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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민회 이재룡(28)간사
대전여민회 이재룡(28)간사 ⓒ 정세연
대전여민회 이재룡(28)씨는 대전 여성단체 최초의 청일점 간사다. 이씨는 가정에서 평생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해 온 어머니를 보며 느꼈던 안타까움,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당신이 좀 더 자유로워졌으면 했지만 이제는 자식만을 위해 여생을 보내시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보며 우리나라 여성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대학 때 사회과학, 철학 공부를 하면서 여성인권이야말로 소외되고 있고, 이는 평등세상을 위해 꼭 짚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어요. 평소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여성학공부도 많이 했지만 그러면서도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여민회 일을 결심했죠"

대전여민회는 1987년 12월에 창립해 '생활 속의 여성운동, 재미있는 여성운동, 대안 있는 여성운동, 함께 하는 여성운동'을 펼쳐왔다. 여성의 권익신장, 양성평등, 사회민주화, 평화통일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여민회는 현재 여성노동센터 운영 및 실업 대책 사업, 가족·성 상담교육센터, 교육 및 문화사업, 국제협력·대외연대·통일 및 환경 관련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씨는 여민회 활동을 하면서 우선 '윤락'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들었다. 이씨도 한 때는 윤락을 필요악이라고 규정하는 주변의 의견에 동의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살인이 이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을 범죄라고 해서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윤락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이씨는 얼마 전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지내 '수습간사'라는 딱지를 뗐다. 이씨는 이제껏 여성에 대해 적극적인 생각을 많이 못해왔지만 지금은 모든 걸 봐도 '여성'부터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늘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는 가르침을 주신 부모님은 연세가 많으시지만 이씨의 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신다고 한다. 그러나 역으로 이씨에게 "남자가 그런 일을 왜 하냐"고 묻는 사람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 정세연
"여성 자신부터 여성운동에 대한 편견이 많은 것 같아요. 여성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보다 가까이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여성인데도 말이죠"

또 여성운동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뭇 남성들에게 이씨는 여성운동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씨는 우리 사회 가부장제의 피해자는 여성뿐만이 아닌 만큼 남성을 짓누르는 가부장제의 무거운 틀을 벗기 위해서는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이씨는 매일마다 '내가 힘든 만큼 남들도 힘들다'고 생각하며 소외된 누군가를 돌아보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나로 인해 누가 소외당하지는 않았나', '혹시 내가 빠뜨린 게 뭔가' 여성운동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시작했단다. 이씨는 이처럼 스스로 변하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남성 중심의 사고, 생활에서 어느 날 갑자기 바뀔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언제라도 남성 중심적인 무언가가 튀어나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항상 의식하고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이제 여성운동 단체에 입문한 이씨의 바람 중 하나는 '여성의 거리'다.

"남아메리카 어느 나라에는 '여성의 날, 여성의 거리'가 있다고 하더군요. 대전에도 여성의 거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하며 환하게 웃는 이씨의 모습에서 이제 여성운동이 소수가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만은 아니라는 희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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