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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나주시의 새로운 도시발전의 미래상을 좌우할 문화시범도시 조성방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나주시는 지난해 8월 동신대학교에 의뢰한 '문화시범도시 지정을 위한 조성방안에 대한 학술연구용역' 공청회를 13일 개최하고, 영산강 고대문화 및 목사고을 전통문화 등 역사자원의 특성을 살려갈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번 공청회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나주시는 국가지원 시범문화도시로 지정 받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필자 주>


시범도시사업은 무엇인가

시범도시사업은 도시계획법 제5조에 근거해 도시의 경제, 사회, 문화적인 특성을 살려 개성있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키 위한 것으로, 문화를 비롯 생태, 정보통신, 과학, 관광, 교육, 안전, 교통, 경관 등으로 나눠진다.

주요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시범도시 사업의 ▶목표와 전략 및 추진체계 ▶실행에 필요한 도시계획 등 관련계획의 조정과 정비 ▶도시계획사업 ▶재원조달 등에 필요한 사항을 담고 있다.

이 사업은 문화유적의 보존과 복원, 활용은 물론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상업 활성화, 지역의 정체성 확보 등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개발로 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도시계획법 시행령에 근거해 시범도시 사업계획 수립에 소요되는 비용의 80%이하, 시범도시 사업에 시행되는 비용(보상비 제외)의 50%이하를 중앙정부가 지원토록 규정해 지역개발에 대한 주민 수요는 높지만 재정이 열악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치단체에 획기적 변화의 바람을 가져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주시가 시범도시 지정에 관심을 갖고 용역을 발주한 것 역시 바로 이처럼 시범도시 지정이 이뤄질 경우 지역개발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주시가 이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시범도시로 지정될 경우 재정적 어려움으로 산적해 있는 도시계획 장기 미집행시설에 대한 해소는 물론 미래지향적이고 체계적인 도시계획 수립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나주시는 전남도와 도시계획학회 등 관련기관에 나주시 시범도시 지정 당위성과 사전 자문으로 시범도시 육성분야를 설정하기 위한 노력을 다른 시·군보다 우선하여 기울였으며, 지난해 11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광주·전남 추계학술발표회를 유치 개최할 수 있었다.

학술발표회에서는 나주시를 영산강과 나주목, 마한문화권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문화 시범도시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시범도시 지정의 공간적 범위와 적정규모, 공간체게, 추진방안 등이 학술용역의 과업으로 추진된 것이다.

기본구상안 비교 검토

동신대에 의뢰한 나주문화시범도시 조성방안 및 지정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문화유산을 활용한 고부가가치의 문화관광을 산업화하고, 전통문화유산의 계승과 도시발전에 필요한 새로운 도시미래상을 정립하는 기본구상으로 3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대안은 나주읍성 공간과 반남고분공간의 2대권으로 나눠 읍성내 주요 문화자원 복원, 고분전시관 건립, 고분탐방로 정비, 마한역사공원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두 번째 대안은 읍성∼장화왕후 유적∼영산포를 연계한 계획 구상으로 읍성권의 성문과 성벽 복원·근대건축 보존, 영산포권의 고수부지 정비 및 선창복원·돛배 체험공간 조성 등을 담고 있다.

세 번째 대안은 나주읍성 공간의 문화적 잠재력을 최대화시키는 것으로 목사내아 및 관아복원, 거리별 특성화 및 정비, 문화산업지구 조성, 전통건축 보전 및 환경정비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동신대 학술용역 결과에서 밝힌 세 가지 대안의 큰 차이점은 계획공간의 범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나주읍성권과 영산포권, 반남권을 포함하고 있느냐 않느냐에 따라 계획구상이 다르게 나타나면서 각 대안마다 장·단점이 교차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대안은 읍성권과 반남고분권을 동시에 정비해 나주의 문화인프라를 광범위하게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두 공간이 거리상 떨어져 있음으로서 조성 시설 사이의 연계성이 떨어지고 사업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두 번째 대안은 완사천 및 장화왕후 유적을 연결고리로 나주읍성권과 영산포권을 연계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영산포권의 문화자원이 근대자원에 집중돼 나주읍성권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대안의 경우는 천년고도의 문화유산이 집중된 곳으로 생활환경개선과 관광자원 확충효과를 높일 수 있지만 사업시행 공간이 가장 좁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에 대해 동신대 용역팀은 천년고도로서의 이미지 창출과 투자사업비 대비 문화시범도시 조성사업 효과의 극대화 측면에서 읍성공간 위주의 문화시범도시조성을 대안으로 선정하고. 13일 공청회에서는 지구별 개발구상과 단계별 사업구상 등 공간배치계획과 부분별 사업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화시범도시 개발구상

학술연구에 따르면 나주문화시범도시는 관아지구, 4대문지구, 성벽지구, 특성화거리지구, 문화산업지구, 향교지구 등 6개 권역으로 나눠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관아지구는 보존 및 복원을 원칙으로 근린공원, 체험학습장, 문화기념품점, 역사테마박물관 등으로 활용하고 관아와 목사내아를 연계한 도로 등을 정비 역사적 도시공간으로 창출한다.
4대문지구는 보존 및 복원을 원칙으로 근린공원, 체험학습장, 문화기념품점, 역사테마박물관 등으로 활용하고 관아와 목사내아를 연계한 도로정비 등을 제시했다.

성벽지구는 성곽복원과 역사·문화를 테마로 한 관광자원화·역사와 쾌적성이 공존하는 특화거리로 육성하고, 특성화거리지구는 주변의 역사·문화시설과 연계하여 조화가능한 보행로를 조성하고 나주천은 생태적 자원을 활용한 생태학습장 조성을 제안했다.

문화산업지구는 현 잠사주식회사를 활용해 전통체험 및 교육·휴식공간으로 활용하며, 향교지구는 현 문화재를 활용 시민들에게 전통혼례식장 및 서당을 개설하는 것을 밑그림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전통 건축양식의 보존상태가 양호한 서내동 일원은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집단화하여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하고, 4대문과 목사내아 주변은 문화자원보존 및 최고고도지구로 지정하는 지구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보행자의 안전성을 높이고 가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보차공존도로의 정비와 자동차 이용을 제한하는 내부 가로망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풀어야 할 과제

나주 문화시범도시는 문화유산을 활용해 도시발전의 새로운 미래상을 그려가는 것으로 시범도시 지정이 이뤄질 경우 지역발전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꿈의 계획이 장밋빛 희망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은 소관 중앙부처인 건설교통부가 시범도시지정에 관한 분야별 세부기준과 지정방법의지침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어 시범도시 사업이 아직은 백지상태의 불투명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전남도의 지정 신청을 받거나 건설교통부의 공모를 통한 도시지정이 예상되고 있으나 세부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침 내용에 따라서는 그동안의 노력이 신청도 못해보고 물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다.

지정 신청이 이뤄지더라도 시범도시 사업계획 수립에 필요한 시비 부담금 조달방안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계획의 현실성이 의문이다.

학술연구에 따르면 문화시범도시 조성에 필요한 총사업비 규모가 68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나주시는 보상비를 제외하더라도 사업시행에 필요한 비용의 50%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더군다나 총사업비 가운데 절반 이상인 359억원의 사업비가 성벽복원과 보차공존도로 조성비용에 투자될 것으로 계획돼 나주시가 부담해야 할 토지보상비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전통문화유산을 복원 정비하는 문화도시로의 육성을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절대적 동의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역사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들이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면서 문화자원보존지구와 역사문화미관지구 등은 건물 증·개축 등에 제한을 받게 되며, 읍성안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업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도 나주시의 역사문화사업 투자가 영산강고대문화권 개발보다는 나주읍성을 중심으로 하는 목문화 개발과 보존에 편중되어 왔다는 비판적 시각을 감안할 때 나주읍성 중심의 문화시범도시 지정이 지역간, 문화간 불균형 개발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도 있다.

과거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가 올바르고 가치있게 재창조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에 필요한 계획과 노력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으로 준비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민선3기가 부르짖는 역사문화도시만들기에 대한 올바른 방향과 지역주민들이 공감하는 필요와 실제성에 그 초점이 모아져야 하고, 또한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유념해야 한다.

나주 문화시범도시의 청사진은 무엇보다도 현재의 관점이나 이해보다는 이 계획이 결실되고 활발히 운영될 미래를 겨냥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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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에서 역사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정치, 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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