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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든 남자 광고중에서
꽃을든 남자 광고중에서 ⓒ www.somangcos.co.kr

백옥같은 피부의 꽃미남들이 대학가를 활보하고 있다.
미(美)는 더 이상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외치는 이들은 성형수술은 물론 기초화장에서 눈썹손질, 기름종이 사용, 진한 화장에 이르기까지 여성들과 다를 바가 없다. 심지어 가방안에 조그만 화장품백까지 갖고 다닐 정도다.

H대 심모(21)군은 등교하기 전 반드시 화장을 한다.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 금방 빨개지는 피부를 감추기 위해 얼굴 전체에 파운데이션을 바른다. 간혹 화장을 고쳐야 할 때는 버스안에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화장품 케이스를 꺼내 든다.

호기심 섞인 눈으로 흘깃흘깃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심군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D대 양모(20)군은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한다.

"처음엔 좀 망설였었는데 막상 하고 나니깐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눈이 워낙 작아서 컴플렉스였는데 쌍꺼풀 수술이후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S대 채모군(21)은 주로 미팅이나 소개팅을 나갈 때 화장을 하는 편이다. 자신의 코가 남들과 비교해 유난히 낮다고 생각하는 채군은 이를 감추기 위해 ‘입체화장’을 주로 한다고 스스럼없이 밝힌다. 낮은 코부위는 화장을 엷게, 주변부위는 진하게 하면 명암의 차이로 코가 높아보인다는 게 채군의 얘기다.

기름종이는 남성 화장족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남성화장족 가운데 피지 분비가 많아 세수를 자주해야 하는 부류는 추운 날씨에 세수하는 번거러움을 덜기 위해 흡수력이 좋은 기름종이를 애용한다.

소망화장품 광고중에서
소망화장품 광고중에서 ⓒ www.somangcos.co.kr
화장하는 남성들의 등장은 이미 신라시대의 화랑들로부터 시작되었다. 14∼15세 정도의 미소년들로 구성된 귀족출신의 화랑들은 얼굴화장은 물론이고 장식물을 패용하는 등 외모의 치장에 열중했다.

조선시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판소리 사설 춘향가를 보면 이도령이 방자를 거느리고 광한루에 등장하는데 신세대 멋쟁이로 표현되어 있다. 이도령을 나타내는 구절을 보면 분세수를 하고 백옥같은 얼굴을 가졌다고 묘사되어 있다.

분세수(粉洗手)란 세수한 다음 장분을 물에 개어 얼굴에 발랐다가 다시 물로 씻는 세안법으로 당시 양반 청년들 사이에 주로 유행했던 것이라 한다. 이처럼 선조들의 미적감각을 그대로 물려받은 밀레니엄 남성화장은 독특한 개성을 연출하고 싶은 신세대들의 강한 욕망과 세계적인 흐름인 유니섹스 모드가 자연스럽게 결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남성화장족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설윤희(23 성균관대)양은 “남자라고 화장하지 말라는 법 있나요? 자기 개성시대잖아요. 외모에 자신이 없는 남자라면 적당한 화장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당수 신세대 여성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이현미(23 한국체대)양은 “미모가 곧 돈이요, 능력이라고 여기는 루키즘, 이른반 '외모 지상주의'가 여성에 이어 이젠 남성들에게까지 퍼진 것 같다. 루키즘에 의해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우리 사회 병폐의 한 단면이라 볼수 있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일보 온라인신문 지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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