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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열흘 단식을 하기로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고 그냥 우연한 기회에 이런 작정을 하게 되었다. 이 우연한 기회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제일 자연스러운 이유일 수도 있다. 얼마 전 야마기시 공동체 회원 월례행복연찬회에 갔다가 별로 행복하지 않았던 그곳에서의 시간이 계기가 된 것 같다.

마음 한번 크게 내는 것으로 준비는 끝이다

관장기도 잘 보관되어 있고 작년에 사용하다 남은 마그밀도 안녕하시다. 손수 농사지어 만든 것으로 된장찜질도 해 볼 생각이다. 물론 부항도 뜨고, 죽염도 항상 있으니 됐고, 효소도 몇 종류가 독에 충분히 들어 있어 걱정이 없다. 반신욕이나 풍욕도 이번에는 제대로 해 볼 생각이다.

한동안 하지 못했던 국선도 수련도 다시 시작하고 뭐니 뭐니 해도 몸 명상을 제대로 하는 단식이 되도록 할 것이다. 몸의 상태나 변화를 따라다니며 충분히 응시 해 주는 몸명상은 내 단식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동안 내 속에 단식을 필요로 하는 어떤 요구도 쭉 있었다고 생각된다. 거의 매년 열흘 정도씩 단식을 하는데 작년에는 얼렁뚱땅 시원찮게 넘어갔었다. 단식을 시작은 했는데 제대로 마무리를 못하고 중간에 포기해서 영 찜찜했던 기억이 있다.

또 올 한 해는 유난히 내 뫔이 많이도 헝클어지던 한해였다. 이런 상태에서 단식을 떠 올리게 되니 오줌 마려운 오밤중에 출구를 찾은 느낌이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대신 전신에 넘치는 어떤 충일감 같은것을 만끽하는 단식은 그 맛을 본 사람만이 안다. 이렇게 떠 올리기만 해도 흐뭇하다.

참고로 내가 쓰는 '뫔'이라는 글자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다. ‘몸과 마음’아라는 말인데 영성수련을 지도하시는 이곳의 이 아무개 목사님이 만든 말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만든 합성어인데 그의 주장에 참으로 그럴듯하여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보다도 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논란거리가 몸이 먼저냐 마음이 먼저냐이다.

몸과 마음이 거듭나기에는 단식이 최고

몸 있는 자리를 마음이 벗어나 있으면 번뇌고 갈등인지라 보면 볼수록 뫔이라는 단어가 어여쁘고 기특하다. 몸과 마음이 한자리에 있지 못하고 몸이 하는 일과 마음이 하는 일이 서로 따로 놀때 괴로운 법.

열 번도 넘게 해 본 단식이지만 시작을 항상 정결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게 단식이다. 이제부터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에게 잘 일러 주어야 한다. 내 배와 입, 그리고 작은창자 큰창자에 열흘간의 휴가를 주노니 잘 쉬어 보라고 격려도 해 주어야 된다.

자율신경이 지배하는 내 장기들은 한순간도 쉬지 못하고 평생 일만하고 산다. 쉬지 못할뿐더러 입 없어 말 못하는 그들이 겪는 고초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잠깐만 생각 해 보시라.

시도 때도 없이 음식물이 들어온다. 식사후에 좀 쉴까 하면 커피가 들어오고 과자나 과일 등 간식이 들어온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고 나서 냉수나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한다.

여러 이질적인 것들이 한꺼번에 들어 올 때도 있다. 밥과 술과 국이 대표적이다. 식사 후에 마시는 물도 사실 위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처치곤란 한 일일 것이다. 요즘 음식에는 방부제다 환경호르몬이다. 항생제다. 중금속이다 듣도보도 못한것들이 묻어오니 죽을 맛일 것이다.

최근에 내가 탐독하고 있는 루돌프 슈타이너의 생명역동농업에 보면 땅기운과 하늘기운에 대해서 몇 번씩 강조를 하고 있다. 작은 우주인 내 몸이 땅기운과 하늘기운을 잘 받아들이고 원활히 소통되게 하는 것은 내 경험상 단식이 최고다. 창자가 비면 대번에 마음이 비어지고 마음이 제대로 비게 되면 하늘기운이 내 뫔속에 잘 스며든다.

창자가 비면 마음부터 빈다

YS가 마음을 비운답시고 맨 날 산에 올라갔지만 욕심과 어리석음만 키운걸 보면 그가 등산보다 창자를 말끔히 비워 냈다면 마음 비우는데 더 효과를 봤을 것 같다.

단식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꼭 해야 하는 게 하나 있다. 몸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일이다. 몸 부위 하나하나를 쓰다듬듯이 떠 올리며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으로 단식을 시작해야 할 일이다. 남에게 무언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나약함을 투시하는 과정이고 본래 여리고 선한 자신의 본성을 제대로 바라보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단식은 앞으로 술이나 담배, 고기나 오신채 같은 자극적이고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을 멀리하겠다는 다짐의 시간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단식기간동안 몸을 최대한 천연상태로 간수 할 생각이다. 보식과정에 몸을 잘 살펴보면 기막힌 발견을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내 몸이 얼마나 여리고 섬세한지를 알게되는 것이다.

비누와 세제를 전혀 몸에 닿지 않게 하고 냉 온욕도 맹물로 한다. 면도칼 같은 날카로운 칼을 몸에 대선 절대 안 된다. 면도과정에 살갗이 깎여 나가고 피부세포가 공포에 떤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본 단식 중에 다투거나 화를 내면 내장이 치명상을 입는다.

부정한 것을 보는 것조차 삼가야 한다. 소란한 곳을 피하고 남과 거래를 하지 말고 몸 움직일 때 항상 움직이는 몸을 의식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평소의 생활은 변함없이 해 나갈 생각이다. 그동안의 단식이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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