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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는 두 명의 유명한(?) 김대중이 있다.

두 명의 김대중 중에서 어느 김대중은 푸른 기와의 집에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를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머지 김대중은 푸른 기와의 집이 아주 잘 보이는 광화문 네거리에 직장을 가지고 있다. 거리로 치자면 참으로 가깝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가까운 거리만큼이나 심리적으로도 가깝다는 인상을 풍긴다.

아마도 두 김대중은 거의 원숭이와 개에 가까운 감정을 서로에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김대중을 바라보는 나는 둘 다 원숭이거나 둘 다 개가 아닐까 하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두 김대중은 견원지간(犬猿之間)이 아닌 견견지간(犬犬之間)이나 원원지간(猿猿之間)이라는 뜻이다.

▲ 조선일보 10월 5일자 김대중칼럼
ⓒ 조선일보
그렇다면 두 김대중의 놀아나는 꼴을 한 번 살펴보자.

먼저 푸른 기와의 집에 사는 김대중은 도무지 반성이나 성찰과는 거리가 멀다. 이 김대중을 바라보고 있으면 작고 사소한 일에도 잘 삐치는 노인네를 보는 기분이 든다.

더구나 이 노인네는 자기 앞에서 헤헤거리는 사람의 말만 듣고 다른 사람의 말은 도무지 듣질 않는 것이다. 옛날로 치자면 아첨 잘 하는 도승지 말만 듣는 우둔한 '제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얼마 전에 <여인천하>라는 사극이 있었다. <여인천하>에는 신하들, 후궁들, 외척들, 중전과 왕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한심한 바보는 바로 왕이었다.

온갖 계략과 모략과 아첨이 횡행하는 대궐 속에서 왕 혼자만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가히 바보 중에서도 하늘이 내려준 바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김대중이 바로 그런 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두 아들이 감옥에 갔을 때, 이 김대중이 했어야 할 첫 번째 사죄는 전남도청 앞에 가서 광주의 영령들과 시민들에게 석고대죄를 했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이 김대중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어서 두 번째 사죄는 본인과 가족의 모든 재산-아태평화재단, 동교동 자택을 포함하여-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어야 마땅했다. 입으로만 '죄송하다. 유감이다'라고 하는 것은 사죄가 아니다.

이 김대중에 대해 다른 김대중이 한 마디 쓴 소리를 했다. '김 대통령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자만에 빠진 나머지 그 방법과 과정의 도덕성·정당성·합법성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무시한 중대한 과오를 범했다.'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다.

그 다음, 광화문 네거리에 직장을 가진 김대중도 푸른 기와의 집에 사는 김대중 못지않다. 이 김대중이 칼럼이랍시고 쓴 것을 읽어보면,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어서 웃기지도 않는다.

'도덕성의 결함은 그야말로 태생적인가보다'라고 쓴 칼럼을 읽어보면, 이 김대중이 태생적으로 도덕성의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게 분명하다. 자기 몸에 묻은 똥은 똥이 아니라 진흙이거나 혹은 전투 중에 발생한 영광의 상처쯤으로 여기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주장하는 지면과 재주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쓴 칼럼을 더 읽어보면, '요즘은 병풍을 몰고나온 김대업이라는 사람의 <테이프 쇼>에 검찰뿐 아니라 온 나라가 놀아난 꼴이 되고 있다. (중략) 조작이거나 공작의 결과라는 말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어떤 방식으로든 병역면제가 있었고, 그에 따른 온갖 의혹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위 병풍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김대중은 본질을 외면하고, 본질을 뒤집어 혹세무민하는 발언을 교묘하게 하는 재주가 참으로 뛰어나다.

이 김대중은 광화문 네거리의 신문사에 앉아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자만에 빠진 나머지 그 방법과 과정의 도덕성·정당성·합법성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무시한 중대한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점에서 푸른 기와의 집에 사는 김대중과 거의 비슷한 삶을 오늘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광화문 네거리의 김대중이 오랫만에 제대로 된 한 마디를 했으니 반갑기 짝이 없다.

▲ 정도상(소설가)
ⓒ 희망네트워크
"우리가 뽑아야 하는 대통령과 정권은 한마디로 정직성과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우리 국민의 힘으로 발동이 걸린 정치의 운행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그대로 맡겨두면 된다. 우리가 애타게 바라마지 않는 것은 거짓 없는 정치, 공작 없는 권력, 조작하지 않는 행정, 그리고 비록 능란하지는 못해도, 큰 그림을 그려내지는 못해도, 또 그 누구들처럼 군림하는 카리스마가 없어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솔직하고 정직한 정치의 일상화다. 제발 틀렸으면 틀렸다고 인정하고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가는, 그리고 국민을 속이려 들지 않는 지도자와 정권이 그립고 아쉽다."

참으로 간절한 소망이다. 이 소망에 맞는 대통령 후보는 과연 누굴까? 아마도 푸른 기와집의 김대중은 광화문 네거리의 김대중이 소망하는 그런 대통령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다. 더욱 불행한 것은 광화문 네거리의 김대중은 자신의 소망과는 거의 정반대인 후보를 은연중에 지지하고 있으니….

덧붙이는 글 |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모니터링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정도상씨를 비롯해 김택수 변호사, 이용성 한서대 교수, 김창수 민족회의 정책실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권오성 목사,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방인철 전 중앙일보 문화부장, 권오성 수도교회 목사, 대학생 오승훈씨, 민언련 사무총장 최민희씨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다.

독자로서 필진에 참여하고자하는 분들은 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독자참여」란이나 dreamje@freechal.com을 이용.-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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