협의 요청에 선뜻 동조한 인천교육청은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교육청은 이 계획에 그저 동조만 한 것이 아니라 교육청 산하 교과별 현장 전문가들이 평가 문항을 만들어 제공했기 때문에 그 문제가 더욱 크다고 하겠다.

인천 교육청은 지난 10월 초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등 수많은 교육 관련 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른 시도에서는 실시하지도 않은 중학생 학업성취도평가를 강행했다가 일부 문제가 인터넷과 학원가로 사전에 흘러나가 사후 처리에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일제 고사는 학교와 집 주변의 학원들이 시험 대비 보충 학습에 불야성을 이룰 정도로 그 부작용이 심각한 상태다.

이번에 실시하려는 초등 6학년 대상의 교과 학습 성취도평가의 의의를 보면 더욱 초등학생들의 암울한 앞날이 걱정된다. 바로 '중학교 입학 진단평가'를 대비한다는 것이다. 시험을 대비하는 시험, 또 그 시험을 대비하는 또 다른 시험의 연속이다. 이렇게 중학교 배치고사를 통해 통계 처리된 출신 초등학교별 성적 비교 자료가 초등학교까지 공공연하게 서열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 모두가 간과할 수 없는 부끄러운 현실인 것이다.

인천시 초등교장 협의회의 6학년 교과 성취도 평가 시도에 대한 입장


전교조인천지부는 학교장간의 사조직에 불과한 임의단체인 인초협의 요청으로 인천광역시 교육청이 교과별 현장 전문가를 구성해 평가문항을 개발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아울러 개발된 평가 문항의 신뢰성과 타당성의 검토가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일선 교사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초협의 몇몇 임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주장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임의조직인 인초협의 획일적 일제고사 시도는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의 고유한 권한에 대한 침해이며, 각 학교의 실정에 맞게 편성된 학교 교육 과정을 훼손하는 일이다.

전교조인천지부는 소속된 단체의 협조 요구에 따라 평소 학교 자율권을 주장했던 학교장들이 학교 교육과정 운영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점과 공교육을 지켜야 할 감독 기관인 인천광역시 교육청이 임의단체인 인초협의 비교육적 행위에 동조하고 있는 현실에 실망하고 있다.

이미 아이들은 학교 공부 외에도 학습지, 학원, 과외 등의 과도한 학습량과 성적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지어 성적 비관에 의한 자살에 까지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 등돌린 채 '공부하는 학교 풍토'를 조성하겠다며 일제고사를 실시하려는 인초협의
행태와 인천광역시 교육청의 동조는 아이들을 다시 한 번 시험 지옥으로 몰아넣는 비교육적 처사이다. 이에 우리는 인초협과 인천광역시 교육청의 비교육적인 획일적 일제고사 실시를 반대하며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시험 실시 계획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

1. 인천광역시 교육청은 임의 단체인 '인천초등교장협의회' 주장의 진위를 공개하라!
2. 인천광역시 교육청은 '인천초등교장협의회'의 일제고사 시도를 전면 중지시켜라!
3. 인천광역시 교육감은 학교의 교육과정운영권 침해에 대해 사과하라!

2002. 12. 6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인천지부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전교조 인천지부 홈페이지(http://inchon.ktu.or.kr) 자유게시판에 박근상 교사가 올린 글의 일부입니다.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땅의 교육 현실입니다. 얼마전 시험에 쫓기던 5학년 아이가 목 매달아 죽었고 어제 대학수시모십에 붙었던 재수생이 성적이 모자라 떨어지자 또 목을 매 죽었습니다. 
그것이 이땅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교육을 담당한다는 사람들이 자꾸만 이런 시험들을 만들어내고 또 만들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답답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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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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