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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화려한 야경. 현재의 위상을 유지할지도 의문이다
홍콩의 화려한 야경. 현재의 위상을 유지할지도 의문이다 ⓒ 조창완
-1국 양제라는 과도기적인 선택은 언제까지 갈까
홍콩은 현재 엄연한 중국의 영토지만, 사회체제는 사회주의가 아닌 영국식 자본주의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이름하여 중국이면서도 제도적으로 자본주의 제도를 적용한다는 1국 양제(兩制). 1국 양제의 바탕은 무엇보다 지금 이 상태로 엄청난 부가가치와 더불어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홍콩을 중국이 굳이 억지로 통제해 그 모든 것을 날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홍콩은 중국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각종 체육행사 등은 물론이고 필요에 따라서는 중국의 일부가 아닌 한 국가의 형태를 띤다. 그래서 홍콩은 중국과 다르다.

2002년 10월 1일 중국공산화기념일인 국경절에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은 예년과 다름없이 조용히 지나갔지만 홍콩에서는 행사장 주변에서 89 천안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시위가 있었다.

아직까지 홍콩이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는 방증이면서 불안한 홍콩의 위상을 말해주는 한 장면이다. 여전히 홍콩은 자유로운 지역이다. 중국의 권력내부나 부패 혹은 파룬궁과 같은 민감한 단체, 대형사고에 관한 소식은 대부분 홍콩언론을 통해 세계에 쏟아진다. 그래서 홍콩 언론은 중요한 소식통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추측적이고, 근거가 불투명한 뉴스가 쏟아지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홍콩발 뉴스를 그대로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 아름다운 야경 위에 드리워지는 검은 구름
하지만 그 자유에는 항상 불안이 따른다. 홍콩이 독자적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경제적인 요소가 다시 홍콩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고, 그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관문인 선전(심천)은 도시의 모습으로보면 중국 최고의 부촌이라고 해도 된다. 사실 상당 공간이 텅 비어있는 상하이 푸동개발구의 모습과 달리 홍콩의 중심가를 지나는 선난중루(深南中路)의 양옆에 펼쳐진 고급 주택가는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30만명에 가까운 홍콩인들이 오락과 휴식을 위해 도로와 철도로 선전으로 건너온다. 중국 내지인들은 들어갈 때 조차 허가를 받아야하는 특구지만 홍콩인들은 이 도시의 주인처럼 즐겁게 국경을 넘나든다.

상하이 발전의 바로미터인 푸동. 장쩌민-주룽지가 터전을 닦았다.
상하이 발전의 바로미터인 푸동. 장쩌민-주룽지가 터전을 닦았다. ⓒ 조창완
하지만 홍콩인들은 서서히 자신들의 에너지가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처음에 그런 느낌을 가졌던 이들은 중국이 홍콩에 반환되기 전에 미국 등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났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들이 청룽(성룡), 저우룬파(주윤발), 훙진빠오(홍금보) 등 연기자나 쉬커(서극), 우위셴(오우삼) 등 감독이었다.

홍콩의 위상 약화는 이미 감지된 지 오래다. 중국인들에게는 가장 명망높은 홍콩 행정장관 뚱젠화는 홍콩은 신경쓰지 않고, 중국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받은 지 오래다. 특히 2001년에는 656억 홍콩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능력 자체를 의심받기 시작했다. 또 실업율도 7%대를 넘어서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또 본토와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진행되는 공무원들의 임금삭감도 둥젠화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데 문제가 있다. 결국 홍콩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 위로 향하는 개발 축에 위기감 커
홍콩의 동력을 보려면 항구에 가도 되지만 그 보다는 홍콩으로 물자가 운송되는 길을 보면 된다. 가장 대표적인 길이 난창(南昌) 등을 거쳐서 광둥성을 지나 홍콩으로 들어오는 105번 국도다. 현재 주위에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있는 이 길은 수십톤짜리 화물트럭이 몇 초단위로 이동하는 중국 물류의 산 현장이다. 홍콩은 이 물류와 광둥성 광저우, 둥관, 선전 등지에서 만들어지는 상품을 바탕으로 무역과 물류에서 엄청난 부를 얻어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홍콩이 무역과 물류의 중심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전이나 홍콩에 부여하던 교역의 혜택을 이제 다른 도시에도 똑 같이 부여하고 있다. 당연히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물류비용을 무릅쓰고 홍콩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졌다. 푸젠, 저지앙, 상하이, 지앙쑤, 산둥, 톈진 등은 자체적인 물류망을 쓰면되고 난징, 후베이, 충칭, 쓰촨등은 창지앙(長江)의 물류라인을 쓰면 된다. 지앙시나 후난 등이 있지만 이 지역은 산지가 많아서 공업이 발달되지 않는 지역이어서 홍콩의 산업적 기반은 갈수록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무역이나 물류산업의 약화는 홍콩 경제의 가장 큰 축인 금융마저도 그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선전에 이어 산토우(汕頭), 샤먼(厦門), 웬저우(溫州)를 거쳐서 상하이를 넘은 중국 동부 발전 축을 이제는 톈진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어서 홍콩의 매력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중국 본토에 비해 수배나 높은 인건비, 부동산 비용을 감수하고, 홍콩을 고집할 이유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홍콩 세계의 창, 장쩌민은 선전 중심에 '세계의 창'이라고 써두었다.
홍콩 세계의 창, 장쩌민은 선전 중심에 '세계의 창'이라고 써두었다. ⓒ 조창완
중국인들이 갈수록 숭배하는 염제와 황제의 릉. 두릉에는 모두 큼지막한 홍콩, 마카오 반환비가 세워져 있다
중국인들이 갈수록 숭배하는 염제와 황제의 릉. 두릉에는 모두 큼지막한 홍콩, 마카오 반환비가 세워져 있다 ⓒ 조창완


-문화, 여행 산업도 위축돼
홍콩산업의 또다른 축은 문화산업이었다. 수십년 동안 세계시장에서도 강세를 띠었던 무협영화는 물론이고 80년대 중반 등장한 느와르로 또 한시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홍콩 반환을 앞두고, 홍콩 영화인들의 엑소더스는 홍콩 영화의 몰락을 부축였고, 이후에 홍콩을 떠났던 배우들도 일부 가세했지만 잃어버린 영화제국의 꿈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사자가 떠난 자리’를 차지한 저우싱치(주성치)나 정이젠(정이건), 류더화(유덕화), 씨에팅펑(사정봉) 등이 홍콩 영화계를 버티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서 그 규모는 형편없을 뿐 아니라 갈수록 그 세력은 약화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들어 동남아나 동아시아에 그나마 문을 두드렸다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소림축구>가 유일했다.

이 영화는 엄청난 투자와 관심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면치 못하는 중국인들의 축구실력을 영화로나마 대리만족시키고, 깔끔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해 성공했다. 하지만 홍콩 영화는 그나마 남아있는 스타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최근에는 참담할 정도라고 표현된다. 인터넷을 배경으로 한 괴기영화나 90년대를 풍미했던 느와르의 모방작들만이 간간히 쏟아질 뿐 해외에 얼굴을 들이밀만한 영화는 출시된 지 오래다.

선전의 밤. 이곳은 원래 홍콩인들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본토인들의 영역이 커가고 있다
선전의 밤. 이곳은 원래 홍콩인들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본토인들의 영역이 커가고 있다 ⓒ 조창완
홍콩 영화의 철저한 붕괴는 스타들의 집단적인 이탈도 있지만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홍콩의 부박했던 인문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거기에 새로운 시장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대륙시장이 불법 복제의 천국으로 수익구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몰개성적인 영화 만들기에 치중했던 홍콩 영화산업은 이제 홍콩 자체의 박스오피스마저 한국영화 등에 내어줄 정도로 그 기반이 취약하다. 우리 영화는‘쉬리’에 이어,‘공동경비구역', ’반칙왕‘, '엽기적인 그녀’, ‘집으로 가는 길’ 등이 연달아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것도 한 예다.

그나마 자존심을 찾아주는 것은 푸르트 첸이나 쉬안화(허안화) 등 독립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예술영화감독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상업성과 관계가 깊지 않은 독립영화 제작을 주로 하고 있어 영화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작다.

홍콩에게 아직까지 가장 안정적인 것은 여행이다. 홍콩여행 당국이 발표한 올 4월까지 여행자 상황을 보면 약 500만명 가량으로 전년에 비해 14.2%가 성장했다. 1996년 1170만명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거쳐서 후퇴를 거듭하다가 1999년 1068만명으로 약간 상승했다. 이후에도 약간씩 상승해왔다. 하지만 여행자 증가의 대부분은 중국인들이 차지해 홍콩 경제 수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2년 4월 홍콩여행자 140만3천4백명 가운데, 52만5천명 가량이 중국본토인들이었고, 본토인 방문 증가세는 64.8%에 달했다.

홍콩여행 산업의 위축은 동아시아 교통과 산업의 허브 기능을 대부분 상실하면서 벌어진 것이다. 홍콩 정부는 여행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계속해서 역량을 투입하고 있지만 과거 화려했던 날들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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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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